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인문학자<저자 안현배 / 출판사 어바웃어북>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이주의 권장도서를 접해보면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두뇌로 읽는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동조하게 된다. 오래된 명작일 수록, 그림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작품 속에서 상징하는 구조적인 측면을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림을 단순히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읽는다는 것은 적잖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림이나 조각자체가 가지는 상징성이 한 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서사시나 소설처럼 다가온다는 것은 비로소 작품의 진면모를 이해했다는 의미다. 이책의 저자 안현배는 의미전달은 글뿐만 아니라 미술관 작품속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때 인문학은 미술을 이해해 나가기 위한 조력자와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오래된 미술 작품일수록 그 안에서 읽어낼 수 있는 종교 , 철학, 역사, 문학적 깊이는 남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르는 것은 가장 효과적으로 예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인문학적 지식 전달이 미술감상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어렵고 막연한 개념을 빠르게 이해시키고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그는 여러 대학에서 ‘인문학으로 미술작품을 읽어낼 수 있다’라는 교양 강의를 개설해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파리대학에서 역사와 예술사를 공부하며 오랜세월 루브르 박물관 속 명작들을 탐사해 왔던 저자의 강의는 명쾌했다. 이 책은 저자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십여 년 넘게 지속해온 ‘미술과 인문학의 통섭’이라는 연구와 강의의 결과물이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예로 들면 역사화가 들라로슈의 〈에드워드 4세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에서 15세기 영국 왕실에서 벌어진 치열한 왕권 찬탈의 현장을 안내한다. 또한 푸셀리의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 부인〉에서는 마치 ‘문학을 읽어주는 회화’처럼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미술을 통해 감상하는 묘미를 선사하며, 다양한 미술 감상법을 펼쳐낸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4장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첫장에서는 신화와 종교를 비춘 미술로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세상 어디에서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 아카디아의 목동들 -푸생’ ‘회개와 용서를 비추는 등불 : 등불 앞의 막달라 마리아 -라 투르’ ‘천사가 차려주는 식탁 : 천사들의 부엌 -무리요’ 등과 같은 이야기들이 수록돼 있다.

두번째 장 역사를 비춘 미술에서는 ‘루브르에서 놓치기 쉬운 내용들’이라느 주제로 내용들이 요약돼 있다. 예를 들면 ‘숨겨진 명작’ : 체르베테리 부부의 관 -작자 미상’, ‘ 권력은 소멸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 마리 드 메디치의 대관식- 루벤스’ ‘베르사유 궁전의 동방 여인 : 오달리스크 -부셰’ “찾아라, 발견할 것이다!” : 앙기아리 전투 -루벤스’ 와 같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인간을 비춘 미술’로 마무리 되는 부분에서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 :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 부인 - 푸셀리’,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류화가의 자화상 : 마담 비제-르 브룅과 그녀의 딸 - 비제-르 브룅’ ‘그림에 포착된 인간의 불온한 속성 : 사기꾼 - 라 투르’ ‘미술관에 걸린 슬픔 : 젊은 순교자 - 들라로슈’ 등을 언급하면서 인간의 감정과 실제 일어났던 일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등으로 등으로 인문학적 지식을 접목한것이 눈에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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