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기업총수들의 소환과 더불어 사법처리라는 변수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기업총수의 사법처리 여부는 ‘뜨거운 감자’임에는 분명하다. 자칫 우리나라 경제가 큰 혼란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총수들의 사법처리 여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검찰도 이 부분에 대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총수들의 사법처리 문제를 놓고 검찰 내부 갈등설도 흘러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조사는 있어도 사법처리는 미비할 것이다.’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바라본 국민들의 시각은 대체로 ‘사법처리 미흡’으로 집약된다. 김영삼 정권 때 검찰 총수들이 대거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사법처리되는 예는 거의 없었기 때문. 따라서 이번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기업총수들이 법의 심판대에 서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같은 관측은 정치권도 비슷하다. “최근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기업총수를 사법처리하는 데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바로 이 부분이 검찰의 고민이다.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지만, 사회 경제적 상황을 감안하면 ‘법대로’만 처리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이나 안대희 중수부장도 이런 점을 상당 부분 걱정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업 총수 관용론’을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단 검찰은 ‘법대로 처리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사 결과, 위법사실이 드러나면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그렇지만 검찰 주변에선 ‘피라미’만 잡아넣고 수사가 끝날 것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검찰 내부의 갈등설이 나돌면서 이 말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검찰 수뇌부가 제반 여건을 감안, 기업총수들의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검찰 소장파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특히 검찰 내 소장파는 “이번 기회에 검찰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검찰 내부 갈등설의 직접적인 배경은 바로 기업총수 소환과 사법처리 등 이다. 기업총수들의 수사강도와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여러 갈래의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처리’를 강조한 측과 사회 경제적 여건을 감안한 결정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뇌부가 어느 쪽 사람들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섣부른 결정은 보다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는 법. 그래서 검찰은 삼성 처리 수위를 놓고 더욱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기업의 사법처리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동안 기업들에 대해서만 유독 검찰의 수사칼날이 무디다는 비난을 국민들로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기업이 청와대와 정치권의 힘을 믿고 어물쩡 넘어가려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업 관용론’을 들고 나온 것도 그 이면에는 기업총수들이 있다”는 등의 말이 나온 것도 모두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같은 세간의 비난을 검찰 수뇌부가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검찰 수뇌부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 각 그룹의 대선자금의 핵은 아무래도 기업총수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불법대선자금과 관련된 총수들의 수사는 불가피한 상황. 검찰은 각 기업 총수들의 소환에 앞서 실무자급을 소환조사하고 있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과 신동빈 부회장에 대해 이미 소환 통보를 해 놓은 상태. 또한 삼성은 김인주 사장을 이미 지난 18일 소환 조사했고,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선 조사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사법처리를 받게 될 기업 총수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시중에는 ‘모 그룹 총수는 괘씸죄에 걸려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검찰도 수사 협조의 정도에 따라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괘씸죄 적용은 기정사실화가 되어 있는 상태다. 또 다른 검찰의 고민은 형평성 문제다. 특정 기업에 대해 어물쩡 수사를 끝내게 되면 형평성을 잃었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은 뻔한 이치. 이 때문에 검찰 내 일부 소장파는 “검찰의 명예가 걸려있어 성역없는 수사를 해야 하고 그룹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경제문제 운운한 것은 ‘모 그룹의 언론 플레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검찰 수뇌부의 장래를 결정짓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특히 대기업 총수들의 사법처리와 관련, 검찰 내 소장파들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이 철저한 검찰에서 그룹 총수들의 사법처리를 놓고 ‘갈등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노무현 정부들어 검찰의 ‘독립성’과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내 갈등설도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검찰 소장파들이 아직은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지만, 그룹 총수들의 사법처리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이란 게 정치권이나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조사 과정이 미흡한다든가, 사법처리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올 경우, 수뇌부의 진퇴문제로 곧바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총수들의 사법처리는 송광수 검찰 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 체제가 더 유지될지, 아니면 교체될지 여부를 판가름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게 검찰 주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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