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박근혜 정권 하반기의 전투적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여권의 텃밭으로 불린 TK, PK의 정서적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치 못할 상황이다. PK의 가덕도 신공항 주장과 TK의 밀양 신공항 주장을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게 할 방법은 정치권이나 학계, 시민단체 어디에서도 마련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딴소리가 나오면 나올수록 격앙하는 분위기가 마치 활활 타오른 불길에 기름을 쏟아 넣는 형국이었다. 이 문제에 관한 국가적 관심으로 보면 지역 이기주의에 따른 TK, PK 지역 이해 다툼 말고는 전혀 논란의 가치조차 없는 전 국민 관심권과는 거리가 먼 사안이다. 그런 걸 언론의 호들갑으로 상황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 국제공항은 인천공항, 김포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 청주공항, 대구공항, 무안공항, 양양공항 이렇게 8개나 된다. 그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의 흑자 운영을 비롯한 김포, 제주, 김해국제공항이 조금의 흑자 운영을 하고 있을 뿐 청주, 대구, 무안, 양양 이 네 군데 국제공항은 지난해 통계로 연간 도합 200억 원 이상의 적자운영에 허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국내선 공항 실태는 또 어떠한가. 원주공항, 군산공항, 광주공항, 여수공항, 사천공항, 울산공항, 포항공항 등 7개 국내선 모두가 적자를 만회시킬 대책이 전무한 상태다. 이 가운데서도 광주공항, 여수공항, 울산공항, 포항공항은 KTX 개통으로 승객이 대폭 감소해 거의 그로기 상태에 빠져 들었다.

그 와중에 가덕도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의원이 PK 민심 흔들기의 호재로 삼고 나섰다. 박 정권 후반기를 틈타 새누리당 표밭인 영남권 갈라치기를 시도한 것이다. 결국 지난 대선 때 부산에서 50만 표를 뒤져서 대권을 놓친 걸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만회해 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 같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가덕도니, 밀양이니 해서 지역 간의 갈등을 부추길 이유가 하등에 없다. 적자에 허덕이는 여러 공항들이 회생할 방안조차 없는 터에 막대한 예산으로 또 운영이 불투명한 신공항을 꼭 지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시키는 방안에 부산도 대구도 반대하고 나설 명분이 뚜렷하게 있어 보이지 않다.

그럼에도 해당지역 민심이 성을 내는 것은 과거 10년 동안의 동남권 신공항 논쟁이 신기루가 돼버렸다는 허망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대구시장과 경남북지사, 부산시장의 역할이 막중한 것이다. 다음 선거의 표를 의식해서 지역 주민을 불모로 한 선동적 발언을 즉각 중단하고 주민설득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영남권의 분쟁을 바라보는 호남, 충청, 강원 민심이 과연 어떠하겠는가.

부산 경남의 관문인 김해공항이 앞으로 7년 후인 2023년이면 포화상태가 돼 신공항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진단 결과가 나와 있다. 이런 마당에 TK, PK로 갈려 진흙탕 싸움에 골몰하는 게 도대체 될 법이나 한 일인가 말이다. 공항의 확장성을 제약하는 가장 큰 문제는 소음 영향 경감에 대한 주민과의 합의사항이다.

2009년 일본 하도야마 내각이 이러한 확장성의 제약으로 일본의 허브공항 기능을 인천공항에 뺏긴다는 위기감을 고조시켜 한일월드컵 이후 실질적으로 허브공항 기능을 회복해 하네다공항의 확충을 가속화 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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