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살아보니 <저자 김형석 / 출판사 덴스토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금주의 신간, <백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은 97세라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사색적이며 서정적인 문체로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남긴 수필가로 알려져 있다. 철학과를 졸업하고 30년 동안 후학을 양성하는 데 평생을 다한 교수는 100세 시대를 맞아 불안하고 갈피를 못잡는 독자들에게 나직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삶에 대해 논한다.

한국 철학의 대부가 90세 고지에서 바라본 인생에 대해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모두가 겪어야 하는 과제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인생의 삶과 죽음에 대한 포괄적인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할수 있는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현재 저자는 1960년대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남긴 작가답게 97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저작과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보며 깨달은 삶의 비밀들을 나누는 향기로운 책이다.

 인생을 나이듦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말한 저자는 "인생은 힘들었던 과정도 행복이다"고 다정하게 말한다.

백년을 살아본 자의 삶

행복은 누구나 원하지만 행복에 대한 잣대는 사람마다 다르다. 저자는 인생이 ‘운명’도 ‘허무’도 아닌 ‘섭리’라고 말한다.

1부에서 말하는 ‘행복론’에서 행복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한다. 보통 사람들은 성공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공한 사람이 행복지수가 높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성공과 행복의 함수 관계는 다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삶이 행복하며, 성공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주어진 유능성과 가능성을 다 발휘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

이러한 논리로 정성 들여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실패가 없으나 게으른 사람에게는 성공이 없다고 역설한다.
특히 ‘재산과 행복의 함수 관계’에 대해 저자는 명확한 입장을 취한다. 저자는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행복하며, 이런 사람이 사회에 기여한다”고 충고한다. 각자가 다른 재산 수준은 개인의 인격 수준만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저자와 돈독한 관계에 있는 친구들 이야기가 여럿 나온다. 인생 첫 친구였던 영길이, 초등학교 때 친구 김광윤 장로, 중·고·대학교 때의 허갑과 박치원을 언급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저자의 인생에서 소중한 인연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만난 두 친구인데, 서울대의 김태길 교수와 숭실대의 안병욱 교수다.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렸던 이들은 반세기 동안 선의의 경쟁을 벌인 긴밀한 관계였다.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인촌 김성수 선생 다음으로 자신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이 두 친구였다고 고백할 정도다.

제5부로 마무리되는 책은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보통 노년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65세부터 80세까지를 저자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강조한다. 절친이었던 김태길 교수는 76세 때 ‘한국인의 가치관’에 관한 책을 내놓았고 안병욱 교수는 89세까지 계속 일했다. 또한 저자 자신은 60세가 되기 전까지 “모든 면에서 미숙했다”고 고백한다.

저자가 남긴 책으로 <현대인의 철학>,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예수> 등이 있고 다수의 베스트셀러 중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는 피천득의 뒤를 이은 수필계의 대표적인 저서로 한 해 60만 부 판매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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