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다.

회사 설립 44년 만에 첫 여성CEO…보수적 문화 탈피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과 ‘안전관리통합인증’ MOU체결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는 고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장남인 김정완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지분 분포를 살펴보면 매일유업의 최대주주는 김정완 회장이다. 지분율은 15.93%다. 특별관계인에는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6.78%), 고 김복용 회장의 부인인 김인순 명예회장(5.80%), 창업주의 차남인 김정석 전 매일유업 부회장(4.20%), 삼남인 김진희 평택물류 대표(2.57%) 등이 포함돼 있다.

단순히 보면 친족경영으로 볼 수 있지만 회사 내부에선 파격적인 인사로 알려진다. 유업계가 다소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강한 만큼 여성 임원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당시 김정완 회장이 삼고초려를 하면서 김 대표를 영입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김정완 회장 직접 영입

김 대표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 대에서 MBA를 거쳤다.
이후 씨티은행과 BNP파리바, UBS 등 외국계금융사에서 이력을 쌓은 재무 통이다. 매일유업에 영입된 뒤에도 전공을 살려 재경본부장을 맡았고, 2013년 말이 돼서야 대표이사에 올랐다.
회사 설립 이후 44년 만에 첫 여성 CEO가 탄생한 것이다. 이후 보수적인 사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 직원들의 승진하는 사례가 늘었고, 출산휴가 사용도 예전보다 자유롭다고 전해진다. 명절에 고생한 여직원들을 위해 회사에 마사지사를 부른 적도 있다.
그 결과 직원들의 충성도가 높아져서 덩달아 성과도 좋아졌고 김 대표가 돋보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경영성과도 뒷받침되다 보니 경영자로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매일유업은 분유 재고 증가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선임된 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내고 있다.
매출과 이익은 늘었고, 금융비용은 줄면서 재무건전성이 좋아졌는데 재무통의 김 대표가 한몫 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26일에는 평택시 진위면에 위치한 매일유업 중앙연구소에서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과 상하목장 유기농 제품에 대해 안전관리통합인증 기반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위해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은 상하목장 유기농 제품에 대해 안전관리통합인증을 적용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설·기술지원·현장지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매일유업은 해썹(HACCP) 전담 조직을 구성해 통합 HACCP 인증을 위한 유지관리 및 시설지원 등을 담당한다.

안전관리통합인증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생산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축산물 안전 관리 기준을 준수하고 있음을 인증하는 제도다.
목장, 집유, 가공, 운반 등 각 시설에 개별 적용되던 HACCP 인증을 전 단계에 걸쳐 통합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이고 중점적으로 위해 요소를 관리해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매일유업 상하목장은 국내 유업계 최초로 안전관리통합인증을 추진,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모든 목장에 HACCP인증을 획득할 예정이며 유통 협력사의 HACCP 인증 도입도 지원한다.

이날 김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이번 상하목장 유기농 제품에 대한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통합HACCP 인증을 열심히 추진하겠다는 서로의 약속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며 “매일유업이 자랑하는 상하목장은 오늘 업무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원재료부터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완제품까지 HACCP인증을 획득해 더욱 건강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감성경영도 주목받는다. 최근 모친상을 당한 김 대표는 조문객들에게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은 감사의 편지를 직접 써 보냈다.

애절한 ‘사모곡’ 편지

김 대표는 지난 3월 26일 별세한 고(故) 설순희 여사의 빈소를 찾은 이들에게 보낸 두 장짜리 편지에서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전했다.

편지에서 김 대표는 “저희 엄마는 대한민국의 광복을 애타게 기다리시던 시대 언론인의 딸로서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웠을지 모르나 물질적으로는 어려운 시대를 겪은 세대의 한 분”이라며 외조부를 닮아 근검절약이 몸에 밴 어머니의 모습을 전했다.

김 대표는 “일찍 부모를 여의신 후 엄마는 다행히도 자수성가한 함경도 출신의 매우 강하신 성격의 아버님을 만나 여전히 할아버지에게서 배우신 대로 종이 한 장, 리본 하나 버리시지 않으면서 저희 오남매를 열심히 키우셨다”고 적었다.

또한 “제가 초등학교 시절 엄마는 신문 읽기를 좋아하셨고 고바우 영감과 디어 애비 칼럼을 스크랩하셨다”며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제일 먼저 신문을 엄마에게 갖다 드리면서 예쁨받고 싶어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설 여사의 부친은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고 설의식 씨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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