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던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리우) 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8월22일 폐막되었다. 207개국과 1만1000 선수들이 참가했다. 브라질은 올림픽을 유치했던 2009년만 해도 국운 상승의 열기로 가득 찼었다. 21년 지속되었던 군사독재는 1985년 종식되었고 국제 유가상승으로 빈민층이 중산층으로 대거 격상되었다. 민주주의 꽃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설픈 민주화는 정치적 혼란과 부패를 가져왔다. 이 나라에는 대통령이 둘이나 된다. 하나는 탄핵 소추를 받고 직무가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여) 대통령이고 또 하나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다. 실업율은 11.3%에 달하고 공무원과 교사의 급료는 한 달씩 밀리기도 한다. 올 1월부터 5월 사이 리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만도 2100건에 이른다. 요트 경기에서는 출전한 요트가 떠다니는 죽은 시체와 충돌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다.

개최준비 미달과 치안부재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은 큰 사고 없이 끝났다. 리우 개막식 예산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5%, 2012년 런던 올림픽의 8%로 집행되었지만, 독창적인 제작으로 세계인의 감동을 자아냈다. 외신들은 “처참한 수준의 예산에도 매력 넘치는 개막식을 연출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리우 올림픽에서 승리한 선수들은 값진 교훈을 남겼다. 우사인 볼트를 키운 자마이카부터가 흥미롭다. 볼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며 올림픽 최초의 100m, 200m, 400m계주 경기 3연패 신화를 남겼다. 자메이카 인구는 280만 명밖에 안 된다. 하지만 남녀 단거리 육상에선 국제대회를 휩쓴다. 그러다 보니 자메이카 선수들에게는 육상경기에 뛰어난 유전자(DNA)를 타고났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지 않다.

자메이카 흑인 조상들은 서아프리카 출신이다. 브라질의 흑인들도 똑 같이 서아프리카에서 왔다. 그러나 브라질 인구는 2억이나 되지만 육상경기에서는 전혀 메달이 없다. 자메이카 육상 메달 석권의 주요 원인은 자메이카인들의 광적인 단거리 육상경기 열기에 있다. 마치 미국인들이 야구에 빠지는 것과 같다. ‘중등학교남녀육상경기대회(챔프스:Champs)에는 3만여명의 구름관중이 모여든다. 그 밖에도 자메이카 육상선수들은 어려서부터 이웃 미국에 유학하여 과학적 육상기법을 터득한다. DNA가 아니라 국민의 열광적인 성원과 선진기법 훈련에 있다.

리우 올림픽 메달 영웅들이 던진 또 다른 값진 교훈으로는 선수 선발에 파벌이 끼어들어서는 안된다는 대목이다. 우리 양궁 팀은 남녀 개인·단체전 모두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여자 양궁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단체전에서 우승한 후 무려 28년간 8연패 금메달 기록을 세웠다. 세계는 한민족에게 양궁 DNA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메이카처럼 DNA는 없다. 북한은 똑 같은 한민족인데 양국에서 메달 하나 없다. 한국의 양국 연패는 DNA가 아니라 파벌 없는 객관적 선수 선발과 과학적이며 피나는 훈련 덕이다.

양궁협회는 선수 선별 방식을 ‘난수표’라고 부른다. 오직 성적에 따른 평가만 한다. 다른 경기협회에서는 선수의 경력과 명성을 감안해 대표선수를 추천하기도 한다. 협회 추천에는 당연히 학연, 지연, 인연 등이 끼어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양국협회에선 아예 ‘선수 추천’제라는 게 없다. 오직 객관적으로 입증된 실력뿐이다.

양궁협회의 무파벌 원칙은 지연, 학연, 인연 등으로 병든 우리 사회에 값진 교훈을 준다. 정치·사회·언론·교육·문화·예술·종교계 등도 지연·학연·인연으로 얽힌 파벌을 벗어난다면, 양궁 선수들처럼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으리라 믿는다. 1백여년 만에 가장 무더웠던 여름밤 잠 못 이루던 우리 국민들에게 리우 올림피언들이 던져준 교훈은 시원하고 값졌다.

■ 본면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