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더위와 장마로 이유없이 지치는 시기가 왔다. 이러한 날씨 탓에 잦은 냉방기 사용으로 몸은 이상징후를 호소하기도 한다. 밖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극심한 온도차때문에 하루종일  몸을 떨게 만든다.

이렇게 온도 차가 많은 실내에서 생활하다 보면 원인불명의 수족냉증 현상을 동반하는 레이노증후군으로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적으로 치료되는 경우도 있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초기에 방치해 병을 키워 내원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레이노 증후군(Raynaud's syndrome)은 손발 끝이 차가워지면서 색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고 근육이 꼬이듯 아픈 통증을 동반한다. 찬물이나 찬 공기에 장시간 노출시키거나 교감신경이 흥분돼 손발의 동맥이 급속히 수축해 혈액 순환이 안 될 경우 발병하기도 한다. 만약 만성 수지 통증이나 손끝의 욕창 등이 생긴다면 그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 질환은 손끝 혈관의 협착과 수축이라는 두 가지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데 혈관벽이 붙어 좁아진 경우는 원인이 뚜렷하지만 혈관의 근육이 굳어 혈액순환이 어려워진 레이노 증후군은 아직 그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손발 등 말단부위로 혈액의 유입량이 줄어들어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주위의 기온이 내려간 상태에서 찬 물건, 찬물 등이 닿을 때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레이노 증후군의 진단은 냉기노출이나 감정적 자극으로 수지의 청색증이나 백색증, 동통이 유발되는 과거력만으로도 진단될 수 있으나 요즘은 한냉유발 혈류검사(cold provocation vascular laboratory test)나 적외선 체열검사, 한냉 부하후의 피부색 사진과 변화정도의 기록, 손가락의 수축기 혈압 측정, 손가락 피부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법 등 객관성을 갖기 위한 진단법들이 이용되고 있는 추세다.

이 외에도 혈관조영술로 직접 혈관의 혈류를 보고 판단하는 방법도 있다. 레이노 증후군의 양방치료는 우선 환경 개선 및 교육(따뜻하게 지내기, 스트레스 피하기)과 함께 칼슘 통로 차단제, 교감신경억제제, 혈관확장제, 교감신경절제술, 약물의 국소주입에 의한 교감신경 차단술등이 있다. 혈관 폐쇄가 있을 경우엔 혈관우회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인이 불명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다.

한의학적으로는 한습음근(寒濕淫筋)과 혈어경락(血瘀經絡)으로 인한 기혈소통(氣血疏通) 장애로 변증된다. 치료는 통경활락(通經活絡)을 치법으로 하여 침치료, 뜸치료, 한약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한다.

사상체질의학적 견지에서 보면 레이노증후군의 치료방법 역시 체질에 따라 달라진다. 필자의 경험 중에 체질상 소양인 중 오랜 레이노 증후군으로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 병원에서 진단받고 치료를 받던 중이었으나 완전한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몸이라도 보하는 한약을 복용하려고 내원했던 환자였다. 특히 손발이 차고 손에 쥐가 나서 꼬이는 듯한 통증으로 힘들어 했다. 진찰결과 ‘소양인 위수열 리열병'으로 진단되어 보통 처방하는 따뜻한 약이 아닌 오히려 차가운 성질의 약으로 처방했다. 보통 생각하기에는 증상이 한증, 즉 차가운 성질의 증상을 보이면 따뜻한 성질의 약을 복용해야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국소적으로는 차가운 증상을 보인다 하더라도 그 원인이 열에 있는 경우 찬 성질의 한약으로 치료해야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환자의 경우도 증상은 차갑지만 내열에 의해 생긴 증상으로 차가운 성질의 약을 복용하고 놀라울 정도로 호전됐다. 처음 내원했을 때는 겨울이라 증상이 심했지만 복약하고 점진적으로 호전됐다.

반면 원래 체질상 차가운 체질로 분류되는 소음인의 경우 레이노 증후군의 증상을 보이면 속을 따뜻하게 하는 한약을 처방하는 것이 좋다. 소양인의 경우는 위열이 상충해 생기는 경우와 표음이 내려가지 못해 생기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눠 치료해야 된다. 태음인의 경우 간열이 심해져 손가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와 폐허로 인해 생기는 경우로 나눠 치료해야 된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과거에는 볼 수 없는 질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시대에 맞춰 다변하는 병증들을 치료하는 데는 획일적인 치료보다는 개개인의 체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그에 맞춰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레이노 증후군 역시 자신의 정확한 체질을 검증해 줄 수 있는 전문의의 소견이 동반되어야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참보인 한의원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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