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 現 베세토 오페라단 음악총감독이자 前 경희대 음대교수 인터뷰

[일요서울 | 박정민 기자] 권용진 감독은 베세토 오페라단의 음악총감독이다. 카르멘, 리골레토 등의 오페라 무대의 음악 총 감독을 맡은 바 있다.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경희대 총동문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3대 민간 오페라단이 있는데, 민간 오페라단의 시초는 김자경 오페라단이다. 권용진 감독은 그 중 하나인 서울 오페라단의 음악총감독을 78년도부터 약 30년 동안 역임했다. 이후 3년 전부터 베세토 오페라단의 총 감독을 맡고 있고 대한민국 작곡가 연맹 회장이기도 하다.

 

‘Dein ist mein ganzes Herz’는 독일어로, 그대만이 유일한 내 사랑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음악 등의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은 보통 예민한 감수성과 순수함, 그리고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고들 한다.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예술가도 있지만 그 순수함을 무기로 삼아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권용진 오페라단 총음악감독은 후자에 속한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열정으로 가득 차 웬만한 중년 남성보다 더 젊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킬 정도였다.

권 감독이 가르쳤던 학생이 이미 중년을 넘어섰다니 권 감독의 나이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법도 한데 30대인 기자와의 대화에도 아무런 카르텔이 없었다. 본인의 뜻 깊었던 예술 공연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 할 때는 울그락 불그락 하며 행복한 표정으로 그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그의 열정 가득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권용진 감독은 중2때부터 작곡을 시작했다고 한다. 중학교 시절 피아노 연주를 하던 중 악보가 없이도 즉흥 연주를 잘한다는 것을 알아챈 선생님의 권유로 조그만 작곡 경연 대회에 나갔고 그곳에서 입상을 했다. 그 전에 작곡을 공부한 적도 없었고 그냥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갔을 뿐이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작곡을 계속 해 보라고 이야기 했으나 막상 그의 부모는 음악 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다. 아버지가 안동 3대독자 이다 보니 서울상대를 가라고 하면서 음악을 만류한 것이다. 권 감독은 음악을 하겠다고 계속 고집을 부렸고 그럴수록 부모와의 갈등은 깊어졌다. 오랜 시간 괴로운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괴롭고 고통스러우니까 음악에 더 심취하게 되더라구요. 청개구리 같은 기질이 있었던 것 같아요. 끝내 음악을 하겠다고 고2때 가출을 감행하게 됐고 정말 어린 나이에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생을 했어요. 스스로 벌어서 학교를 다녀야 하다 보니 부모님 슬하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랑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죠. 지금도 잊히지 않을 만큼 고생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때 힘들게 고생했기 때문에 나름의 성공을 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사람의 기질이나 소질은 대체로 집안에서 물려받기 마련이다. 집안에 그러한 행적을 가진 사람이 꼭 한 명씩은 있기 때문. 역시나 권 감독의 친가 할아버지 쪽에 조선 말기에 조정에 나가서 악기를 연주하는 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이라는, 예술이라는 장르가 잘되기가 너무나 힘들고 보통은 가난하게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님이 극구 반대를 하셨던 것 같다”고 권 감독은 회상했다.

이후 경희대학교를 장학생으로 들어가게 된 권 감독은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며 동아 콩쿠르 등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신문에도 여러 번 실렸다.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독일에 3년 동안 유학을 하고 돌아와 작곡가 출신 중 가장 먼저 교수가 됐다. 80년대에 독일 쾰른국립음악대학에 파견교수로도 일한 바 있다.

 

▲ 권 감독이 유학시절 많이 지나다녔던 쾰른 Dom 성당

작곡의 소재는 일상생활이나 주변 인물 등의 환경이라고 한다. 작곡의 소재는 특별히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을 하다가 영감을 받거나 주변인과의 어떤 활동 중 감명 받은 부분이 있을 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작곡을 하고 음악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주로 작곡하는 음악 장르는 현대 음악이다. 1920년대 이후에 당시 기존의 고전 음악의 장르를 파괴하고 변형한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던 음악이다. 바로크, 고전, 낭만 음악을 거쳐 탄생한 장르로 현 시점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기도 하지만 미래 지향적 가치를 갖는 음악이기도 하다.

권 감독은 작곡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기와 같은 순수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음악과 스스로의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와서 하는 음악은 정말 다르다고 했다. 본인이 그것을 좋아해야 마음에서 우러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연 무대에 있어서 음악 감독의 역할은 음악 본연의 순수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음악 총감독은 음악이 전체적으로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 이에요. 음악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예를 들면 지휘자가 공부를 안 했다든지 작품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하는 것, 작곡가들이 이런 것을 캐치를 잘하죠. 음악 본연의 의미를 살리는지 못하는지 그런 부분에 관한 체크를 하는 것입니다. 지휘자가 본인 나름의 해석을 해서 빼고 붙이고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것들을 총괄적으로 점검하고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음악 총감독입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인, 음악감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권 감독은 “목표를 갖고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다 보면, 또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면 끝내 그 꿈을 이루어질 수 있다” 라는 것을 믿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주어진 환경을 탓하거나 불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이든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성공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춘향전과 황진이 등 토종 오페라 발굴에 힘써

 

▲ 이탈리아 푸치니 페스티벌 춘향전 공연 모습

우리나라 고유의 토종 오페라인 춘향전과 향진이는 지난 2014년 제 60회 이탈리아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공연됐다. 권 감독은 해당 공연에서 음악 총감독을 맡았다. 그보다 앞서 2012년에 중국 항저우에서, 2013년에는 중국 심천에서도 공연된 바 있다.

권 감독은 올해 7월 중순께 독일로 넘어가 독일에서 우리나라 토종 오페라인 춘향전을 공연할 수 있도록 힘썼다. 오페라 춘향전은 1976년도에 2관 편성 오케스트라로 초연됐다. 해당 공연은 문화방송(現 MBC)의 의뢰를 받아 서울 오페라단의 주최로 공연이 이루어졌다.

권 감독은 당시 앞서 1950년대에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바 있는 故 현제명 박사의 춘향전 악보를 현제명 박사의 부인으로부터 넘겨 받아, 피아노곡으로 돼 있는 악보를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했다. 해당 공연은 지금의 KBS 교향악단인 국립교향악단의 연주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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