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167억 불법 아냐” 지역사회 “부글부글”

▲ 왕산마리나 인근에 회센터 등의 상가지역이 형성돼 있다.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왕산마리나가 우여곡절 끝에 준공을 완료하고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주민과의 갈등은 여전하다. 인천시가 왕산마리나 건립에 167억 원을 지원한 게 불법이라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지역사회는 주민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한 반발을 표출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왕산마리나를 두고 일고 있는 잡음과 주민들의 반응 등을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지난 21일 재개장 준비가 한창인 인천 중구 왕산마리나 인근에 도착했다. 마리나는 요트나 레저용 보트의 정박 시설과 계류장, 해안 산책길, 상점 식당가, 숙박시설 등을 갖춘 항구를 말한다. ㈜왕산레저개발은 왕산마리나 조성사업을 위해 2011년 대한항공이 자본금 60억 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됐다.

왕산마리나는 왕산해수욕장과 1㎞가량 떨어진 곳에 지어진 시설물로, 지난달 29일 준공됐다. 왕산마리나 시설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도로의 터널은 현재 출입 통제 구역이다.

해당 터널 앞에는 공사구간임을 알리는 푯말이 서 있었고 터널 안에는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철문을 지키고 있었다. 자재 등을 실어 나르는 차량만 통과할 수 있었다. 오른쪽 도로를 통해 터널 위로 올라가보니 멀리서나마 왕산마리나 주변의 바다와 시설이 보였다.

왕산마리나 주변은 오토캠핑장과 펜션 등 숙박시설이 밀집해 있었다. 대부분 왕산해수욕장 이용객이나 여행객들을 위한 시설이었다. 또 횟집이 밀집한 회센터가 인근에 운영되고 있다.

일부 상인들은 왕산마리나의 개장을 반기고 있었다. 한 식당 주인은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외지 사람들이 많이 오면 우리도 혜택을 입지 않겠느냐”면서 “예전 공사할 때만 해도 (공사 과정에서) 먼지 날리고 시끄러워서 피해를 입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없다”고 말했다.

오토캠핑장은 평일 낮 시간인 탓에 이용객이 거의 없었다. 이곳 역시 왕산마리나가 정식 개장하면 방문객 증가로 인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인근 숙박시설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향후 왕산마리나 주변으로 각종 편의시설 등이 지어진다면 앞날은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임대료 상승이나 상대적으로 낙후된 시설 등 때문이다.

왕산마리나는 이르면 내달 재개장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는 송영길 시장 재임시절인 2011년 대한항공과 협약을 맺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 요트경기장 사용을 조건으로 왕산마리나 건립에 167억 원을 지원했다.

진입이 통제된 터널 위에서 본 왕산마리나 부지와 바다 모습.

지원금 불법 논란 여전

문제가 불거진 건 지난 2014년 유정복 시장이 취임한 후 인천시가 지원금 환수 결정을 내리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시는 유 시장 취임 9개월 뒤인 지난해 3월 인천경제청 특별감사를 통해 왕산레저개발에 지원한 보조금은 ‘불법’이라며 167억 원 환수 결정을 내렸다.

시는 ‘아시안게임 지원법 시행령 제13조’를 근거로 내세웠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자체는 대회직접관련시설에 대해 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투자로 유치되는 시설에 대해서는 지원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법제처가 왕산마리나가 민간투자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환수 결정’은 무효가 됐다. 이에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의 왕산마리나 예산 지원은 불법으로 환수돼야 한다”며 “환수를 위해 최근 주민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해양레저 꽃’ 관심 집중

논란이 일고 있지만 마리나사업에 대한 관심은 상당한 편이다. 마리나는 해양·관광 산업의 핵심 기반시설로 ‘해양레저의 꽃’으로 불린다. 왕산마리나의 경우 해상 면적 12만㎡, 육상 면적 9만8000㎡로 300여 척의 요트가 정박해 정비까지 받을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리나다.

직·간접 고용 효과와 지역경제 발전 등이 예상돼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에서의 마리나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랴오디그룹은 지난 5월 충남 당진의 왜목마리나항만 개발에 1148억 원의 사업 투자를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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