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번째로 큰 지진… 40m 쓰나미 몰고 와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대한민국이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혼란에 빠졌다. 근래 보기 드문 강진으로 국민도 정부도 모두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당시 경주 지진의 원인을 두고 말들이 많다. 그중 가장 큰 설득력을 얻고 있는 원인은 바로 동일본대지진이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파괴로 ‘생지옥’
약 2만 명 피해, 아직도 방사능 정화작업

2011년 3월 11일 일본 미야기 현 산리쿠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으로 최대 높이 17m에 달하는 쓰나미가 일본 본토를 덮쳤다. 

2011년 2월 22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진도 6.3 규모로 일어나 200여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지진은 전진에 불과했다. 17일 뒤인 같은 해 3월 11일 가공할 본진이 일본 도호쿠(동북) 지방 미야기현 센다이에서 동쪽 179㎞ 떨어진 태평양 해역에서 발생했다.

일본에서 일어난 역대 지진 중 가장 강력하고, 현대적인 지진 기록을 시작한 1900년 이후 세계에서 가장 다섯째로 큰 지진인 이 초강력 해저지진이 유발한 높이 40.5m에 달하는 쓰나미는 미야기현 등 태평양 연안 도시들을 직격했다. 

더 큰 문제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지진으로 파괴됐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한 방사성 물질 유출로 이 일대는 그야말로 ‘지옥’이 됐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 5894명, 실종자 2561명으로 2만 명에 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거기에 방사능 유출이 심각한 3개 지역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아직도 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 5년이 넘은 지금도 일본 내 지진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대지진 발생 직후 1년간 진도 1이상의 여진은 8112회 발생했다. 그 후 1년 단위로 1583회, 1023회, 744회 발생하며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대지진 이전 10년 간 연평균 지진 발생 빈도가 306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이 같은 일본의 크고 작은 지진으로 한반도 단층 구조도 변형되면서 이번 경주에서 발생한 강한 지진을 유발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땅에 응력이라는 힘이 순간적으로 쌓였다가 팽창하면서 이번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지진대에서 벗어나 있는데다 단층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아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일본대지진을 기점으로 한반도 지진 발생 횟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지진발생 횟수는 관측을 시작한 1978년 6회, 디지털 관측을 시작한 1999년 37회에 이어 2010년에는 42회를 기록했으나, 2011년 동일본대지진 발생 이후 2013년에는 무려 91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 들어서만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세 차례나 발생하자 동일본대지진의 악몽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아시아의 일본·필리핀·타이완, 중남미의 에콰도르, 남태평양의 바누아투·통가 등 여러 나라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전 세계가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이들 나라가 모두 환태평양 조산대 판과 주변 다른 판이 서로 만나는 ‘환태평양 화산대’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뉴질랜드, 동남아, 일본, 북아메리카 서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으로 이어지는 환태평양 화산대에 속했으나 이번 지진 도미노 현상을 용케 피한 나라들은 좌불안석이다. 

특히 불과 3개월 동안 지진이 계속 발생하자 진도 8~9 규모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날로 커지고 있다. 어떤 판이 인접한 다른 판을 파고들면서 쌓인 에너지가 지표로 분출하면서 생기는 것이 지진이므로 앞으로 발밑 지형이 어떻게 뒤틀리고 달라질지 모르는 탓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나라들이 모두 이른바 ‘불의 고리’로 일컬어지는 ‘환태평양 화산대’에 있다는 사실이다. 환태평양 조산대 판과 주변 다른 판들이 만나면서 예로부터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빈발한 이 지역에서 짧은 시간 지진이 계속 일어나면서 ‘대지진 50년 주기설’에 관한 우려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지진 50년 주기설은 진도 8.5 규모가 넘는 대지진이 불의 고리 지역에서 10년 넘게 자주 일어나다 어느 날부터 잠잠해진다. 하지만 처음 대지진이 시작하고 약 50년이 흐른 시점에 다시 대지진이 시작돼 10여 년간 곳곳에서 대지진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즉,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불의 고리 지역인 칠레(1960년, 진도 9.5) 미국 알래스카(1964년, 진도 9.2) 지진처럼 진도 8.5가 넘는 대지진이 약 5, 6회 발생하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사실상 중단됐지만,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진도 9.1)에서 다시 시작해 최근까지 빈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불의 고리설이나 주기설은 모두 환태평양화산대에 국한한다. 그렇다고 환태평양화산대에서 벗어난 나라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2015년 4월 25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81㎞, 제2 도시 포카라에서 동쪽으로 68㎞ 각각 떨어진 람중에서 발생해 8100명 넘는 목숨을 빼앗은 규모 7.8의 지진은 인도·호주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서 일어났다.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산맥이 먼 옛날 이 두 지각판이 충돌해 생긴 것인 만큼 이 산맥에 자리한 네팔에서 지진 위험성은 상존했다. 결국 불의 고리에 속하지 않더라도 지각판 두 개가 맞닿는 지역에서는 얼마든지 대지진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각판 위에 온전히 올라있는 나라는 어떨까. 역시 지진 안전지대는 아니다. 2008년 5월12일 유라시아 판에 있는 중국 쓰촨성에서 리히터 규모 8.0의 지진이 일어났다. 쓰촨 성 대지진이라 불리는 이 대지진 탓에 사망자 약 6만9000명 등 약 42만 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를 일어났다. 

지진 특성상 대지진이 한번 일어나면 그 여파가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간다. 이 경우 안정적이었던 지각도 갑자기 불완전 상태로 변할 수 있다. 결국 지구상 어느 곳도 안전지대는 없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