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7월21일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브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했다. 그는 “이제는 글로벌리즘(Globalism:세계주의)이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미국주의)이 우리의 새로운 신조(信條)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그 밖에도 수락연설에서 한·미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으면서도 “(미군주둔에 대해 한국이)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몇 달 전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라고 했고 “한반도에 전쟁이 나도 미국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후보 수락 연설 하루 전인 20일 뉴욕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발틱 3개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다 해도 그들이 “국방비 지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면 개입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는 대외무역과 관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우리의 제조업을 파괴할 뿐 아니라 미국을 외국 정부의 결정에 종속”시킨다며 TPP는 “절대 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과의 교역관계에 대해서도 “중국과의 끔찍한 무역협정을 완전히 재협상할 것”이며 “불법 상품덤핑, 파괴적 환율조작 등을 중단시키기 위한 제재도 취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과 군사불간섭주의에 바탕한 ‘미국 우선주의’에 우리나라는 물론 관련국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데 연유한다. 다른 하나는 그가 당선된다 해도 세계2차대전 후 얽히고설켜온 자유무역과 글로벌리즘을 손바닥처럼 쉽게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7월19일 유권자 성향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은 76%에 이른다. 그런데도 공화당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너덧 가지이다. 첫째 자유무역으로 일자리를 빼앗긴 백인노동자 및 저소득층의 기존 정책 불만, 둘째 중남미와 이슬람계 이민 유입에 대한 불안감, 셋째 대외 군사개입으로 인한 인적 물적 손실 부담, 넷째 트럼프의 기존 틀을 깨는 파격적인 정책 제시와 말재주에 대한 매력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공직 경험과 외교안보 지식이 전혀 없다. 변덕이 심하고 막말하며 식언(食言)을 일삼는다. 적지 않은 공화당 중진들은 물론 공화당 출신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밋 롬니 와 존 매케인 전 대선 후보들도 트럼프가 전통적인 공화당 노선을 일탈했다고 해서 반대한다. 선거사상 유례없는 공화당 분열이고 그런 분열 속에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를 누를 수는 없다.

설사 트럼프는 당선된다 해도 반세기 이상 지켜 온 미국의 대내외 정책을 아돌프 히틀러가 아닌 이상 하루아침에 뒤엎을 수는 없다. 거기에 더해 트럼프는 자주 식언하는 사람이라는 데서 ‘미국 우선주의’도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게 된다면 얼버무려 갈 수 있다.

또한 일부 공화당 중진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자기들의 전통적인 공화당 노선 조언에 ‘귀를 기우릴 것’이라고 한다. 1996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밥 돌도 트럼프는 ‘타협 조정자’라고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자기의 보호무역과 전통적인 자유무역주의를 ‘타협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데서 더욱 그렇다. 그러면서도 클린턴이 당선된다 해도 우리나라는 트럼프가 띄운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가 한미관계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면밀히 분석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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