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장성훈 국장] 한 여고생이 TV 프로그램에서 “김제동 씨가 잘생기지 않았고 경쟁자도 없고 나이도 42살이어서 앞으로 만날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 좋다”고 했다. 대담한 대시다. 그 여고생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김 씨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필자 역시 김제동 씨를 좋아한다. 여고생과는 약간은 다른 이유에서다. 김 씨의 말은 청산유수다. 지루하지가 않다. 그리고 웃긴다. 웃고 싶어서 TV를 보는 필자에게는 딱 맞는 방송인이다. 그가 어디 출신인지, 학력은 어떤지, 결혼은 했는지, 성격은 어떤지 등에는 관심 없다. 그저 재미있게 웃겨서 좋을 뿐이다.

최근 김제동 씨가 공개석상과 자신의 SNS를 통해 자주 정치적인 발언을 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김 씨는 정치 현안이 있을 때마다 특유의 현란한 언변으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혀왔다. 그 때마다 네티즌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심지어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그의 발언을 놓고 서로 티격태격하곤 했다.

김제동 씨가 그런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필자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별 관심이 없었다. 그의 발언을 정치개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 사드배치 문제에 대한 김제동 씨의 ‘성주발언’과 ‘명동성당 강연’ 내용을 놓고 일각에서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왜 그러는지 그의 발언을 면밀하게 분석해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그의 발언은 정치개그에 불과했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김제동 씨 버전’으로 그의 발언들을 요모조모 따져보자. 그는 성주에서 “나쁜 짓은 북한이 했는데 왜 피해는 우리가 받아야 하느냐, 툭 하면 종북이다 그래서 나는 ‘경북이다 이 XX들아’라 그랬다. 나는 경북 영천 고경면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이런 사람한테 종북이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동문서답 수준이다. 종북(從北)의 의미를 김제동 씨가 모를 리 없다. “북한을 추종하느냐”는 질문에 “나의 고향은 경북(慶北)이다”라고 말한 셈이다. 화가 나서 ‘북’자를 패러디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나는 경북(慶北)이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나는 경북(警北) 또는 경북(輕北)이다”라고 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김 씨 발언의 문맥으로 보아 경북(敬北)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씨의 발언은 정치개그라는 것이다. 억지라고 오해 마시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필자는 지금 ‘김제동 버전’으로 응수하고 있는 중이다.

김제동 씨의 이 같은 개그에 대해 집권당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일부 연예인 등이 직접 성주에 가서 대통령 비방에 열을 올리며 노골적인 선동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이 우려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논평했다. 지나치다. 정치개그에 대해 일일이 논평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야당의 반응 역시 한심하기는 매 한가지다. 지도자급에 있는 사람이 김제동 씨의 탁월한 논리에 감탄한다고 편들었다. 정말로 탁월한 논리인가. 논리적인 요소가 있기나 한 것인가. 정치적 수사라고 우긴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김제동 씨는 또 지난 달 29일 명동성당에서 사드배치와 관련해 “단 한 사람의 시민도 고통받지 않게 하는 것이 국가 정책의 목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자가 직접 듣지 않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점을 양해해 달라. 김 씨는 이어 “어떤 일이나 정책이든지 사람들을 괴롭게 하면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동 씨의 말이 옳다면, 물론 자기 생각일 뿐이라고 말하겠지만, 사드배치 정책을 실행하려는 사람들은 그동안 그 정책이 주민들을 괴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의 시민도 고통 받지 않게 하는 것이 국가 정책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정말 그랬다면 그들은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 못났다. 오죽 못났으면 김 씨에게 이런 지적을 당할까. 그런데, 정말 그런가.

김제동 씨는 또 “손에 든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승리”라 했고, “지금 우리가 노력해야 15년 20년 후에 미국·중국이 비슷한 힘의 균형을 이루게 해 통일 한반도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균형 잡힌 힘을 가지려면 한반도 평화를 이뤄내 최소한 인구 7000만 정도로 내수 경제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위기를 2차 산업혁명 수준인 북한에 국내의 2·3차 자본·기술을 사용하면 한국 경제가 4차로 가는 문명대국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제동 씨의 말이 옳다면, 물론 자기 생각일 뿐이라고 말하겠지만, 국방부 장관, 외교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 등은 직무유기로 당장 옷 벗어야 한다. 육사를 나와 별을 달고, 그 어렵다는 고시를 통과하고, 박사학위를 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나. 못났다. 못났다. 오죽 못났으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저런 말을 들어야 할까. 그런데, 정말 그런가.

김제동 씨에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국가경영이라는 게 생각만큼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구멍가게 운영과 다르다는 말이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 물어보라. 그리고 정책 입안 및 시행자들, 국방부 관계자들, 외교부 관계자들, 경제 부처 관계자들, 그들은 그냥 놀고먹지는 않는다. 설사 일부가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김제동 씨가 일컫는 그 ‘XX들’, 다 나쁘지는 않다. 김제동 씨가 일컫는 그 ‘XX들’의 말도 존중해줄 수는 없겠는가. 세상은 말이다. 그래도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기에 굴러가는 게 아니겠는가.

장성훈 기자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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