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식 대권 후보 시나리오 경쟁 불붙었다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야권 대권 후보 간 ‘통합경선론’, 반기문·안철수 단일화론 등 내년 대선(大選)을 앞두고 벌써부터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각 정당·계파들이 ‘막 던져보는’ 단계라고는 하지만 여(與)든, 야(野)든 과거와 같은 ‘빅 보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독자 후보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대권 후보 시나리오 경쟁이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최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내년 1월 귀국’ 발언으로 대선 레이스가 조기 점화된 가운데 ‘개헌론’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내년 대선의 여야 키플레이어들이 직접 개헌 불쏘시개로 나서면서다.

여야를 아우른 원외(院外) 유력인사들의 개헌 모임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개헌론이 헌법 개정 작업을 넘어 정치권 새판 짜기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끊임없이 나온다. 대선주자 간 ‘본게임’에 앞서 개헌론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지난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의 첫 주자로 나선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개헌론 불씨 살리기에 총대를 멨다. 그는 “수도 이전은 위헌 판결이 났으니 재론의 여지가 없다. 모병제는 헌법 39조에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못 박아놨으니 만일 (모병제를) 한다면 위헌(違憲)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수도 이전과 모병제 주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우선 개헌의 출발선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여권의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무성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이다. 김 전 대표의 개헌론을 띄우는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수도 이전과 모병제 주장을 깎아내린 셈이다.

김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한 언론과의 대담 인터뷰에서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여야 간 연정(聯政)이 필요하다”며 개헌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내년 대선 여야의 키플레이어들이 ‘개헌’이란 공통분모를 찾은 것이다. 두 사람은 나란히 지난 23일 ‘나라 살리는 헌법 개정 국민주권회의’ 창립대회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여야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참석했다.

국민주권회의에는 김원기 임채정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조해진 문병호 전 의원,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 등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여야 개헌추진모임에 참여한 현역 의원은 새누리당 64명, 더민주당 84명, 국민의당 33명 등 185명이다. 15명만 더 참여하면 국회에서 개헌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원내외와 여야를 아울러 ‘개헌 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 대목이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연대론’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이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당권이 각각 친박(친박근혜)계와 친문(친문재인)계로 재편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친박계가 ‘반기문 옹립’에, 친문계가 ‘문재인 대세론’에 적극 나서면 양당의 ‘비주류 연합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지난 19일 새누리당 경북도당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대선은 3자 구도가 될지, 4자 구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비박계의 탈당 등 정계개편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 의원은 “요즘 너도나도 대선에 출마한다고 해 안 나오면 (정치인) 취급을 못 받는다”며 직접 플레이어로 나설 여지도 남겼다.

하지만 제3지대론은 아직까지 ‘도상(圖上)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개헌 이슈와 거리를 두고 있다. 더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 가능성이 높고,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는데 개헌을 추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야권 주자들이 ‘정치적 승부’에 강한 박근혜 대통령의 기류를 살피느라 개헌에 적극 나서지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예상외로 내년에 개헌 카드를 던지면 개헌 자체가 ‘박근혜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 김종인 전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대정부질문에서 “개헌 논의로 국력(國力)을 분산해선 안 된다”며 “정부 입장에선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일에 주력하는 게 마땅하다”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반·안(潘·安) 단일화’ 시나리오까지 등장

한편,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친박계 중심 시나리오인 ‘반기문 추대론’과 맞물려 여권 일각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안 전 대표 간 단일화를 추진하는 ‘반·안(潘·安) 단일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최근 방송을 통해 “(반 총장과 안 의원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야당 내에서는 아니지만 새누리당에서 이정현 대표가 탄생한 뒤에 꾸준히 그런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앞서 “여권의 분화나 개헌을 통해서 새로운 구도가 제시되면 그때 가서는 안 전 대표가 여권 주자로 나올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밝히면서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같은 시나리오들의 실현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1년도 더 남은 시점에서 쏟아지는 시나리오들은 각 계파들이 그냥 던져보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시나리오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직 K의원은 “각 대선주자들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며 “대선주자들은 오직 자신의 독자적 지지율 올리기에 집중해야 되기 때문에 당분간 현실화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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