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의 퇴진을 몰고온 한나라당 내홍이 총선을 앞둔 정국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이 비상대책위를 구성키로 하면서 촉발되고 있는 정국 격변 기류는 민주당내 소장파와 주류간 갈등 심화 사태까지 한데 어우러지면서 또 다른 양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선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강구도로 보고 있던 열린우리당은 외면상으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내분과 동요를 이탈층 흡수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심은 현정국상황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내분 사태로 당의 총선전략에 일대 수정이 불가피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사태의 향배에 따라 정치권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총선정국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침몰 위기의 한나라호

한나라당이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좀더 처절하게 깨져야 폐허 위에 새 집을 지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변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제 계파간 세 대결 양상으로까지 가시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에서의 잇따른 실패에도 불구하고 진단과 해법 모색을 게을리 하다가 결국 좌초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연일 터져 나오고 있는 대선 당시 행해진 온갖 불법 자금 모금 행위는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자기 살을 도려내는 혁명적 수술을 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존립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한나라당내 개혁론자들은 한나라당이 변화와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수구냉전 세력이 아니 라 합리적 보수세력으로 거듭나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호, 구사회생 묘수찾기

한나라당은 수도권과 충청권의 당 지지율이 바닥까지 추락함으로써 이대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오래전부터 당안팎을 짓눌러 왔다. 이는 결국 한나라당 내분 사태의 한 원인로 작용했다. 한나라당은 현내분상황을 당 개혁을 위한 진통으로 여론에 비쳐지게 해 여론조사에서의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개혁 선점을 무위로 돌아가게 하고 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빼앗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한나라당의 당면과제는 내부 수술과 더불어 내분 사태의 조속한 진정과 화합된 모습이다.

정치권 지각변동 진원지

한나라당 부산·울산·경남(PK)지역의 권력구도에 상당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낙천 위기에 몰린 의원들은 최 대표 퇴진운동에 적극 동참하는가하면 한나라당 소속 기초단체장 일부가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장인 권칠현 의원이 최병국(울산) 윤한도(경남) 지부장 등과 함께 최 대표의 즉각 퇴진을 주장한 수도권 초·재선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적극적이었던 반면 김무성 의원은 이재오·남경필 의원 등 수도권 초·재선의원들과 ‘조기 전대 소집 후 최 대표 퇴진’작업을 주도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진재·유흥수·정문화·도종이 의원과 권태망 의원도 ‘반최’ 진영에 적극 가담했고 지난해 6월 최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줄곧 최 대표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하순봉 의원과 공천결정이 보류되고 있는 박종웅·엄호성 의원 등은 직·간접적으로 구당파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같은 편가르기 양상은 17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PK 권력지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의 잇단 무소속 출마 움직임과 더불어 무소속 연대로까지 이어질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안론’ 급부상

한나라당내에서는 당 위기를 극복할 새 지도부를 이끌 적임자로 ‘박근혜 대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안론은 소장파는 물론 중진인 강재섭 강창희 의원이 합류하는 등 지지세가 점차 결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의원에 대한 지지세가 가시화될 경우 박의원은 당원대표자대회와 전국규모 여론조사 등 대형 이벤트를 통해 새 대표로 추대되게 된다. 한나라당내에서 이처럼 박근혜 대안론이 급부상하게 된 것은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경북 지역의 정서가 요동치고 있는데 따른 견제 심리와 부정부패당이라는 이미지 탈피에 있어 당 간판으로 적임자라는 것, 그리고 계파가 없는 여성의원이라는 점에서 무난하다고 보는 당내외 인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대구 경북에서 한나라당의 대표주자로 손꼽히고 있는 강재섭 의원도 박근혜 대안론에 적극적인 찬성의사를 표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가시화

한나라당내에서는 차제에 대선에 나설 주자를 조기에 가시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주요 관계자들은 “아직 시기가 아니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하루 빨리 당을 정비하고 간판을 내세워 총선과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강재섭·김덕룡·박근혜·홍사덕 의원 등과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들이다.

정치권 헤쳐모여

한나라당의 내홍사태가 비대위 구성으로 일단 봉합이 되고, 민주당도 조기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신4당체제의 정국 구도는 총선까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까지는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분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확대되고 민주당내의 소장파와 호남중진간 갈등으로 당내입지가 좁아진 소장파 일부 의원 및 당선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수도권, 강원 지역 의원들의 탈당이 가시화될 경우 정국은 ‘개혁 연합’대 ‘보수 연합’의 구도로 재편될 개연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분당이라는 국면으로 내몰릴 경우 정국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열린우리당쪽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통합 가능성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열린우리당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보수대연합을 꾀할 수도 있다는 것.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