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계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놓고 논쟁 치열
“부자 한국이 스스로 지켜야”vs“주한미군은 꼭 필요”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 고위 정치인이 최근 제기한 주한미군 병력 감축 필요성 주장이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맥 손베리 미 연방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잡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예산 등을 아끼면서 안보 위협을 줄이는 군 재배치 전략의 사례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손베리 위원장은 “한국은 인구가 북한의 2배며 국내총생산(GDP)은 북한의 10배를 웃돈다”며 “시간을 두고 한국이 한미동맹 지상군 수요의 더 많은 몫을 감당할 수 있으며 미군 병력을 다른 중요한 임무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예산 삭감, 병력 감축과는 반대로 전 세계적인 위협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차기 미국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 등 동맹국들을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지 않으면 미군 주둔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는 어디까지나 후보일 뿐이다. 

그런데 주한미군을 둔 현직 하원 군사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트럼프의 주장이 워싱턴 정가에 확산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한미군에 관한 논쟁은 이미 미국 학계에서는 ‘철수’로까지 범위가 확대돼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한미군 철수에 찬성하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연구원은 “한국은 부유하고 강한 나라이니 스스로를 지켜라"고 주장한다. 

반면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하는 국제관계전문가 강부는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다면 남북한이 상황을 오판해 제2의 한국전이 발발하고, 그 경우 미국이 또다시 전쟁에 휩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두 논객은 밴도우가 주한미군 철수의 필요성을 주장하면 강부가 이를 반박하는 형식으로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 잡지 ‘내셔널인터레스트’에서 지난 7월과 8월 수차례 지상(誌上) 논쟁을 벌였다. 

강부가 지난달 16일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실은 기고문 ‘상호간에 확실한 이익-미국이 반드시 한국에 남아야 할 이유’를 토대로 두 사람 간 논쟁의 초점을 살펴본다.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밴도우의 최신 주장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그는 한반도가 미국의 안보에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한국이 붕괴한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북한이 미국 땅에 조금도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두 개의 한국에 대한 억지력으로서 복무하느라, 그리고 노후하고 핵무장한 북한에 맞서 훨씬 더 부유하고 잘 무장된 한국을 지켜주느라 미국이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행동은 한국으로 하여금 군사적 능력 증강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도록 허용하기 때문이다. 

셋째, 미군 철수는 북한을 상대로 한 비핵화 협상의 현 교착상태를 깨고 미국이 북한의 생존에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북한에 확신시킴으로써 북한 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밴도우의 이런 주장에 대해 강부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들어 반박한다. 첫 번째 요인은 한국, 그리고 동아시아 전역에서의 미국의 안보·경제 이익과 관련된다. 이 지역의 경제 활력은 미국에도 이익을 가져왔다. 

한중일은 미국과 무역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은 일본과 중국 간의 분쟁 가능성을 낮추며 대만, 한국, 일본 같은 국가들이 핵무장을 추구하는 것을 방지한다. 미국이 맡고 있는 역내(域內) 경찰의 역할을 대신할 다른 국가는 없다.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에서 이득을 취하면서 지역 질서의 와해를 피하자면 미국은 한반도의 모든 불안정 원천이 전면전으로 폭발하는 것을 방지해야만 한다. 

미군의 주둔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왜냐하면 미군 주둔은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을 억제하는 동시에 한국에 의한 위험한 보복 행동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주한 미군 철수는 두 개의 한국 사이에서 오판의 가능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요인은 핵확산 방지 체제 유지와 관련한 미국의 이해관계다. 한국의 군사적 능력은 북한보다 월등하지만 이러한 이점은 어디까지나 재래전에 있어서만 중요하다. 

최근 한국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핵무장 옹호론이 제기됐다. 그런 일방적인 행동이 있으면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감축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 핵무장 가능성이 있는 한국을 상대해야만 할 것이다. 1970년대 후반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충분한 협의 없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려 들자 한국은 주한미군의 공백을 메우려 자체 핵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미국은 그때의 경험 덕분에 이런 가능성을 잘 안다. 

세 번째 요인은 여타 동아시아 국가들과 관련된 미국의 신뢰다. 한미동맹은 아시아·태평양에서의 미국 영향력을 붙잡아두는 닻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의 등뼈를 의미한다. 

미국이 필리핀, 인도, 베트남과 관계를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는 국면에서 한미동맹의 차질은 이들 국가에 불리한 신호를 보낼 것이며 중국에는 역내 중간 국가들을 회유할 더 큰 여지를 주게 될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원한다면 철수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냉전시기 자신이 창설해 놓은 부챗살 시스템을 잃거나, 유럽이나 중동의 동맹국들과 동반자들을 잃는 대가를 치를지 모른다. 미군 주둔을 위한 부담 공유가 현 시점에서 미국에 가장 실용적인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이득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한 강부는 한국이 미국에 무임승차하지 않으며 한국을 도울 때 미국이 손해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60년 이상 지켜온 것은 한국과 미국 모두의 피에 의해 형성된, 상호 간에 확실한 이익의 관계라고 그는 강조한다. 

1990년대 이래 평화를 누려오고 있는 유럽과 달리,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경제발전이 국가들 사이의 정치적 신뢰로 연결되지 않는 “아시아 역설(逆說)”에 여전히 갇혀 있다. 따라서 미국은 “아시아 중시”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야만 하며, 미국 주도의 역내 안보구조의 와해를 피하기 위해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해야 하고,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 차기 대통령의 선택 방안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필자는 주장하고 있다.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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