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지난 20일 “권노갑 민주당 전 고문이 최근 ‘민주당의 정체성과 컬러를 지켜나간다면 지지도는 반드시 상승할 것이며, 지지도가 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3월 15일께 중대 결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김 의원에 따르면, 최근 권 전 고문과 면회한 자리에서 “3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50%밖에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도는 올라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권 전고문은 ‘중대결단’의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 그러나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현재 열린우리당 소속인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에 대한 지원 내역을 폭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다.이는 권 전고문이 최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도“내가 입을 열면 열린우리당 정동영의장은 도덕적으로 죽는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한화갑 전대표는 이날 발간된 <월간 신동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2000년 총선 당시 당에서 정동영, 신기남 의원 등 정치신인들에게 일반 지원금 외 상당한 돈을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대표 때 재정국장에게 뽑아오라고 해서 내가 그 목록을 봤어요. 많아. 수 억원 씩이여”라고 밝혔다.한 전대표는 이어 “총선 당시 사무총장인 김옥두 의원에게 그 목록을 보여주면서 ‘이게 맞나’라고 물어봤더니 ‘맞다’고 하더니 ‘뭘 그런걸 갖고 그러느냐. 그거 알려지면 안된다. 정치신의 지켜야지’라고 해 나도 일체 말 안한다”고 발언해 그 진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SK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4억원을 받은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상태인 한 전대표는 나아가 당시 ‘특별지원금’의 수령자 및 규모에 대해 “20명 정도 되는데 총액은 잘 모른다”고 말하고 “지금은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영원히 말 못한다”고 덧붙였다고 <신동아>는 보도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측은 이같은 보도내용이 알려지자, 사실을 부인하며 <신동아>측을 대상으로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청구하고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이재화 우리당 법률구조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당사에서 정 의장과 신 의원을 대변해 “정동영·신기남 의원은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공식지원금을 제외하고는 특별지원금이라고 불리는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이번 기사는 기자의 주관적인 판단을 통해 불법적인 특별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단정 보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최다득표를 한 호남 의원에게 비공식 지원금을 준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일축하고, 신 의원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총선 때 당으로부터 일반 지원금 외에 단 한 푼도 안받았고, 중앙당 지원금은 100% 신고됐기 때문에 법적, 정치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이 부위원장은 또 동아일보 지면을 통한 사과 및 정정보도, 배포된 <신동아> 수거, <신동아> 신문광고 중단 및 사과광고를 요구하고, 언론중재위 중재신청과 민형사상 법적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두 원로의 ‘반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과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민주당의 내분을 잠재우기 위해 ‘주적개념’을 다시한번 정립해 당의 결집력을 강화하는 한편, 정동영 의장 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신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적극적인 대여 공세에 나섰던 한 전대표는 “조순형 대표를 중심으로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지금은 개혁보다 화합이 먼저”라고 주장, 당의 결집을 강조했다.한 전대표는 또 “개인의 일방적 생각을 접고 당을 위해 일할 때”라며 추미애 의원의 결단을 촉구, 갈등 봉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게다가 한 전대표의 행보와 맞물려 중도파로 분류되는 김경재,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분열하고 투쟁할 때가 아니다”며 “임명직 당직자들은 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뒤, 조 대표의 재신임을 받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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