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열기가 정권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될 게 없다. 그러나 15개월 앞으로 다가온 19대 대선은 역대 어느 대선보다 유동성이 크고 격변(激變)이 예상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대 후반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2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10% 안팎으로 앞서가고 있지만 여야 모두 절대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영호남 연립정부, 호남-PK연합 등 ‘합종연횡책’이 난무하고 있다.

반 총장은 당내 확실한 지지 세력이 없다. 그런 만큼 위험 부담이 크다. 그래서 반 총장은 추석 연휴 ‘내년 1월 귀국’을 거론하며 조기 대권행보를 시사했는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에서 이제 반 총장은 내년 대선 구도의 상수(常數)지만 당 내의 차기 주자들이 경쟁력을 높이고, 그들과 치열한 경선을 거처야 본선 경쟁력을 갖게 된다. 오세훈, 유승민, 김무성, 김문수, 남경필, 원희룡, 정우택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완의 대기(大器)들이다.

반 총장은 평소 ‘태산불사토양(泰山不辭土壤)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태산은 이 흙 저 흙을 가리지 않아 그 높이를 이루었고, 강과 바다는 어떤 실개천도 다 받아들인다’를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아왔다. 지금 새누리당 내의 비박 계는 ‘반기문 대망론’이 ‘반기문 대세론’으로 고착화되지 않도록 ‘반기문 견제론’을 본격화하고 있다. 비박계는 철저한 사전 검증 국면에서 반 총장이 낙마할 경우 여권 전체가 ‘대안부재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반 총장이 친박의 후광을 업고 나오고, 문재인 전 대표가 친노-친문의 지지로 후보가 된다면 각각 상대 당에게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다.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이 자신의 좌우명 그대로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계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 대권의 문이 활짝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선거를 치르는 데에는 인화(人和)가 제일 중요한 법이다.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는 한동안 총선참패 책임론 탓에 수세 국면에 있었지만 8.9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대표를 당선시키며 정국 주도권을 장악했다. 남은 것은 대선 승리를 통한 정권재창출이다. 그러나 비박계는 북핵위기 심화, 지진 등 안전문제, 반 총장의 혹독한 검증, 개헌과 정계개편 등 대선국면을 뒤흔들 변수가 적지 않은 만큼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 총장의 강세 현상은 북핵문제라는 외교안보적 위기상황에 기인하고 있어 북핵 위기가 지속될 경우 나머지 주자들의 약세구도는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반기문 대망론’은 허(虛)와 실(實)을 모두 가지고 있다. 허(虛)는 국내에서 정치력을 검증받은 적이 없고, 북의 핵개발을 막지도 외교적 해법을 도출해 내지도 못했으며, 10년 외국 생활에 국민의 민생문제 해결에 대안 제시가 어려울 거라는 것이다. 실(實)은 파리 기후변화협약 합의를 이끌어낸 업적과 한반도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국민의 기대감이다.

현재 야권의 대선후보들이 강세고, 여권이 반 총장을 제외한 ‘대권 주자 가뭄’을 겪고 있는 사정은 새누리당의 위기이다. 보수세력들의 비토가 상대적으로 덜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중간지대론’, 친박·친문 세력을 제외한 ‘국민중심론’도 새누리당의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 그래서 정치 경험이 전무한 반 총장이 대선을 끝까지 완주해 대업(大業)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또한 북한의 핵실험과 조선·해운업 사태, 경주 지진사태 등 안보·경제·안전 위기가 동시다발로 정부와 집권 여당을 시험하고 있다. 이제 한국 외교는 창조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 등 점증하는 국내 여론에 정통 외교관 출신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가 대선 성패를 가름할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반 총장의 대선 도전 성공 가능성은 현 시점에 ‘반반’(半半)일 수 있다.

지진이 난 후에 복구·수습하는 것은 ‘목이 마르고서야 우물을 파는 것(臨渴掘井, 임갈굴정)’과 ‘싸울 때가 되어서야 무기를 만드는 것(鬪而鑄錐, 투이주추)’과 같다. 때늦은 일이 된다. 따라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반기문 대망론’이 역풍을 맞지 않도록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으며, 반기문 대망론의 허와 실에 대한 대비책(플랜B)을 세워 놓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과거 ‘이회창 대세론’은 두 번이나 실패로 끝났다. ‘반기문의 실패’에 대비한 대안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사후약방문을 방지하기 위해 권역별 주자들을 육성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저평가 우량주들을 발굴, 반 총장의 대항마를 2~3명 키우는 것이 정권재창출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종철 논설주간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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