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씨는 6일 아침 10시경 서초동 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검에 몰려있던 수많은 취재진은 재용씨가 청사 문을 향해 들어올 때까지 그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했다. 최근 10억원짜리 고급빌라 3채를 구입하고 170억원의 ‘괴자금’을 움직였던 인물이라고 알려진 그가 예상(?)을 깨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출두했던 것. 재용씨는 이날 낡은 흰색 콩코드 승용차를 타고 왔다. 먼지가 잔뜩 낀 차 조수석에서 내린 재용씨의 모습도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낡은 검은색 코트 차림에 야구모자를 꾹 눌러쓴 채 변호사를 동행하지 않고 홀로 청사 앞으로 걸어왔다. 뒤늦게 재용씨라는 것을 알아차린 취재진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그는 5분여간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검찰수사관을 따라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기자들 모두 황당한 재용씨의 등장에 아연실색했다. 특히 이날 재용씨가 타고온 승용차는 1987년 시판됐다 97년에 단종된 기아 ‘콩코드’였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콩코드는 중고시장에서 거의 거래되지 않으며 가격도 50만∼8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소유주도 재용씨의 소유가 아닌 이모(53)씨로 알려졌다.재용씨의 이날 모습은 마치 지난해 4월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아버지 전두환씨의 재판과정을 지켜보는 듯했다. 당시 전씨는 법정에서 추징금 2,204억원 가운데 1,891억원을 내지않은 이유에 대해 “현금은 통장에 있는 29만1,000원이 전부다”라고 말해 판사와 입씨름까지 했다.

이 때문인지 재용씨의 이날 출두모습을 두고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된 연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취재진들 내에선 아버지가 추징금 낼 돈이 없어 도자기, 가전도구 등 집안 가재도구들까지 경매에 부쳐 판 상황에서 아들이 화려하게 등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냐는 등 온갖 추측이 무성했다. 재용씨의 이날 출두모습은 네티즌들 사이서도 화제가 됐다. ‘겨울여행’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포털 D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전재용이 어제 검찰출두 때를 보니 10년이 넘은 고물 콩코드 승용차를 타고 나왔다”며 “아버지나 자식놈이나 국민들을 희롱한다. 피는 못 속인다”고 말했다.

‘hittc’라는 아이디의 네티즌도 “전재용 콩코드 몰고 나타났다던데. 요즘 코미디가 너무 유치해서”라고 비판했다. 한편 재용씨는 이날 검찰에서 괴자금 170여억원의 출처를 “외할아버지인 이규동씨에게서 받은 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재용씨가 돈의 출처를 감추기 위해 이미 사망한 이씨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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