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이희완 소령 “NLL은 목숨으로 지킨 선
참수리-357호정 부정장으로 교전 지휘
 
바로 1옆에서 고() 윤영하 소령(참수리 357호 정장)이 전사(戰死)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전우(戰友)들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피 흘리며 아파하는 것을 보면서 피가 끓었습니다.” 2002629일 북한 경비정의 기습 공격을 받은 참수리-357호정의 부정장이었던 이희완(40·해사 54) 소령은 제2차 연평해전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 중위(中尉)였던 이 소령은 북한군의 급습으로 목숨을 잃은 정장 대신 25분간 치열한 교전(交戰)을 지휘했고 교전 중 북한의 37포탄을 맞아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이 소령은 14년 전 연평해전을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남침을 막아낸 승리한 해전(海戰)’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 2013628일 한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참수리-357호정 전우들은 목숨을 걸고 바다를 지켰다당시 전투 때 활약한 전우들 한 명 한 명의 모습은 진정한 이 시대의 영웅(英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우들은 ‘NLL 사수(死守)’라는 최상의 임무(任務)를 달성했다. 목숨을 바쳐 임무를 완수했는데 그것이 승전(勝戰)이 아니고 어떻게 패전이냐"며 연평해전을 패전으로 보는 일각의 시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2연평해전은 국민의 관심이 한·일 월드컵 3, 4위전에 쏠린 날에 북한 경비정 2척이 서해 NLL을 침범, 해군 참수리-357호정에 기습공격을 가해 발발했다.
 
우리 해군의 윤영하 소령 등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했으며, 북한 경비정에서도 3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는 연평해전 직후 목숨을 바친 전우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소령은 목숨을 바쳐 NLL을 수호(守護)했는데 홀대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전사한 6()의 용사를 위해서는 (국민이) 촛불을 들어주지 않았고 장례식 때 국방부 장관도 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2013년 당시 제2연평해전 영화 제작이 추진 중이었고 각계각층의 제작비 지원 성금이 몰리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랬고 감사했다적극적으로 나서준 해군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소령은 “NLL은 남북(南北)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고 불가침선이다. 육상(陸上)에 군사분계선(MDL)이 있는 것처럼 해상(海上)에는 NLL이 있다. 해군 입장에선 NLL은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목숨을 바쳐서 지켜야 하는 선이라고 강조했다. 연평해전 때 입은 부상으로 해상 근무를 할 수 없게 된 이 소령은 현재 합동군사대학 교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연평해전 설명하는 영상 인기
 
한편 최근 해군이 제2연평해전 14주년을 맞아 공개한 영상 연평해전, 나의 아빠 이야기가 누리꾼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360도 가상현실(VR) 기법으로 제작한 610초 분량의 이 영상은 지난 620일 해군 페이스북(www.facebook.com/ilovenavy)에 게시된 지 일주일 만인 27일 기준 75천 번이나 조회되고 500번이 넘게 공유됐다. 영상의 주인공은 제2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57정 부정장으로 참전했던 이희완 소령이다.
 
그가 평택 제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 전시된 참수리 357정을 찾아가 딸 연후(9) 양과 아들 주효(8) 군에게 당시 전투 상황과 전사한 6용사에 대한 추억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당시 전투에서 오른 다리를 다친 이 소령이 작년에 딸과 함께 영화 연평해전을 봐서 아빠가 한쪽 다리가 왜 없는지를 알게 됐지만, 전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제2연평해전이 어떤 전투였는지는 딸이 잘 몰라 제2연평해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하면서 영상은 시작된다. 이 소령은 참수리 357정에 오르면서 두 자녀에게 북한 함정이 2002629일에 기습적으로 대한민국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했어. NLL은 바다 위에서 남북을 갈라놓은 선이야. 절대 넘으면 안 되는 거야라고 전투가 벌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 소령은 당시 전사한 6인의 용사가 싸웠던 곳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자녀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다 전사했는지를 들려줬다.
 
이 소령은 서후원 중사가 전사한 장소에선 아빠가 굉장히 아꼈던 부하여서 아빠 마음이 더 아픈 것 같다고 가슴 먹먹함을 전했고, 그가 윤영하 정장과 함께 쓰러졌던 곳에서는 정장님을 구하러 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다리에 총알을 맞아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정장님도 등 쪽에 한 발 맞아서 피를 많이 흘려서 서로 다가가기가 힘들었어라고 안타까웠던 당시 상황을 자녀들에게 설명했다. 영상에서는 영화 연평해전의 해당 장면이 함께 화면에 나와 비장함을 더했다. 영상은 딸 연후 양의 일기로 끝을 맺는다. 연후 양은 아빠에게 설명을 듣고 난 뒤로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게 됐다. 그리고 나는 아빠가 한쪽 다리가 없다고 해도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더 자랑스러울 뿐이다. 우리 아빠는 이희완 소령님이시니까. 아빠 정말로 감사하고 사랑해요. 그리고 군인 아저씨들도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라고 일기에 썼다.
 
해군 관계자는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제2연평해전이나 천안함 피격 사건 같은 안보(安保) 현실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내 가족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장병과 청소년들이 더욱 흥미롭게 제2연평해전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고 전했다. 해군은 이 영상을 장병 정신교육 자료로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윤광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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