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낮은 노인에 일자리 떠안기면 역효과
근로자 대체할 로봇·사물인터넷에 더 투자해야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일본 총무성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2015년 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 비율이 처음 25%를 넘었다. 

이미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이지만 이번 조사에서 처음 포착된 것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5세 미만 인구 비율을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이제 일본에서는 어디를 가든 어린이보다 노인이 많다. 한국은 아직은 인구가 조금이나마 늘고 있지만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당장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기 시작하고 2019년부터는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현 단계인 ‘고령화 사회'와 그 다음 단계인 ‘고령 사회'를 차례로 지나 2026년이면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노인부양에 들어가는 돈 걱정부터 한다. 하지만 정작 고령사회의 진짜 문제는 생산성 저하이며 이로 인해 사회 전반이 고령화에 더해 궁핍화에 빠지지 않으려면 고령화가 깊이 진행되기 전 생산성 문제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유럽의 전문가가 조언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다국적 금융그룹 유니크레딧은행 소속 경제학자 에도아르도 캄파넬라는 얼마 전 미국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어페어에 기고한 ‘나이와 생산성’이라는 논문에서 고령사회 대비는 첫째도 생산성 둘째도 생산성이라고 강조한다. 캄파넬라에 따르면 오랫동안 선진국들은 생산성 감속을 겪어 왔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주요7개국(G7)의 생산성은 연 평균 4.4% 향상됐다.

그랬던 것이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에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까지 이 수치가 1.8%로 둔화됐고 지금은 단지 0.4%다. 생산성 감속의 원인으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 같은 학자들은 민간투자 부족을 꼽는다.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버트 고든 같은 학자들은 오늘날의 혁신이 전화(電化), 자동차, 무선통신 같은 2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보다 덜 변혁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에릭 브린욜프손과 앤드류 매카피 같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생산성 통계가 새 제품들의 품질 변화를 포착하지 않으므로 그것은 단지 측정 실수라고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다트머스대학의 제임스 페이러 같은 사람들은 늙어가는 인구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전개가 느리게 마련이다. 노년부양비율(근로인구에 대한 노인의 비율)의 세계평균이 1960년의 약 20%에서 오늘날의 33%로 높아지는 과정에서 부유한 나라들에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수명이 늘어나는 데 60년 넘게 걸렸다.

하지만 그 변화가 일단 두드러지게 되면 그것은 빠르게 가속한다. 유엔은 노년부양비율이 2050년 47%로 껑충 뛰리라 예상한다. 일본에서 그것은 71%에 도달할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노동인구 구조에 그대로 반영된다. 일자리 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근로자가 줄면서 피라미드의 기초는 침식되고 꼭대기 연령집단의 상대적 무게가 커진다.

그런가 하면, 은퇴 근로자가 신입 근로자보다 많아지면서 피라미드 전체의 규모가 줄어든다. 그 결과 노동인구는 적어지면서 동시에 늙는다. 이 변화는 유럽대륙과 일본에서 특히 격심하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아직 그런대로 괜찮은 인구 성장 덕분에 그 현상은 한결 완화된다.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노동력 규모의 전반적인 감소를 걱정해 왔다. 왜냐하면 획기적인 기술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근로자 감소는 GDP(국내총생산) 감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GDP 감소를 온전히 벌충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80% 더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추산한다.

노동인구의 형태 변화는 그 절대 규모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이는 노동의 생산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경제가 생산해내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생산성은 나이와 함께 상승해 45~50세에 정점에 도달했다가 떨어진다. 특히 문제해결, 학습, 속도에서 저하가 뚜렷하다.

오늘날 노동인구의 나이 많은 구성원들은 앞선 세대들보다 교육을 더 많이 받았고, 이것이 더 높은 생산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주요한 기술적 혼란은 다른 식으로 작용한다. 그것은 오래 전 습득한 기량의 가치를 희석시킨다. 

선진국들은 수십 년간 늙고 비생산적인 근로자들을 노동인구에서 솎아내는 관대한 은퇴 정책을 통해 떨어지는 생산성의 문제에 대처해 왔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경우, 60~64세 인구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약 30%(미국보다 거의 20% 포인트 낮다)이며 65세 이상으로 가면 이 비율은 5% 미만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정부의 은퇴자 지원 예산 부족으로 은퇴 자체가 덜 매력적인 것이 되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지는 근로자들이 계속 일하게 되는 현상이 생긴다. 캄파넬라에 따르면, 노동시장 참가율을 높이거나 혁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림으로써 노동인구를 보강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노인을 일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생산성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노인이 사용에 서툰 정교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노인의 효율을 좀체 높이지 못한다. 그보다, 정책 당국자들은 그와 같은 계획을, 인구학적인 힘과 생산성 동력 간의 연계를 끊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처들과 짝 지워야 한다고 필자는 제안한다.
캄파넬라는, 생산성이 낮고 고령과 관련된 일자리에서 근로자들을 대체할 로봇과 사물인터넷 같은 기술에 더 많이 투자하라고 권고한다.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재흥(再興)전략’의 핵심에는 노인을 위한 간호 로봇과 무인 자동차 개발이 있다. 이런 기술은 많은 잠재적 간호사들을 노인 돌봄 부문 바깥의 더 생산성이 높은 일자리로 밀어낼 수 있다.

동시에, 각국 정부는 디지털 작업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더 디지털화된 경제는 물적 자본을 덜 필요로 하며 따라서 구식 경제보다 저축도 덜 필요로 한다. 별 추가자본이 들지 않는 왓츠앱이 소니보다 시장가치가 더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세계는 생산성과 위험에 처한 노령화 사이의 고리를 무시한다고 캄파넬라는 말한다. 만약 그 도전을 지금 정면으로 받아넘기지 않는다면 앞으로 50년에 걸쳐 서구는 선례 없는 인구통계학적·경제적 반전(反轉)을 겪게 되리라고 캄파넬라는 경고한다. 그 반전은 인구가 적어지고 늙는 것도 모자라 매우 가난해지는 것이다.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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