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 야권 잠룡군들의 대선경선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김부겸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다. 8.27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약속이나 하듯 두 인사는 사실상 대권에 도전할 뜻을 명확히 했다. 또한 외곽조직을 본격 가동시키면서 세 결집에 나섰다. 전당대회가 ‘친문시대’ 개막으로 끝났지만 오히려 두 인사는 대권 도전 결의를 다지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전 대표는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선 주자가 많을수록 ‘문재인 대망론’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김부겸, 유승민 등 여야 50대 잠룡과 ‘제3지대’에서 조우를 바랐던 손학규 전 고문은 장고에 들어갔다. 더민주당을 떠날 것인지 남을 것인지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 김부겸, “문재인 대세론 깨겠다” 11월 경선캠프 출범
- 안희정도 대권 도전 가세 문재인 ‘웃고’ 손학규 ‘울고’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58세, 4선, 대구수성갑)은 지난달 30일 “당권 불출마 선언 이후 대선 경선 출마를 준비해왔다”며 “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또한 김 의원은 “문재인 대세론을 깨겠다”며 “대세론은 무난한 패배의 다른 이름”이라고 ‘문재인 대세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부겸, 외곽·팬클럽 조직화, 대선진용 급물살

김 의원이 대선 출마의 뜻을 밝히자 외곽단체인 ‘새희망포럼’(대표 설훈)도 하계수련회를 갖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새희망포럼은 전국 지역 조직으로 김부겸 대선 캠프의 핵심조직이다. 새희망포럼은 지난 9월3, 4일 이틀간 하계수련회를 갖고 세를 과시했다.

이번 모임에서는 새로운 대표로 박우섭 더민주당 전국기초단체장 협의회 대표가 맡았고 김 의원 후원회장으로 유인태 전 의원이 맡았다. 또한 과거 손학규 캠프에서 손발을 맞췄던 조정식 의원 등이 참여해 사실상 대선 진용을 꾸리기 위한 사전 모임의 성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이 사실상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상 정치, 경제, 교육 등 분야별 전문가 그룹을 결성해 조만간 대규모 정책 자문단을 발족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11월에는 김부겸 경선 캠프가 출범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선다.

또한 팬클럽으로 순수한 자발적 지지 모임인 ‘김부가 좋아’가 최근 결성돼 10월 말 대규모 전국 모임을 대전에서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산악회 활동 등 전국적인 팬클럽으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0월 전국 모임에서는 김 의원의 대권 도전 출마 선언이 공식적으로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부가 좋아’ 팬클럽은 이오복 독도아카데미 산악대장과 이용수 전 노동일보 대표이사 등 비정치적 인사들이 주축인 된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의원의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다음날인 31일에  안희정 충남지사도 대권 출마 의지를 밝혔다. 안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동교동도 친노도 뛰어넘겠다. 친문도 비문도 뛰어 넘겠다”며 “김대중 노무현의 못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생일날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해 눈길을 모았다.

또한 안 지사 역시 싱크탱크인 ‘더좋은민주주연구소’를 통해 외곽조직 세 확산에 나서고 있다. 이미 안 지사는 허승욱 전 부지사를 비롯해 권혁술 전 비서실장, 이후삼 전 정무비서관, 신형철 정무비서관, 윤원철 전 청와대 정무행정관 등이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전·현직 의원 중에서도 안 지사를 돕는 인사로 정재호 의원, 충남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종민 의원, 청와대 비서관 출신 조승래 의원,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박수현 의원이 당내에서 안 지사의 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희정 ‘더존연구소’ 외곽조직 '세 불리기'

김 의원에 이어 안 지사까지 발빠른 대권 도전선언에 나서면서 문재인 전 대표 진영은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김부겸, 유승민 등 여야 비문·비박 잠룡군과 제3지대에서 정치세력화를 꿈꾸던 손학규 전 고문의 경우 일절 인터뷰를 사양하면서 장고에 들어갔다.

두 인사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자 강원도 접경 지역을 찾는 등 전국 민생탐방 중인 문 전 대표 측은 즉각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은 “문 전 대표는 함께 경쟁한다면 우리당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문재인 독주’속에 비문 잠룡군에서는 ‘하나마나한 경선’으로 출마 자체를 꺼려했던 것이 기존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비문 진영 50대 잠룡군의 참여로 ‘흥행’뿐만 아니라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며 출마 선언을 반기는 분위기다. 과거 ‘이회창 대세론’에 기대어 두 번이나 대선에서 패배했던 여당의 전력이 야당에서도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문재인 측근 그룹 내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반면 손학규 전 고문의 경우 장고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정계복귀를 앞둔 손 전 고문의 앞길에는 더민주당 잔류냐, 탈당해 국민의당이냐, 아니면 제3지대에서 정치세력화를 도모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해왔다. 그러나 국민의당에는 안철수, 더민주당에는 문재인이라는 확고부동한 대선주자가 있다는 점에서 ‘제3지대 정치 결사체’에 참여가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 전제는 여야 잠룡군 특히 2007년 손학규 경선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 의원의 참여가 필수적이었다. 여기에 여당 내 비박계 유력한 잠룡군인 유승민, 남경필 두 인사도 내심 동참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대선 경선 출마 선언과 동시에 “제3지대에 관심이 없다”고 못박아 ‘제3지대론’은 급속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여기에 유승민, 남경필 두 인사도 언론을 통해 “새누리당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황이다.

김부겸 ‘제3지대’참여 거부, 최대 피해자 손학규

실제로 역대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들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여야 비주류 잠룡군이 당 잔류를 선택한 배경이 되고 있다. 1992년 대선에서는 고 정주형 현대그룹 회장과 박찬종 변호사가 통일국민당, 신정치개혁당을 창당했지만 실패했다.

1997년 대선 당시 이인제 전 의원이 국민신당을 창당했지만 결국 여권에 흡수·통합됐다. 비근한 예로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 지난 2012년 대선전에 나섰지만 결국 중도 낙마했다. 김 의원이 제3지대 참여 거부를 밝히면서 “최소한 신당을 하려면 국민들이 공감할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에서는 김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의 최대 피해자는 손학규 전 고문이고 최대 수혜자는 문재인 전 대표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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