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삶에 지칠 때면 가슴 속에 파도처럼 밀려드는 이름, 여행. 황홀한 풍경과 그림 같은 휴식이 펼쳐진 어딘가, 그곳에 일상의 익숙함과 편리함이 빠져있다면 여행은 자칫 고행이 될 수도 있는 법. 그 모든 것이 갖춰진 여행에 품격까지 더해진다면 어떨까. 시애틀에서 누리는 상상체험.

시애틀에 대한 환호

시애틀의 중심에서 시선을 밖으로 향하자 대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놀라운 선물들이 풍요롭게 펼쳐졌다. 도시라는 이미지는 어느새 머릿속을 떠나 훌훌 날아가 버렸고, 대항해 시대의 모험가라도 된 듯 시애틀의 새로운 보물들을 담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을 활짝 열었다.

그렇게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을 누비던 시간, 수도 없이 가슴 속을 타고 올라와 나도 모르게 외쳐대던 환호의 순간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때의 눈부셨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또 한 번 그곳으로 떠나본다.

마운틴 레이니어 스노우슈잉

4392미터의 마운틴 레이니어는 시애틀 시내에서부터 자신의 위용을 자랑했다. 멀리 하얀 눈으로 뒤덮인 정상을 희미하게 드러내 보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시애틀에서 차를 타고 약 2시간, 마운틴 레이니어의 입구가 멀지 않았음은 카우츠 크릭에서 알 수 있었다. 희미하던 마운틴 레이니어의 봉우리가 한 장의 사진처럼 눈앞에 또렷하게 나타났기 때문. 화창한 날이 많지 않아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던 마운틴 레이니어가 파란 하늘과 뒤섞인 광경을 목격하고 나자 설렘 가득한 흥분이 시작됐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난 뒤, 드디어 설산 앞에 섰다. 계절은 무색했고 마음은 급했지만 하얀 눈밭을 걷기 위해서는 스노우슈잉 장비부터 우선 착용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설산 트레킹은 생각지도 못했던, 어느 그림보다도 더 아름다운 풍경들을 끊임없이 내어주었다.

추위를 느낄 틈도 없는 새하얀 대설원, 그 설원을 감싸고 있는 캐스케이드 산맥의 웅장함,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고 활강하는 사람들. 여름을 눈앞에 둔 계절을 도무지 믿기 어려운 풍경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운 마운틴 레이니어를 오르는 길에서 나는 한 명 의 순례자가 되어 먼 길을 떠나온 것만 같았다.

앞을 바라 봐도 뒤를 돌아봐도, 한 바퀴 몸을 회전해 봐도 멈추지 않는 흥분과 환호, 그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감사함. 마운틴 레이니어에 칭해진 이름, 워싱턴에서 가장 값진 것을 뜻한다는 “Washington’s crownjewel”이라는 표현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info 마운틴 레이니어 투어 예약하기

시애틀에서 마운틴 레이니어를 찾아가고 눈 덮인 산을 오르려면 현지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설산에서의 안전을 위해서는 현지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적당한 프로그램을 사전에 알아보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이번 여행에 도움을 준 에버그린 이스케이프 캐스케디아의 경우 시애틀 호텔 픽업부터 장비 제공, 와인을 포함한 런치 서비스 등을 세심하게 준비했다. 예약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시플레인 투어

‘시애틀 라이트들은 휴가를 어디서, 어떻게 보낼까?’, 시애틀 여행 중에 문득 떠오른 궁금증이었다. 캐나다의 밴쿠버와 인접해 있으니 자연이 그리울 때면 국경을 넘어가지 않을까 했던 생각은 레이크 유니온에서 수상비행기를 타고 약 20분간 하늘을 날아 앨더브룩 리조트로 가는 길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 길에 캐나다만큼이나 아름다운 대자연의 풍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구름떼와 끊임없이 눈을 맞추며 수상비행기를 타는 시간은 순수 그대로의 시애틀을 들여다보는 감동으로 남았다.

tip 캔모어 에어

캔모어 에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풀 서비스 수상 비행기 운영 업체로 25대의 비행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연간 2백만 마일 이상을 운항하고 12만5000명 이상의 승객을 운송한다.

시애틀에 두 개의 터미널이 있는데 다운타운 시애틀 북쪽의 레이크 유니온과 레이크 워싱턴의 북쪽에서 16km 떨어진 캔모어에 있다. 산후안 아일랜드, 오크 하버, BC주 빅토리아, 걸프 아일랜드, BC주의 밴쿠버, 인사이트 패시지로 정기운항을 한다.

스페셜 패키지와 단거리 투어에는 스포츠 피싱, 돌고래 관람, 해상 피크닉 등이 있다. 또한 20분 동안 경치를 관람하는 비행관광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tip 아웃도어 준비는 이곳에서

<필슨> 필슨은 1897년 미국에서 골드러쉬가 한창이던 시절, 추 위 속에서 금광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옷과 담요 등 을 만들어 팔던 필슨에 의해 시애틀에서 설립한 브랜드 다. ‘M ight as well, have the Best’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알 수 있듯, 필슨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특히 시애틀에서 는 필슨 스타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애틀을 대표하는 브랜드이다. 질 좋은 가죽, 뛰어난 내구성, 평생 품질보장 서비스 등으로 120년에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REI 플래그쉽 스토어> 1938년 시애틀에서 설립된 RE iRecreation Equipment inc.에서는 다양한 스포츠 웨어와 장비들을 만날 수 있다. 야외 활동에 적격인 높은 품질의 기어 제품들과 의류들이 한데 모여 있는 REI 플래그쉽 스토어는 미국에서 가장 큰 소비자 조합 중 하나. 거의 모든 종류의 아웃도어용품들이 각각의 테마를 통해 구성돼 있어 아웃도어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발길을 멈추게 된다.

퓨젓 사운드 고래투어

시애틀에서 탄생한 세계 최고의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이름은 미국 작가 허먼 멜빌의 유명한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고래잡이배 피쿼드 호의 일등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에서 따왔다. 시애틀은 오래 전부터 고래잡이배들이 드나들던 항구도시로, 지금은 고래를 찾아 떠나는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시애틀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에드몬즈에서 고래를 찾아 떠나는 배가 출발했다. 캐나다 인근의 산후안 아일랜드 근방까지 배를 몰며, 올카(범고래의 현지 표현)가 출현하면 실내에 있던 여행객들을 뱃머리로 불러 모았다.

고래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뛰어나가 보지만 올카를 보는 것은 꽤나 인내가 필요한 일. 또 나타나더라도 꼬리와 몸통을 찰나의 순간 동안만 수면 위로 드러내어 갑판 위에 모인 이들의 함성과 탄식을 끊임없이 자아냈다. 고래를 찾아 나선 투어이지만 볼거리가 고래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퓨젓만의 바다 위에 펼쳐진 올카들의 세상은 시애틀 여행의 흥미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시애틀 맛보는 시간]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은 많지만 시애틀에서만큼은 입안의 호사를 누려도 좋다. 여행의 품격은 우리의 입안에서 마지막으로 그 정도가 가늠되기 때문. 시애틀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맛있는 시간.

   
 
웨스트워드 앤 리틀 굴 그로서리  

자동차 보다는 요트나 카약 등을 타고 가면 더 좋을 만한 레스토랑으로 레이크 유니온 북쪽의 물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레스토랑이다.

최근 시애틀에서 가장 핫한 곳이면서 여러 매 체에 소개된 레스토랑으로 최소 2주 전부터 예약이 필요하다고. 대표 메뉴는 인근의 바다 에서 채취한 신선하고 다양한 종류의 오이스터. 한국에서 먹는 굴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어딘지 조금은 다른 시애틀의 오이스터의 풍미를 정말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다.

입구에는 파라솔과 모닥불이 있어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며 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트라토리아 쿠오코

아마존을 비롯한 현대적인 오피스빌딩들 틈에서 빈티지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를 풍기는 쿠오코는 시애틀의 유명 쉐프 톰 더글라스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쿠오코(cuoco)는 ‘cook’을, 트라토리아(trattoria)는 칵테일과 간단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의미한다.

캐주얼한 분위기 속에서 맛보는 쉐프의 파스타와 안티파스티는 여행을 조금 더 상큼 하고 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아쿠아 바이 엘가우초

미국의 Top10 레스토랑과 같은 다양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아쿠아 바이 엘가우초는 시애틀에 숨겨진 보석 같은 레스토랑이다.

피어 70의 끝부분에 위치하며 시애틀 최고의 워터프론트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스테이크하우스로 유명한 엘 가우초의 시푸드 레스토랑이다.

이미 정평이 난 수준급 요리뿐만 아니라, 럭셔리한 분위기의 실내 장식과 시애틀 최고의 뷰를 감상할 수 있는 윈도우월, 고급스러운 서비스와 세심한 테이블 세팅 등은 시애틀이라는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할 것이다.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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