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료벤처 CEO…화려한 이력 눈길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다.

 

제대혈 보관·난치성 치료 연구 절실함 느껴 시작
육아휴직·출산휴가 눈치 안 봐도 돼 인기 만점

메디포스트는 제대혈과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 치료제를 연구, 생산하는 기업이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제대혈 은행’ 서비스를 선보이며 자사를 시가총액 1000억 원대 코스닥 기업으로 만들었다.

양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업을 하기 전까지는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병리과 전문의로 일하며 제대혈 보관 업무를 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그는 ‘여자 안철수’란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양 대표가 의료벤처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0년부터다. 그는 “백혈병, 소아암 환자들이 골수 기증자가 없어 이식을 못 받는 상황을 보면서 제대혈 보관과 난치성 질환 치료 연구가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사업 시작 배경을 설명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널리 쓰이게 하는 것으로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보고 경영자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경영자로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기술 임원으로 시작했으나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뒤 본격적으로 메디포스트 사업 전면에 나섰다. 양 대표는 전국의 산부인과를 다니며 산모와 의사에게 “제대혈 보관이 필요하다”고 알리면서 직원 10명과 함께 연구·영업을 병행했다.

제대혈·관절염·치매까지

10년 동안 오직 제대혈과 줄기세포 연구에만 매달려온 양 대표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상용화했다.

우선 메디포스트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인 ‘셀트리’의 성공이 눈에 띈다. 셀트리는 신생아의 제대혈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보관하는 제대혈 은행이다. 메디포스트의 지난해 매출 375억 원 중 68%가 셀트리의 매출이 차지한다.

양 대표는 “한국 가족 제대혈 보관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며 “현재 제대혈 21만 개를 보관 중이고 540여 건의 제대혈 이식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혈에 있는 조혈 모세포(혈액을 만드는 세포)와 간엽줄기세포(연골·뼈·근육·신경 등으로 자라는 세포)가 손상된 조직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기 때문에 제대혈을 보관하면 백혈병, 소아암, 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메디포스트는 퇴행성 관절염 분야 줄기세포 치료제인 ‘카티스템’을 개발했다.

카티스템은 세계에서 유일한 퇴행성 혹은 외상으로 손상된 무릎 연골을 재생시키는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월드컵 영웅인 히딩크 감독의 무릎 치료제로 쓰였으며, 양 대표가 세계적으로도 신약개발 능력을 인정받는 데 일조했다.

카티스템은 지금까지 전국 300곳의 병원에서 3000여 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1상, 2상 전기 시험을 진행 중이다. 메디포스트는 오는 2017년 임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밖에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치매 치료제인 ‘뉴로스템’도 임상에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폐 질환 치료제 ‘뉴모스템’은 한국에서 2상 시험을 끝내고 미국에서 1·2상 임상시험 중이다. 이 외에 뇌졸중·급성호흡부전증후군·루게릭병에 대한 前 임상 연구도 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여성 직원이 일하기 좋은 대표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메디포스트는 2014년 ‘여성친화일자리 100곳’에 선정됐으며, ‘2016 대한민국 여성인재경영대상’에서 중기중앙회장상(우수상)을 수상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실제로 메디포스트의 전체 근로자 207명(2015년 기준) 중 여성 직원은 117명이다. 57%에 이르는 비율을 차지하는 여성 직원들은 모두 정규직이다. 임원직 총 9명 중 4명은 여성 직원이 올라 있다.

이 같은 평가는 메디포스트의 여성 직원에 대한 배려가 배경이 됐다. 메디포스트는 여성 직원이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등을 사용할 때 눈치 볼 필요가 없다.

양 대표는 “여성이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되는 건 사회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임원들에게 “여성 직원들이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 육아휴직 때문에 승진이나 인사고과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육아휴직자도 인사평가를 받았다면 승진대상에 포함되며 실제 승진한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해 양 대표는 “임신이나 출산 때문에 직원이 퇴사하는 것을 최대한 막고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여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도 적극적이다.

메디포스트는 필라테스 동호회를 운영하며 사옥 내에 필라테스룸도 설치해 놨다. 직원들은 초빙된 전문 강사로부터 1대 1맞춤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메디포스트의 점심시간은 필라테스를 하려는 직원들로 붐빈다.

또 연극 관람 등의 동호회 활동과 임직원이 함께하는 ‘셀트리톡(도시락미팅)’, 다른 부서원들과의 교류를 위한 회식비 지원 ‘팀데이트’ 등의 활동을 통해 직원들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 40시간 근무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실시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현재 여성가족부 주관 ‘여성친화인증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다수의 여성 근로자들을 위한 유연근무제 및 스마트워크를 도입하기 위해 구상 중에 있다”고 밝혔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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