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바로 KBS 2TV 드라마 ‘장밋빛 인생’을 통해서다. 드라마 속에서 최진실은 바람난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내연녀를 자청하는 여동생을 쫓아다니면서 사건을 수습하고, 문제만 일으키는 술주정뱅이 친정아버지를 돌보고, 시어머니의 시집살이까지 견디면서 최악의 결혼생활을 하지만 결국 불치병인 ‘암’에 걸리는 불행한 여자다. 실제 이혼한 경험이 있는 최진실, 그녀의 삶도 그러할까? 답은 NO! 드라마 속 최진실은 죽을 만큼 힘들지만, 현실속의 그녀는 40%라는 높은 시청률과 함께 그야말로 ‘장밋빛 인생’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최진실과 드라마의 함수관계, 드라마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펴봤다. ‘장밋빛 인생’이란 도대체 어떤 걸까. 최근 들어 이런 의문이 부쩍 많이 든다. 그 이유는 바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 ‘장밋빛 인생’ 때문.

처음 시청률 18.5%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던 드라마 ‘장밋빛 인생’이 시청률 30%를 넘는가 했더니 급기야는 지난 6일 40%대까지 넘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시간대 다른 드라마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를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 최진실이 이혼 후 처음으로 드라마에 복귀한다고 했을 때 과연 이런 결과를 예상이나 했었을까. 아마 드라마 관계자뿐 아니라 최진실 본인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최진실과 제작진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드라마는 대박이 터졌다. 시청자들의 댓글이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고, 드라마 시청률이 40%가 넘었다는 사실을 모든 언론들이 연예계 핫이슈로 보도하고 있다. 드라마 ‘장밋빛 인생’이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도대체 뭘까.

드라마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고, 신파적이며 식상하기까지 하다. 대략 정리하자면, 고생만하면서 억척같이 살아오던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아줌마가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이혼이라는 파경을 맞게 된다. 하지만 바람난 남편을 위해 이혼 도장을 찍어주고, 혼자가 된 이후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된다. 내연녀에게 배신당한 남편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극중 주인공 맹순이(최진실)에게 돌아와 극진하게 간호하지만, 결국 늙은 부모와 어린 두 딸과 남편을 뒤로 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같은 내용은 기존의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전형적인 신파극이다. 결론도 뻔하고,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눈앞에 선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기존의 어떤 드라마보다 뜨겁다. 아니 뜨겁다 못해 터질 것처럼 폭발적이다. 이들을 이렇게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최진실의 실제 삶 투영

야구 선수 조성민과의 이혼 과정이 대중들에게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바닥까지 추락한 최진실. 방송을 통해 재기에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녀가 철저히 자신을 내던지면서 연기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 바로 드라마 성공의 첫 번째 요인이다. 최진실은 드라마속 맹순이와 똑같이 실제 이혼의 상처를 가진 두 아이의 엄마이다. 이혼 후 최진실의 실제생활 역시 드라마처럼 힘들었고, 두 아이와 함께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시 그녀의 일터인 연예계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절박함’이 드라마에 그대로 투영됐다는 것이다. 즉, 대중앞에 그녀의 상처가 고스란히 드러났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그 아픔을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연기자들의 뛰어난 열연

드라마의 성공 이유 두 번째는 바로 연기자들의 열연이다. 극중 최진실의 동생 역할로 나오는 이태란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결국 불륜이라는 형태로 사랑을 하는 불륜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최진실의 남편 역인 손현주는 어리숙한 사랑에 몸과 마음, 돈까지 바치는 바람난 남편역을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미움과 비난(?)을 한 몸에 받은 주인공이다. 또한 최근 최진실의 친모역으로 잠깐 등장한 연기파 배우 김해숙은 딸의 ‘암’소식을 듣고 바닥에 자지러지며 오열하는 모습이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하기조차 힘들었다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안타까운‘주인공의 죽음’

연기자들의 호연과 더불어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는 김종창 PD와 문영남 작가의 만남도 시청률 대박의 한 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신파적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안전장치는 바로 주인공의 ‘죽음’이다. 권선징악이라고 했건만,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서 고생만 하던 사람이 왜 결국 ‘암’이라는 죽음의 덫에 걸려 인생의 종지부를 찍게 만드는 걸까. 물론 악한 사람이 죽는 것은 당연지사라 시청자들에게 극적 요소를 가중시킬 수는 없지만, 왜 늘 착한 사람이 죽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제작진들은 자연스러운 드라마의 진행을 위해서는 최진실의 ‘죽음’이 최선의 결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찬반 논란은 그칠줄 모른다. 이렇게 시청자들이 주인공의 죽음을 놓고 팽팽하게 찬반 논란을 펼쳤던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중요한 특징중 하나는 아줌마 부대의 입김이 세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제는 아줌마 부대들이 미시족의 이미지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아줌마’ 연기에 온몸을 던진 최진실을 대한민국 아줌마의 일원으로 당당히 끼워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 아줌마의 입김과 드라마 제작진의 본래 의도 중 누가 드라마의 결론을 낼지 그 결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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