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수정 아나운서의 KBS 오락프로그램 ‘여걸식스’ 하차 문제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지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아나운서의 신뢰도 때문에 이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오락프로그램에서 빠져야 한다”는 “의견과 아나운서가 모두 뉴스만 하는 것도 아닌데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주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 최근에는 과거 딱딱한 아나운서의 이미지에서 많이 부드럽고 편안하게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변화의 물결에서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정숙하고 지적인 아나운서들이 그들 고유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토크쇼나 오락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아나운서들이 ‘연예인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강수정, ‘여걸식스’ 하차 논란

최근 이런 논란을 다시 수면위로 끌어올린 주인공은 바로 KBS 아나운서 강수정. 강 아나운서는 그동안 KBS 2TV ‘해피선데이’와 ‘여걸식스’에 출연해 오면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왔다. 특히 ‘여걸식스’는 강 아나운서가 ‘여걸 파이브’때부터 1년6개월간 출연해 오면서 프로그램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강 아나운서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지성과 미모의 대명사인 아나운서로서 절제미가 아니라, 같이 출연한 다른 연예인들처럼 서슴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나운서로서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KBS 아나운서실에서는 이번 가을 개편을 계기로 강 아나운서의 ‘여걸식스’ 하차를 강력히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강 아나운서도 이런 내외적 압박(?)에 ‘여걸식스’ 하차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걸식스’의 제작진 입장에서는 ‘여걸 파이브’ 때부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상당히 기여해온 강 아나운서를 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연예인들처럼 고액의 출연료가 들지 않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친근하고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강 아나운서의 귀여운 매력이 이미 여걸식스에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라는 것. 하지만 제작팀은 강 아나운서에 대한 강한 ‘애착’에도 불구하고, KBS 아나운서실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과 아나운서실의 요구가 계속되면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것.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강수정 아나운서의 ‘여걸식스’ 하차에 대해 논란이 한창이다.

한 네티즌은 “아나운서라고 뉴스만 하라는 법 있냐”면서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그 나름대로 지적이며 신뢰가 가고,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나운서들은 또 나름대로 친근하고 편안한데 왜 아나운서는 고정적인 틀에 갇혀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은 “아나운서들은 전 국민이 보고 배워야할 ‘언어의 교본’임에도 불구하고, 오락프로그램에 나와서 인터넷 용어 등도 쉽게 쓰고, 춤을 추는 등 망가지는 모습이 이해가 안간다”면서 “그런 모습의 아나운서들을 보면 차라리 ‘연예인을 하지 왜 아나운서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요즘에는 어느 오락프로그램이든 아나운서들의 출연이 매우 잦은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점잖은 정장차림이 아닌 과감한 노출의 파격적인 의상을 입는 아나운서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혹자는 오락프로그램의 해당 출연자들이 아나운서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다.

파격적 노출 시도 늘어

이렇게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현상은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들 중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KBS 아나운서 임성민은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SBS 시트콤에 출연하는 등 코믹연기를 선사해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했던 대표적인 아나운서다. 또한 최근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3’에 출연하고 있는 최은경 프리랜서 아나운서와 결혼 후 프리랜서를 선언한 정지영 아나운서는 토니안이 운영하는 TN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있을 정도로 준연예인에 속한다. 최은경 아나운서는 시트콤의 연기를 통해 “아나운서답지 않게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평을 받으며 연기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반면, 정지영 아나운서는 친근하고 호소력있는 목소리로 라디오 DJ를 비롯해 대형 행사의 MC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아나운서가 자칫하면 고급 연예인이 되기 위한 통로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의견과 함께 “아나운서 고유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아나운서 자신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특화’시키는 것이 더 좋지 않냐”는 의견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 변화와 함께 시청자들이 요구하고 바라는 아나운서의 ‘상’도 달라지고 있다. 때문에 지금 단순히 몇 몇의 아나운서에 국한해서 아나운서의 ‘정체성’을 논하기에는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가 없어 보인다. 그 판단은 결국 시청자들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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