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이성적 판단과 감정을 조절하는 인체 신호감지체제의 주체다. 지극히 미량으로 신호체제를 전달하지만 부족하거나 넘칠 경우 몸에 이상신호를 보낸다.

혹자는 호르몬에 대해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이성의 작용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의 장난'이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뇌의 사고나 감정의 결과물은 전기적 신호나 호르몬의 작용에 큰 영향을 받는다. 호르몬은 인체의 대사에 깊숙이 관여하는 동시에 생리, 병리 심지어 정신적인 영역까지 주관하는 물질인 것이다.

인체의 뇌하수체, 부신피질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 외에도 갑상선 역시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갑상선은 목 부위 앞에 있는 붉고 단단한 기관으로 후두를 아래에서 U자 형태로 둘러싸고 있다. 이 갑상선에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 갑상선 호르몬을 방출한다.

또한 기초대사율을 결정하는 주요인자로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합성과 분해에 영향을 미치며 신체 성장을 위한 단백질의 분해합성에도 관여한다. 또한 심박동수와 수축력을 증가시키고 심박출량을 증가시킨다. 성장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쳐 갑상선 호르몬이 정상적이지 않으면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신경계의 발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호르몬이다.

최근 생활습관과 식생활이 서구화, 산업화 되면서 갑상선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들이 점점 증가되는 추세다. 특히 갑상샘 항진증으로 대표되는 갑상선 중독증이 대표적이다. 갑상샘항진증(hyperthyroidism)이란 갑상선호르몬의 합성 및 분비가 지속적으로 증가되어 갑상선 기능이 항진된 상태를 말한다. 전 연령층에서 발생하지만 특히 20-40대의 비율이 높고 여성이 남성보다 약 4-8배 높게 나타난다.

갑상샘항진증은 기초대사율의 증가, 발한의 증가, 빈맥, 체온증가, 신경질, 화, 흥분, 안절부절, 불면증, 체중감소, 근육소모, 식욕증가, 월경불순, 안구돌출등의 다양하고 심각한 증상들을 발생시킨다. 이 질환은 전신에 걸쳐 나타나는 질환으로 인체의 전반적인 대사항진증상이 발생하여 환자의 정상적인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하기도 한다.

양방적인 치료는 호르몬 투여, 방사선 요오드치료, 수술요법증이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므로 근본적 치료는 자가항체생산을 억제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방법이 없고, 갑상선호르몬 생산량을 조절하며 정상 갑상선기능을 유지키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약물치료에 대해서는 재발율이 약 50%정도에 이르고, 과민반응에 의한 다양한 부작용이 흔히 나타난다. 또한 방사선 및 수술치료에 대해서는 이후 갑상샘저하증이 유발되어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등 한계점과 부작용이 많다.

한의학에서는 갑상샘항진증을 영류, 토안, 경계, 정충, 소갈, 번조등과 유사하게 보고 이 질환에 대하여 간울기체, 간화항성, 음허휴손, 기혈허약, 담습응결 등으로 변증하여 치료하고 있다.

증상이 워낙 광범위하고 다양하여 치료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처방 역시 증상에 맞게 각각 처방되고 있다. 임상적으로 한약으로만 치료하거나, 한약과 양약을 병행해 치료한 많은 임상례들이 발표되고 있고, 그 효과도 매우 우수한 것으로 많은 연구에서 발표되고 있다.

사상체질의학에서는 직접적으로 갑상샘항진증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증상들을 살펴보면 각 체질별로 관련되는 어구들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치료하고 있다. 체질에 따른 호르몬의 차이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통계학적으로 큰 유의성은 없으나 소음인(少陰人)이 비교적 갑상선 호르몬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고, 각 체질에 따라 갑상선 호르몬의 양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인의 경우 비교적 단소(短小)한 체구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다른 체질에 비해 갑상샘항진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고 볼 수 있으나 만약 나타난다면 소음인 울광증(鬱狂症)의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소음인은 상하의 기운이 소통이 되지 않을 경우 차가운 증상을 주로 이루는 본인들의 평소 증상과 다르게 두통, 변비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열상을 보이는데 이러한 증상이 갑상샘항진증의 증상과 통하는 면이 있다. 만약 소음인이 갑상샘항진증으로 진단받으면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양인(少陽人)의 경우 흉격열증(胸膈熱症)의 증상이 갑상선기능항진증과 병리와 증상이 가장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논문등을 살펴보면 소양인 갑상선기능항진증에 소양인 흉격열증에 사용하는 양격산화탕(凉隔散火湯)을 이용하여 효과를 본 연구가 발표되었다. 태음인(太陰人)의 경우 간수열리열병(肝受熱裏熱病)의 병리를 적용하면 상기한 갑상선기능항진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경우 태음인의 간열(肝熱)을 제어하는 갈근해기탕(葛根解肌湯) 등의 처방을 이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으로 판단된다.

갑상샘항진증의 치료는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한방학적 접근으로는 열 발생의 실체를 파악해 치료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특히 한번 발병하면 쉽게 낫지 않는 질병이므로 꾸준히 치료에 임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생활습관, 음식섭취등을 동반해야한다.

<참보인 한의원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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