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의 잔다르크 “대중화에 더 노력할 것”
입문자도 이해할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 톡톡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국악방송 송혜진 사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이하 문체부)는 지난 7월 22일자로 (재)국악방송 사장에 송혜진 숙명여자대학교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를 임명했다.

송혜진 신임 사장은 10여 년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전통예술 분야의 학문적 연구뿐만 아니라, 숙명가야금연주단 예술 감독 활동 등을 통해 국악의 대중화를 선도해왔으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국악의 새로운 영역을 확대하는 등 전통예술의 발전에 노력해왔다.

또 송 사장은 조선 세종 때 아악 정비 과정과 궁중음악에 대한 학술적 연구 및 국악 입문자를 대상으로 국악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 ‘국악 이렇게 들어보세요’를 집필하는 등 30여 편의 저서와 논문을 발간해 국악 확산에 기여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사)난계기념사업회(이사장 이원화)가 수여하는 ‘제19회 난계악학대상’을 받았다. 난계 박연 선생 기념사업을 펴는 이 단체는 1997년부터 해마다 악학과 국악 발전 공로자를 선정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송 사장은 10여 년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전통예술 분야의 학문적 연구뿐만 아니라 국악입문서 등의 저서를 발간했다”며 “또 숙명가야금연주단 예술감독 활동 등을 통해 국악의 대중화를 선도해왔다”고 소개했다.

선입관 깨고자 국악에 몰입

사실 송 사장은 지난 십수 년간 대한민국 국악계의 가장 친절한 ‘해설자’로 통했다. 국악을 다룬 출판과 방송의 중심에 늘 그가 있었다.
송 사장은 1987년 한 일간신문 신춘문예에 음악평론이 당선됐고, 이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음악평론가 중 한 사람이다.

송 사장은 국악인의 오랜 소망이던 ‘국악 FM’을 탄생의 산파이기도 하다. 1989년에 국립국악원이 설립됐고, 학예연구관으로 일하면서 방송사와 함께 국악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송 사장은 국악이 미디어로부터 소외됐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래서 이내 ‘국악전문방송’이라는 화두를 내걸고 긴 투쟁에 들어갔다. 국악 대중화를 위해 ‘아나듀오(아나운서+프로듀서+오퍼레이터)’로 동분서주한 끝에 국악FM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팝송을 주로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악을 소개한 경험이 커다란 깨우침을 줬다.

전문가 처지에서 아무리 의미 있는 선곡을 해도 팝송 DJ의 눈높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단 20초도 견뎌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는 훈련을 하면서 전통음악의 한계와 가능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숙명여대 전통문화대학원으로 발길을 옮겨 후배양성에 기여했다. 숙명여대는 동기자 국내의 대표 가야금 연주자인 김일륜 교수가 숙명가야금연주단(숙가연)을 이끌던 곳이다. 그는 자문역으로 숙가연에 참여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거의 모든 국악 전공 교수는 자기 제자를 중심으로 연주단을 꾸렸다. 이런 상황에서 얼떨결에 숙가연 운영 책임이 그의 몫이 됐다.

국악계 잔다르크 명성 얻어

당시 진행된 인터뷰를 보면 그는 “대학원 교수로 활동하던 저에게 갑작스럽게 숙가연 예술감독직이 맡겨졌어요.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시작했죠”라며 머쓱해했다.

주업이 학자인 그가 숙가연 예술감독직을 맡으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예술가가 아닌 학자가 공연단을 이끌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자신의 단점이라 여기는 부분을 장점으로 활용해냈다. 그 결과 국악인으로부터 찬사가 이어졌다.

이후 숙가연은 대한민국 국악계가 배출한 가장 모던하고 참신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국 전통문화를 해외에 멋들어지게 소개하고픈 기획자라면 누구라도 먼저 숙가연을 떠올릴 정도다. 2006년 한 아파트 광고를 통해 선보인 가야금 캐논변주곡, 비보이와의 협동공연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 나간 이 ‘메가 히트’ 동영상은 국악의 현대화 바람을 대중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결국 그는 미디어적 도전과 실험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어느새 ‘국악계의 잔다르크’가 됐다.

한편 국악방송은 우리나라 국악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및 운영을 통한 전통문화예술의 보급 및 진흥을 위해 2000년에 설립된 재단법인으로, 신임 사장의 임기는 22일부터 3년 동안이다.


■ 송혜진 신임 사장 주요 경력
- 1989년~2001년: 국립국악원 근무(학예연구관)
- 2001년~2003년: (재)국악방송 편성제작팀장
- 2001년~현재: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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