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일년에 단 한 번, 우리 가족이 함께 비행기 타고 떠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여름휴가.
부부의 휴식도 책임지고 자녀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면서 가족애를 한껏 충전할 수 있는 곳을 부지런히 찾았다. 태국 왕실이 찾는 태국의 대표 가족 휴양지 후아힌. 올 여름 가장들에게 이 만한 희소식이 또 있을까.

예쁜 초등학생 두 딸과 한창 재롱이 넘치는 다섯 살 귀염둥이 막내를 둔 도희네 엄마 아빠는 평소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이야말로 가족이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왔다. 주로 주말을 이용해 가족여행을 다니며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다양한 ‘꺼리’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올 여름 휴가지로 눈에 띈 곳은 태국의 후아힌이었다.

후아힌은 태국 왕실의 별장이면서 조용한 가족휴양지로 주로 상류층이 즐겨 찾는 곳이다. 태국의 여느 유명 휴양지들과는 달리 유흥시설이 없으면서 태국의 아날로그 감성이 도시 곳곳에 물들어 있기로 유명한 곳.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워터파크와 다양한 테마공원들을 갖추고 있고, 아름다운 해변과 태국의 전통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볼거리들이 도처에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는 마켓들과 흥미로운 체험거리들도 넘쳐나는 곳이다.

게다가 안락한 휴식과 특별한 재미가 기다리는 리조트와 싱싱한 해산물로 요리한 맛깔스러운 음식들, 잠시 힐링의 세계로 인도하는 전통마사지와 스파까지. 온 가족 오감만족 여름휴가지로 오래도록 기억될 그곳으로 떠났다.

후아힌의 인사동 쌈지길 플런완

플런완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정문을 바라봤다. 이름만 들어서는 쉽게 짐작이 되지 않는 곳이기에 정문의 웅장하면서 고풍스럽고 또 현대적인 모습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플런완의 속살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떠오른 곳은 서울 인사동의 쌈지길이었다.

옛 재래시장을 현대식으로 탈바꿈시킨 이곳은 다양한 물건을 파는 쇼핑센터이지만 마치 하나의 예술촌을 보는 것 같다. ‘Play and Learn’, 흘러간 과거의 모습을 새로운 트렌드로 발전시켜 후아힌의 새로운 힙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플런완의 주 고객은 태국의 2030들.


잔뜩 멋을 부리고 이곳을 찾은 그들은 요즘 우리나라의 그 나이 또래들이 그렇듯 재미있는 포즈로 사진을 찍고 예쁘장한 먹거리들을 맛보면서 쇼핑을 즐기고 또 후아힌의 과거를 배우고 경험한다. 그렇다고 플런완이 태국인들만의 즐거움은 아니다.

어른들도 이곳에서만큼은 쇼핑홀릭에 빠져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 한편에 깜찍하고 작은 놀이공원도 마련돼 있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그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하늘 위 왕의 궁전
프라 나콘 키리 역사 공원

방콕과 후아힌 사이에 위치한 펫차부리로 향했다. 산 위에 우뚝 솟은 왕궁, 프라 나콘 키리 역사 공원과 박물관이 있는 곳으로 흔히들 카오왕(궁전산)이라고 부른다.

왕궁과 박물관이 산 위에 있기 때문에 먼저 산을 올라야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꽤나 안락하게 생긴 케이블카를 타고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펫차부리를 조망하며 급경사를 오르면 어느새 왕궁이 있는 정상에 다다른다.

이때, 한 아이가 짧은 비명을 질러 모두가 그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어디서 나왔는지 야생 원숭이들이 달려온다. 사람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쳐버리는 원숭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도희네 가족은 다함께 원숭이를 따라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다이아몬드의 도시’라는 의미를 지닌 펫차부리의 전망대 프라 나콘 키리 왕궁은 방콕 왕조의 라마 4세(재 위 1851~1868)가 건설한 별궁으로 라마 4세, 5세, 6세가 이곳 펫차부리에 여름 별장을 지어 펫차부리는 ‘세 궁전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왕궁과 사원은 자주 마주치던 태국의 화려한 사원들과는 완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돌로 지어진 빛 바랜 건물들은 장인의 섬세한 손길을 그대로 간직한 채 뛰어난 건축미를 보여주고 주변에 산뜻하게 장식된 릴라와디 나무와 알록달록한 꽃들이 그 담백한 아름다움에 빛을 더한다.

또 사방으로 펼쳐지는 펫차부리의 전경은 여행자의 마음을 더욱 평화롭게 만들어주니, 어느 것 하나 크게 화려할 것 없는 왕궁 프라 나콘 키리에서 가슴 속에 남은 것은 화려함과 기품 있는 모습뿐이다. 입장료(케이블카 왕복) 성인 200바트, 어린이 15바트 키 90cm 미만은 무료

왕가의 여름 별장
마루카타이야완 궁전

라마 6세는 1923년 차암 지역의 아름다운 해변가에 자신의 여름 별장을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 후아힌과 차암 일대의 해변이 날씨가 좋은 날에는 유명한 푸켓, 끄라비 등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확실하게 대변하는 곳이 아닐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마루카타이야완으로 향했다.

‘왕의 별장이라면 그 정도는 되겠지’ 하는 생각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입구로 들어서는 아이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해 보인다. 궁전에 들어가기 전에는 우선 드레스코드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과거 왕들이 재위하던 시기에는 요일별로 옷의 종류와 컬러가 정해져 있었다고 하는데 직원이 개개인의 복장 상태를 보고 준비해주는 대로 입고 들어갔다. 초록 정원의 한가운데쯤에 태국 전통양식과 남유럽의 건축 양식이 잘 조화된 2층 높이의 궁전 건물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그 앞으로 푸른 바다가 아득하게 자리 잡았다.


궁전에 올라 바라보는 해변은 왠지 더 고요하고 평온하다. 마치 나의 앞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마음이 든다. 아마  이곳에 머물며 휴가를 즐기던 왕들의 마음이 그랬을 것이다. 궁전 내부에는 관심 가는 물건들이 많다. 국왕이 사용하던 침실과 서재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당시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다.

건물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벗어야 하고 사진 촬영은 금지돼 있다. 그만큼 왕가에 대한 태국인들의 존중과 애정을 이곳에서 엿볼 수 있다. 개장시간 목요일~화요일 오전 8시 30분~오후 4시 30분, 수요일 휴무.

아날로그 감성
후아힌 기차역

1924년 세워진 후아힌 기차역은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 중 하나다. 대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의 후아힌에서 그래도 번잡한 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기차역을 바라보는 순간, 마치 세상이 오래 전에 멎어버린 것만 같은 착각에 빠졌다. 붉은 나무 기둥에 새겨진 시간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그 때의 그 감성 그대로 현재의 우리에게 전해져왔다.


‘Hua Hin’이라고 적힌 역사 내의 입간판은 그렇게 어느 곳에서보다 더 뇌리에 진하게 남겨졌고 철길 옆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노승들의 모습에서 묵묵히 흘러온 세월을 실감할 수 있다. 후아힌이라는 세 글자가 가장 깊게 각인돼 있는 후아힌 기차역은 그래서 이곳을 찾은 모든 이들의 감성을 충만하게 해준다.

여전히 기차가 서고 또 떠나는 역이지만 후아힌 기차역을 찾는 사람들은 후아힌의 아날로그 감성을 가슴에 또 사진에 담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뭉클하게 느껴지는 이곳에서 다섯 살 막내는 아빠의 스마트폰으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담으려고 애를 쓴다.

그곳을 빠져나오며 후아힌을 찾은 이들에게 또 나 스스로에게 이 말을 전했다. 다시 후아힌에 온다면 그 때는 꼭 가족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이곳에 내리기를.

최상의 가족여행을 위한 아이템
하얏트 리젠시 후아힌

태국 상류층들이 즐겨 찾는 여름 휴양지 후아힌에는 숙박시설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태국의 대표적인 가족여행지로서 최고의 가족여행을 보내는 데 부족함이 없는 숙소들이 많지만 이번 여행을 위해 선택한 곳은 하얏트 리젠시 후아힌이다.

후아힌의 대표적인 볼거리인 시카다 주말 마켓이 리조트 바로 앞에서 열리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나 나바 워터파크가 1km 이내에 있을 만큼 가깝다. 다섯 명의 가족이 넉넉하게 머무를 수 있는 객실이 여러 가지 타입으로 준비돼 있다.

객실 내부는 고급스러운 침구와 원목을 사용해 모던하고 안락하게 꾸며져 있다. 또 태국 전역에서 손꼽힐 정도로 잘 꾸며진 수영장과 하얏트 리젠시 후아힌만의 전용 비치는 리조트에만 머물러도 좋을 만한 최고의 보너스라고 해도 좋다.

후아힌 최고의 명품 스파로 꼽히는 ‘THE BARAI’는 하야트 리젠시 후아힌의 하이라이트로 어른들을 위한 완벽한 휴식과 이곳만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키즈 클럽과 해변에서의 승마체험, 페이스페인팅 같은 다양한 액티비티들도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어둠이 내린 저녁 은은한 조명이 감미롭게 밝혀진 레스토랑에서 온 가족이 함께 분위기 있는 식사를 즐긴다면 완벽한 가족여행의 하루가 마무리될 것이다.

여행을 함께한 도희네 가족…아이들과 함께 놀자

   
 
도희네 가족에게 이번 여행은?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의 두 딸 그리고 5살 막내아들을 둔 도희네 아빠 엄마는 빠르게 변해가는 놀이 문화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또 한창 뛰어 놀 나이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늘 갖고 있다.

때문에 도희네 가족여행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역시 아이들의 놀 거리다.

학습 목적의 여행지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선호하는 스타일로 함께 놀이기구를 타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 또 함께 구경하고 체험 할 수 있는 곳을 제일 먼저 찾았다.

그렇게 떠나게 된 후아힌에서 아이들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 수 있었고, 어른들은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잠시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 진정한 휴식을 맛볼 수 있었던 후아힌, 가족의 진정한 유대와 존재를 깊이 느끼게 해줬던 여행이라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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