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2016 리우올림픽이 역대 최저라는 초라한 시청률로 마무리된 가운데 방송 관계자들은 부진한 시청률의 이유로 한국과 브라질 간 12시간의 시차 압박과 예상외로 부진했던 한국팀의 기록을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흥행 부진에는 해설진들의 잇단 성희롱 발언 등 일명 개저씨발언이라며 함량 미달의 중계 수준에 실망한 시청자들이 국내 방송사를 떠나 인터넷 중계 사이트나 해외 방송사 등으로 시청 채널을 바꾼 점도 한몫을 했다고 보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후 올림픽 경기를 중계했던 국내 지상파 3사의 내부 분위기는 흉흉하다. 흥행 부진으로 440억 원이란 거액을 들인 중계권료에 비해 취재진 취재비는커녕 중계권료마저 건지기 힘든 상황에서 해설진의 성희롱 발언 논란까지 겹쳐 적잖은 타격을 입은 탓이다.
 
누리꾼들은 중계진의 비상식적인 발언들에 대해 일명 개저씨발언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저씨는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주로 여성이나 약자에게 갑질하는 중년 남성을 비하하는 신조어다. 이번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며 방송사들은 야심차게 해설위원들을 배치했지만 선수 출신의 해설위원들은 경기의 이해를 돕는 전문적인 해설보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등 오히려 경기 몰입을 방해했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심지어 일부 캐스터와 해설위원은 낯 뜨거운 수준의 성차별적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아예 함량 미달의 중계 발언만 모아놓은 온라인 아카이브(기록보관소)가 등장하기도 했다. 아카이브를 통해 다음과 같은 주요 개저씨 발언들이 수차례 회자됐다.
 
KBS 최승돈 아나운서는 펜싱 경기 중인 최인정 선수에게 미인대회에 출전한 듯 계속 미소를 띠고 있다. 피아노도 잘 치고 서양의 양갓집 규수의 조건을 모두 갖춘 것 같다는 발언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또 한상헌 아나운서는 유도 중계 중 여자 아나운서에게 “48kg급인가요?”, 비치발리볼 중계 중에는 해변에는 미녀가, 바닷가엔 비키니해변에는 여자와 함께 가야죠 남자랑 함께 가면 삼겹살밖에 더 먹나요등의 발언을 했다.
 
SBS 김정일 아나운서는 유도 몽골 대표 선수에게 살결이 야들야들한데 경기는 억세게 하는 선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리우올림픽의 마지막 금메달을 안겨준 골프선수 박인비의 경기에서도 중계진의 성차별, 외모 비하 발언은 멈추지 않았다. 박인비 선수가 지난 20(현지시간) 골프 여자부 최종 4라운드에서 16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하자 김성주 아나운서는 금메달 시상대에 있는 박인비 선수에게 남편한테만 보여주는 애교를 국민 여러분한테도 보여주면 좋을 텐데요라는 발언을 해 뭇매를 맞았다. KBS 조우종 아나운서는 골프 중계 당시, 중국 선수인 평산산에게 저렇게 가까이 오면 얼굴 크게 나오죠라며 외모 비하 발언을 하기도 했다.
 
SBS 골프 중계 캐스터는 박인비 선수 화면 중계 중 박인비 선수 안 우나요. 눈물을 안 보여주네요라는 멘트를 반복했다. 그러다 해설자로 나온 김영 선수가 쉽게 울지 않는 멘탈의 소유자니까 이 자리까지 왔겠죠라며 일침을 놓자 조용해지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박인비 선수에게 남편에게 보여주는 애교를 보여달라고 했다는 자가 중계진으로 기용되는 이유는 골프를 직접 치고 또 방송으로 소비하는 중년 남성들의 입맛에 딱 맞는 중계를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청자의 인식 수준과 채널 선택권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동안 국내 방송사들의 수준은 20세기의 전근대적 관행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개저씨 중계진 발언에 대해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집단주의 속에서 자란 40, 50대 아저씨들의 행태는 무례하거나 남에게 개입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세대 간 이해와 상호 존중이라는 배려를 모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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