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중국 최고위 외교관이 공개적으로 정의 내려
한국 내 사드 배치 놓고 중·러 정상 한목소리로 반대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한국정부가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배치 장소를 경북 성주로 결정해 발표한 지난 13일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한국이 사드 배치 지역을 발표했다. 중국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국은 자신의 합리적 이익을 위해 단호하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프로세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힌 것으로 외신은 보도했다. 

앞서 6·25 발발 66주년이었던 6월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정상회담 후 한국 내 사드 배치에 강력히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두 나라는 미국이 북한 핵을 막는다는 핑계로 중·러를 겨냥해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려 하며 한국 내 사드 배치는 그 일환이라고 믿는다. 한국 내 사드 배치가 현실화하면서 중국이 미국에 대한 대항력을 키우기 위해 러시아에 더 밀착할 것인가? 중국은 러시아와 도대체 어떤 관계인가?

이런 의문과 관련해 중국의 현직 최고위 외교관의 기고문은 우리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다. '중국의 힐러리'로 불리는 푸잉(傅瑩)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위원 겸 전인대 대변인은 미국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스’ 2016년 1·2월호에 실은 기고문 ‘중국은 러시아를 어떻게 보나 - 중국과 러시아는 가깝지만 동맹이 아니다’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공식적인 동맹을 맺는 데 관심이 없으며 어떤 종류의 반미(反美)·반(反)서방 블록 형성에도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푸잉은 주(駐)필리핀·호주·영국 대사,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역임한 중국의 대표 외교관이다.

푸잉에 따르면 중·러 관계를 보는 서방의 시각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소위 ‘정략결혼’으로서 지금은 친하지만 언젠가는 갈라서리라고 보는 견해다. 다른 하나는 전략적·이념적 요인에 기초한 관계로서 결국 반미·반(反)서방 동맹을 형성하리라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이들 견해는 둘 다 본질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한다고 푸잉은 말한다. 그가 정의하는 양국 관계는 안정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지 정략결혼이 아니다.

냉전종식 이후 국제관계가 변화해 양국이 더 가까워졌을 뿐이다. 중·러 관계는 단기 부침을 거듭하다가 1989년 정상상태를 회복했다. 당시 양국은 “주권과 영토 보전, 상호 불가침, 상대국가 내정에 대한 불간섭, 대등과 상호이익, 평화공존에 대한 상호 존중”에 기초해 쌍무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선언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소련은 해체됐지만 양국 관계는 ‘비(非)동맹, 비(非)분쟁, 어떤 제3국도 겨냥하지 않음’이라는 원칙에 따라 지속됐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신생 러시아연방은 이른바 범(汎)대서양주의적 접근법을 취해 서방의 경제개혁 처방을 따르고 핵무기를 감축하는 등 서방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그러나 1992년 미국과 유럽의 지원 약속 이행이 미흡한 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東進) 거론에 화가 난 러시아는 아시아에 더 관심을 쏟기 시작했으며, 그 해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를 ‘우호국가’로 선언하면서 각자에게 알맞은 발전 경로를 선택할 것을 다짐했다.

그때 이래 중·러 관계는 점차 개선되고 심화됐다. 지난 20년 남짓 사이 쌍무 무역·투자는 크게 확대됐다. 2011년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상대국이 됐다. 2014년 한 해에만 중국의 대(對)러시아 투자는 80% 증가했다. 1990년대 초반 50억 달러였던 양국 간 교역은 2014년 근 1000억 달러로 늘어났다.

그 해 양국은 매년 380억㎥의 러시아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가스관을 2018년까지 건설키로 협정을 맺었다. 양국은 또한 원자력발전, 항공우주제조업, 고속철, 인프라 개발을 포함하는 굵직한 거래를 계획 중이다. 양국은 이와 함께 아시아투자개발은행(AIIB),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신개발은행, BRICS 외환보유 합동자금 같은 새 다국적 금융 제도들에서 협력하고 있다.

양국 안보협력도 개선됐다. 중국은 러시아 무기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가 됐으며, 양국은 공동 무기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논의하고 있다. 양국 방위협력은 인력교류, 공동 훈련 등의 형태로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군 수천 명이 러시아에서 공부했고 많은 러시아군 간부들이 중국인민해방군 국방대학에서 단기 교육을 받았다. 정치적 관계도 강화됐다.

2008년 양국은 수십 년 묵은 영토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 2600마일에 이르는 양국 경계를 공식화했다. 지도자 교류도 활발하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취임 이래 러시아를 5차례 방문했고, 같은 기간 푸틴 대통령은 3번 중국을 찾았다. 여태까지 두 지도자는 모두 12차례 만났는데, 이로써 푸틴은 시진핑이 가장 자주 만난 외국 국가수반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양국 간에 의견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유럽을 지향하며 중국은 아시아에 관심이 더 많다. 러시아는 세계무대에서 뛰어본 경험이 더 많으며 강하고 적극적이며 종종 놀라운 외교 행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외교는 더 반응적이며 조심스럽다. 러시아에는 아직도 “중국의 위협”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2008년 러시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60%는 극동 국경지역으로의 중국인 이주가 러시아의 영토보전을 위협한다고 보았다. 41%는 강한 중국이 러시아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가 하면 19세기 후반 러시아가 병합한 중국영토 60만 평방 마일을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중국인 평론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양국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는 관측을 좀체 뒷받침하지 못한다. 일부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러는 양국 관계를 굳건하게 발전시키려는 열망을 공유하며 국가안보와 발전을 이루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중국은 블록이나 동맹을 추구하지 않으며, 그런 장치가 중국 정치문화에 잘 들어맞는 것도 아니라고 푸잉은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또한 그런 블록을 형성할 의도가 없다는 것이 푸잉의 판단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동맹도, 블록도 추구하지 않으며 다른 나라들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은 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푸잉은 중국 외교의 대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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