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연대는 7일 1차 공천반대 인사명단을 각 정당에 전달했다.‘4·15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본격적으로 낙천·낙선운동을 시작했다. 총선연대를 비롯한 각 시민단체들이 낙선대상자 명단을 발표하며 ‘물갈이론’을 들고 나온 것.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총선시민연대가 선정한 낙선대상자 87명중 59명(68.6%)을 낙선시켜 정치권을 떨게 만들었던 낙선운동. 측근비리특검, 대선자금 폭풍과 함께 총선을 앞두고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4·15 총선에 미칠 파장을 진단했다. ‘다시 부는 2004 바꿔 열풍’전국 3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2004총선시민연대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17대 총선 공천반대 인사 1차 명단을 발표했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32명, 민주당 20명, 우리당 7명, 자민련 3명 기타·무소속 3명 순이다.

정치권, 공천에 영향력 미칠까? 초긴장

현역의원 66명이 포함된 이번 명단발표는 즉각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권은 “공정성이 결여된 주관적이고 편향된 명단발표다”며 즉각 반발했고 총선연대의 선정기준에 의문을 제시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총선연대측은 각 정당들이 공천반대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을 경우 총선에서 그들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총선연대의 명단발표가 가져 올 파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 배경에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총선시민연대가 펼친 낙선운동의 파급력을 정치권이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총선연대가 펼친 낙선운동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각 정당들의 공천심사에서 총선연대가 발표한 공천반대명단 102명 중 44명(43.1%)이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고 전체 낙선운동대상자 87명중 59(68.6%)명이 낙선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낙선대상자 20명 중 19명이 낙선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각 정당들이 선정 기준을 문제삼으며 반발하고 있지만, 결국 공천심사에서는 참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불법대선자금, 특검, 정치인 비리혐의 검찰수사 등으로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시민단체가 낙천대상자로 선정한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공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각 당마다 신선한 인물을 등용하기 위해 고심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현역의원들의 상당수가 공천에서 탈락될 수밖에 없는데 시민단체의 공천반대인사로 찍힌 의원들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정치권은 또 이번 명단이 ‘영·호남 물갈이론’등 현재 정가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바람에 편승할 경우 그 파급력은 훨씬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낙선운동 단체 제각각

그러나 지난 16대 총선에선 총선연대를 통해 하나로 모아졌던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이번엔 시민단체들이 제각각 낙선운동, 당선운동을 펼치고 있어 힘이 분산돼 영향력도 예전에 비해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현재까지 오는 4·15총선에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한 시민단체는 ‘2004 총선시민연대’, ‘총선여성연대’, ‘총선환경연대’,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보수시민단체로 구성된 ‘바른선택 국민행동’ 등이다. 이밖에 지방 시민단체들도 별도로 낙천낙선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 당선운동을 표방하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와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 시민단체와 학계 인사가 중심이 된 2004 총선물갈이연대, 네티즌 모임인 ‘국민의 힘’, 여성의 정치권 진출을 표방하는 ‘맑은정치 여성네트워크’, 민주노총 등 여러 단체가 당선운동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체별로 낙선 또는 당선운동 대상 후보자의 선정기준이 달라 객관성과 공정성 시비가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본래의 목적과 달리 낙선운동은 오히려 국론분열과 혼란만 가중시켜 당락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낙선운동을 두고 성향이 다른 시민단체간의 힘겨루기 양상도 보이고 있다. 예비역 대령 연합회와 반핵반김 청년운동본부 등 19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바른선택 국민행동은 김용갑(한나라당)의원과 정형근(한나라당)의원에 대해 당선운동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총선연대는 이들을 모두 공천낙천인사로 선정했다. 또 물갈이연대를 통해 당선운동을 표방하고 나선 최열 환경운동연합대표는 총선연대로부터 낙선대상자로 선정된 정몽준 의원에 대해 당선운동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칫 낙선운동을 두고 시민단체간 갈등이 빚어질 경우 국민들의 선택은 그만큼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총선연대 김기식 공동집행위원장은 “다양한 시민단체에서 낙선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유권자의 판단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 기준과 명단에 대해 국민이 공감하면 낙천이고, 아니면 공천 받고 당선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느냐의 문제는 선거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심판의 몫은 유권자에게 있고 우리는 유권자에게 판단의 기준과 근거를 제공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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