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딜레마’ 기술·약점 노출돼 집중 타깃

▲뉴시스 유도 66kg급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파비오 바실에게 한판패를 당한 뒤 아쉬워 하고 있는 안바울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양궁에 이어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가 무색할 만큼 2016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유도가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금메달 2~3개를 따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노 골드의 위기로 벼랑 끝에 놓였다.

지난 9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유도 -73kg에 출전한 안창림이 16강전에서 패배했다.
 
한국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이원희(남자 73)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최민호(남자 60)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김재범(남자 81)과 송대남(남자 90)이 시상대 맨 위에 올라서는 등 최근 3개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 1~2개는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난 9일까지 한국이 보유한 세계 랭킹 1위 선수 3(김원진·안바울·안창림)이 모두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이로서 초반 부진으로 16년 만에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할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은 60급 김원진과 66급 안바울, 73급 안창림 등 3개 경량 체급에서 세계랭킹 1위를 석권했다. 때문에 이들 삼총사를 바탕으로 복수의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당연했다. 실제로 서정복 유도 대표팀 감독은 리우로 떠나기에 앞서 남자는 모든 체급이 메달 후보라고 장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한국은 경량급 삼총사의 최대 걸림돌을 일본 선수들로 보고 이들을 이기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으나 실제론 유럽에 밀려 쓴 맛을 봤다.
 
10일 현재까지 한국이 보유한 세계 랭킹 1위 선수 3(남자부 김원진·안바울·안창림)이 모두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유도 대표팀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유도 전체로 봐도 지난 9일 경기가 끝난 남·6개 체급의 세계 랭킹 16명 중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여자 52급의 마일린다 켈멘디 단 한 명뿐이다. 왜 이런 ‘1위의 좌절이 벌어지는 걸까.
 
세계 랭킹은 국제유도연맹(IJF)이 주최하는 국제대회의 랭킹 포인트를 합산해 매긴다. 큰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낼수록 많은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세계 랭킹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대회에 자주 나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의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계 랭킹이 올라갈수록 부담도 커진다고 지적한다. 다른 선수들의 집중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를 많이 소화하면 기술이나 약점도 쉽게 노출된다. 그래서 세계 랭킹이 높은 선수가 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역습을 당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 유도 전문가는 상위 랭커는 선글라스를 끼고, 벌거벗고 뛰는 것과 같다“1위 선수가 10위권 선수들의 영상을 1~2번씩 돌려볼 때 10위권 선수들은 1위 선수의 영상을 10~20번 집중 연구한다고 했다. 한국 여자 유도 정보경(세계 8)8강에서 세계 1위 선수를 꺾고 깜짝 은메달을 따낸 것도 같은 이유라는 해석이다.
 
또 심리적으로도 랭킹이 높은 선수는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큰 반면 하위 랭커는 부담이 덜한 도전자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김원진과 안창림의 몸이 무거워 보인 것도 이런 심리적 요인이 크다고 봤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윤현 용인대 교수는 랭킹이 올라가면 잃는 것도 따라온다선수에 따라 전략적인 랭킹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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