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레슬링과 복싱 등 일부 경기에서 심판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메달과 승부가 갈렸다. 우리나라의 레슬링의 김현우(28), 펜싱의 전희숙(32) 선수가 편파판정에 희생됐다. 이 배경에는 러시아 커넥션이 숨어 있다. 러시아는 레슬링 펜싱 유도 사격 등의 최상위단체를 장악하고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기에 두 종목은 그 어둠의 힘이 올림픽까지 뻗혔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현우는 지난 14(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나 아레나2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16강전에서 러시아의 로만 블라소프에게 57로 패배했다. 김현우가 러시아의 로만 블라소프을 상대로 4점짜리 기술을 성공했는데도 2점밖에 인정받지 못해 패했다. 이에 더해 김현우를 꺾고 올라간 블라소프가 4강전에서도 잠시 실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승에 진출하는 등 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판의 판정이 메달을 바꿨다. 16강전에서 김현우는 경기종료를 10초가량 남기고 3-6으로 뒤지는 상황에서 4점짜리 가로들기를 성공했지만 심판이 2점으로 판정했다. 한국의 챌린지(비디오판독)에서는 3점으로 정정한 뒤 블라소프에게 이유를 알 수 없는 1점을 부여했다. 경기를 마치고 김현우의 1점을 다시 깎았다.
 
김현우는 이 체급 세계랭킹 2, 블라소프는 1위다. 이들은 추첨으로 대진표를 그린 올림픽에서 우연히 첫 판 상대로 만났다. 상대전적은 11. 16강전에서 서로를 제압하면 금메달까지 수월하게 달릴 수 있었다.
 
안한봉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세계레슬링연맹(UWW)에 제소할 계획이었지만, 소용없을 것이란 이유로 포기했다. 애당초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계 인사들이 UWW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네나드 라로비치 UWW 회장은 세르비아, 실무부회장은 러시아 출신이다. 올림픽 레슬링 심판 40명 중 25명은 러시아와 함께 옛 소련을 구성했던 연방국가 출신들이다.
 
안 감독은 “(국가별 단체에) 힘이 있으면 이기고 없으면 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올림픽에서 레슬링이 퇴출됐던 이유도 이런 문제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의 커넥션이 있던 종목은 레슬링뿐만이 아니다. 전희숙이 오심으로 울었던 펜싱도 러시아가 장악했다. 전희숙은 지난 9일 여자 플뢰레 개인전 16강에서 러시아의 아이다 샤나에바에게 1115로 졌다. 9-12로 뒤진 3라운드에서 샤나에바의 공격을 차단하고 찌르기에 성공했지만 심판은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엉뚱하게 샤나에바가 득점했다. 국제펜싱연맹(FIE) 회장은 샤나에바와 같은 러시아 출신 알리셰르 우스마노프다.
 
러시아에 유리한 판정이 작용했다는 의혹은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등 다른 국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리우올림픽 펜싱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10. 그 중 4개를 러시아가 가져갔다. 러시아가 옛 소련을 해체하고 올림픽 펜싱에서 수확한 금메달은 이탈리아(48) 프랑스(41)5분의 1 수준인 9개다.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김정환(33)이 산드로 바자드제(그루지아)와의 16강전에서 연속 3득점을 인정받지 못한 오심도 8강에 먼저 진출한 러시아의 니콜라이 코바레프에게 유리한 대전 상대를 밀어줄 목적이 아니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현우가 16강전에서 러시아 선수를 만나 판정논란 속에 패해 동메달에 그친 가운데, 복싱에서도 러시아 선수에게 유리한 편파판정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6(한국시간)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복싱 헤비급 결승전에서 러시아의 예브게니 티셴코는 카자흐스탄의 바실리 레빗을 만나 경기 내내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공격을 주로 레빗이 주도했고, 티셴코가 레빗에 주먹이 맞아 출혈을 일으키며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3명의 심판진 중 한 명이 1라운드에서만 레빗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심판진들은 티셴코의 손을 들어줬다.
 
납득할 수 없는 판정에 관중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경기가 끝나고 티셴코의 승리가 선언되자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고, 시상식에서 티셴코가 금메달을 수여받을 때와 러시아 국가가 연주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반면 레빗이 은메달을 수여받을 때는 관중들은 시상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레빗이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정숙을 요청할 정도였다.
 
판정논란 속 금메달을 획득한 티셴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관중의 반응에 당황스러웠다만약 심판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판정에 오류가 있다면 레빗에게 안타까운 감정이 들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심판이 내 승리를 선언한 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에 패한 레빗은 내 생각에는 내가 이긴 것 같았고, 코치들도 내 경기에 만족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면서도 심판진이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그런 근거가 있을 것이라며 심판진의 결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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