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1개 중대의 배치 장소가 경북 성주로 결정됐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를 성주에서 운용하면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50%~70%의 안전과 원전 등 주요 시설,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방어할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게 된다”고 밝혔다.

국가안보를 위한 대승적 일에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워 반대하는 것은 공동체의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더구나 국민 설득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도리어 사드 배치 반대와 ‘님비(NIMB, Not In My Back Yard : 내 뒷마당에는 안된다)’ 지역주의로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있어 개탄스럽다.

맹자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고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이고, 하늘이 주는 좋은 때는 지리적 이로움만 못하고 지리적 이로움도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보다 더 무서운 것이 국론분열이다. 두 동강 난 국론은 북한만 이롭게 하는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에 이용당하는 것이다. 국론이 분열되면 100개 포대의 사드로도 대한민국의 강산을 지킬 수 없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으로 당황해 하고 있는 성주 군민들의 현재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반만년 역사를 반추해 볼 때 경북이 지키고 가꾸어온 정신적 자산은 ‘화랑·선비·호국·새마을’ 정신 등 한민족 전체에 스며든 소중한 민족정신으로 성장했다.

경북정신은 ‘화랑정신’으로 호연지기를 키워 삼국통일을 이뤘고, ‘선비정신’으로 충효 정신문화의 중심에 섰으며, ‘호국정신’으로 수많은 국난 위기 속에서 국가를 구했고, ‘새마을운동’으로 절대가난을 떨치고 근대화를 이룩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다. 특히 경북주민들은 역사적 고비 때마다 앞장서 나라의 길을 열었다. 임란 때 의병활동과 구한말 때 독립운동, 그리고 6.25 전쟁 때 학도병 지원이 그러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사드 배치로 인한 국론분열을 치유하고 성주 군민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성주가 제2의 제주 민관복합항 건설이 되어서는 결코 안되며 외부 반미·반정부세력이 끼어들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정쟁 중단과 함께 국민적 단합에 대한 호소와 함께, △사드 유해성 △배치지역 선정에 대한 논의 부족 △사드의 수도권방어 제외 등의 논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것은 시의 적절했다.

앞으로 총리·장관 및 군 당국자들이 앞장서서 한반도 안보에 사드가 필요한 이유를 세심하게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전자파 참외’ 같은 괴담이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는 17~19일 미군이 국내 언론에 보여주기로 한 괌 사드 기지에 성주군 대표들이 참여하는 것과 군민들의 희생에 따른 최소한의 반대급부 제공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정치권도 협치(協治)로써 국론분열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먼저 새누리당의 TK(대구경북) 의원들이 집단항의 성명서를 낸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익과 국가안보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집권당 의원들이 표만 의식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야당도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사드 배치 재론만을 고집하는 것은 집권을 준비하는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이는 한미동맹의 뿌리를 흔드는 일로서 대북공조의 이완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안보는 보수라고 주장하던 안철수 전 대표는 “사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사드 배치 재검토를 촉구하자 운동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사드 반대가 확산되고 있다. 무책임한 선동의 극치다.

임진왜란 당시 구국의 리더십을 발휘한 서애(西厓) 유성룡은 『징비록(懲毖錄)』에서 “나와 같이 보잘 것 없는 자가 흩어지고 무너져 내린 때를 맞아 나라를 지키는 무거운 임무를 맡아 위기를 극복하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나라를 지키지도 못했으니, 그 죄는 죽음으로도 씻을 수 없다”며 스스로를 책망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사드 배치는 필요하고도 불가피한 조치다. 사드의 실전운용 시기를 내년 말로 잡은 것도 잘한 일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정세가 우리에게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주변국의 눈치 보느라 내 나라 안보를 희생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부 분열은 외부 침입보다 위험하다. 대안 없는 국론분열은 망국을 자초하는 일이다.


우종철 논설주간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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