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운종가(雲從街)’라고도 불렸던 광화문-종각 일대. 많은 사람이 구름 같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거리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 말처럼 몇 백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구름떼같이 몰려들고 있는 서울의 중심 상권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업무지구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상권으로 발돋움하는 ‘현재진행형 상권’인 광화문 종각상권에서는 수많은 업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이곳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들과 현재 이 상권을 중심으로 뜨고 지는 업종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광화문은 오랜 시간 서울의 문화와 경제, 언론 등 중심가이기는 했지만 바로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정비가 다 이뤄지지 않은 비교적 오래된 느낌의 지역이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도심 재개발과 함께 대형빌딩이 들어서면서 이 곳은 새로운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일대에 대형빌딩들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로드샵 매장들은 빌딩 안으로 들어가는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4월 글로벌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광화문 D타워 1층에 입점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쇼핑 상권이 아닌 업무지구 한 가운데 SPA 브랜드 매장이 문을 여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D타워 대로변 전면은 노천카페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SOHO(小好)골목’이라고 명명된 이곳에는 스페셜 티를 판매하는 ‘스타벅스 리저브’를 비롯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카페 프랜차이즈 ‘폴바셋’, 베이글 맛집 ‘포비’ 등이 들어서 있다. 종로구청 뒤 더케이트윈타워 1층의 브런치 카페 ‘카페마마스’도 역시 핫플레이스다. 이렇게 1층에 카페들이 모여 있는 것은 서울 주요 빌딩 1층에 카페가 가장 많다는 최신 조사결과와도 무관하지 않다. 10년 전만해도 가장 많던 은행들은 IT기술의 발달로 대형빌딩 1층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추세다.

카페 열풍은 1층뿐만 아니라 지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종로구에서 발표한 지하 공간 연결 보행도로 사업 계획으로 점차 ‘넓어진 지하’ 공간도 새로운 상권 이슈로 자리 잡았다.

내츄럴 베이커리 ‘브레댄코’는 세종문화회관 후원으로 연결된 광화문역 1번 출구 지하 2층에 100평 규모의 직영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개찰구 바로 앞에 위치한 이곳은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을 찾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많은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다. SCAA(미국 스페셜티)에서 인증한 고급원두를 사용한 아메리카노와 특허 받은 된장발효종 빵이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에게 식사대용으로 사랑받고 있다.

지하철 매장 같은 특수상권이 높은 수익성과 유리한 위치 선정으로 주목받으면서 수도권 지하철역 상권에서 우위를 가진 브레댄코도 핫브랜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브레댄코는 지난 지난 6월 서울도시철도공사 입찰을 따낸 김포공항역 역사매장의 새 점주를 찾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하 매장 강세는 광화문·종각 일대 지하를 보행로로 연결되고 새로운 지하상가가 들어서면 더 커질 전망이다. 이미 광화문역과 종각역을 연결하는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됐다. ‘강북판 코엑스몰’이 조성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총 586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17년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외식업체 가운데는 D타워 1층의 ‘매드포갈릭’의 인기가 좋다. 2015년 8월 들어선 이곳은 매드포갈릭 브랜드 전체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곳이다. 이 매장은 독일의 국제 디자인상인 ‘201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2016 Red Dot Award)’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부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갈릭스노잉 피자’외에도 올 여름 시즌 메뉴로 출시한 ‘지중해 7종 메뉴’도 새로운 관심 대상이다.

과거 딱딱한 업무지구였던 종각은 이제 높아진 건물들과 넓어진 지하 상권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종각역 부근 종로 1~2가가 ‘젊음의 거리’라고 불렸던 것은 사실 80년대부터다. 그전에도 많은 젊은층이 찾던 곳이지만 1982년 통금이 해제되  더욱 활기를 찾으면서 황금기를 맞이했다.

한동안 강남에 중심가의 지위를 빼앗겼던 종로가 2007년부터 정비사업을 거쳐 노점과 좌판을 옛 ‘피아노길’로 규격 정리시키고 2009년 6월 ‘젊음의 거리’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강남역 뉴욕제과’가 90년대 약속장소를 대표한다면 요즘은 ‘종각역 4번 출구’가 있다. 바로 이 4번 출구 골목으로 들어서면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상권 1등으로 올라선 쌀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미친닭(米親닭)’이 있다. 쌀치킨, 쌈닭, 크래프트가 비어를 앞세우며 시장을 개척 중인 미친닭은 특유의 맛과 풍미를 지닌 제품으로 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미친닭의 쌀치킨은 국내산 쌀 100% 튀겨내 더욱 바삭한 치킨의 식감을 살려냈다. 밀가루가 아닌 쌀로 튀겨 기름 흡수가 덜해 담백하고, 수분함량도 많아 소화도 더 잘된다. 또한 시간이 지나도 튀김옷이 눅눅해지지 않아 갓 조리한 맛 그대로 유지된 상태로 즐길 수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이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여기에 허니크림치즈, 적양파, 칠리소스 등 다양한 맛의 토핑소스와 또띠아를 곁들어 싸먹는 ‘미친쌈닭’은 미친닭의 성장을 이끌어낸 1등 공신이다.

가족 외식으로 유명한 외식 프랜차이즈의 강자 ‘이바돔’은 새 변화의 시작을 종각역으로 삼았다. 얼마 전 전남 영광으로 본사를 이전하고 대규모 물류센터를 준공한 이바돔은 올 하반기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2016년 가을 이바돔 종각점은 미국에 인테리어 형태로 리뉴얼될 계획이다. 말하자면 ‘글로벌 이바돔’의 주춧돌이 되는 것이다. 이바돔이 종각역 상권을 ‘변화의 안테나’로 삼은 것은 이 상권이 가진 의미가 크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산 수입육 전문식당 ‘참토우’는 데이트 코스, 회식장소, 가족 외식 코스로 환영받는 곳이다. ‘착한 가격’으로 유명한 이곳은 진꽃살, 토시살, 살치살 등 특히 인기 메뉴들이다. 손님들로 가득한 종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가시는 가격표’다. 이곳에서 먹지 않고 직접 사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종각역 부근에는 BBQ, 오빠닭, 신마포갈매기 등과 스몰비어와 같은 다양한 주점, 100여 개에 달하는 카페 등이 모여 있어 24시간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곳을 창업 입지로 삼지 않더라도 새로운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트렌드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공존하는 이곳을 찾아가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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