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취임 직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빚어졌던 ‘상대당 이름 놀리기’ 설전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당시 두 사람은 20여분간 서로를 추켜세우다가, 끝내는 각각 한나라당을 ‘딴나라당’ 혹은 ‘당나라당’으로, 우리당을 ‘WORRY PARTY(근심당)’이라고 부르는 등 이 자리가 ‘상대당 이름 놀리기’로 변하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었다.한데 이같은 ‘당 명칭 놀리기’가 예상 밖의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한때 ‘한솥밥’을 먹던 처지인 민주당과 우리당 의원 보좌관, 비서관 사이에 불꽃 튀는 막말싸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들 사이에선 열린우리당은 ‘너네(너희) 닫힌당’ 혹은 ‘닫힌 너네당’으로 통한다. 당명칭을 교묘하게 뒤집은 형세다.

또 이에 맞서 우리당 관계자들은 민주당을 ‘잔류당’ 또는 ‘잔류민주당’으로 부르고 있다. 분당과정에서 대세를 따르지 못하고 잔류한 사람들의 당이라는 뜻이다.한 우리당 소속 의원의 보좌관은 “이런 저런일로 부딪히다 보면 상대당 명칭에 대한 비하발언이 오간다”며 “상대당에 대한 반감이 반영됐다기 보다는 한 솥밥을 먹던 처지다 보니 서로를 편하게 생각해 그런 말도 오고 갈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이 보좌관은 또 “솔직히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그런 식으로 장난(?)이라도 쳤다간 감정싸움이 될 게 뻔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당과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만 빚어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그러나 일반 당직자들과는 다르게 ‘의원회관’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늘 마주쳐야 하는 이들의 고충은 좀 심각하다고 하겠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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