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떠돌다 이곳에 처음 도착했던 이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바로 잊어버리고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새로운 언어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사과 향기가 스밀 것만 같은 이름,‘팜필리아’에서라면 그것은 전설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직 둘만의 언어로 지금이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모든 것을 노래하라. 이곳 팜필리아에서 만큼은.
 
아름다운 폐허, 시데

이토록 아름다운 폐허라니. 이스탄불을 거쳐 안탈리아로 그리고 다시 이곳 시데로 오는 모든 여정이 오직 이 장면을 보기 위한 여정이었다 해도 괜찮을 듯싶었다. 지중해 바로 앞에 새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아폴론 신전.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손상돼 있었지만, 사실은 더 이상 다른 곳을 보지 않아도 좋을 만큼 아름다웠다.

오래 아프면 오히려 아름다울 수 있다는 역설은 이런 풍경 앞에서야 비로소 한숨처럼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다. 거칠게 다가왔다 이내 부서져 버리는 포말처럼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마지막은 이렇게 벅찬 것일까. 해안가에 모래가 쌓이면서 이곳의 풍요롭던 도시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아폴로 신전의 몇몇 기둥들은 남아 여전히 지중해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머물 곳은 안탈리아였으므로 그저 한나절 스치듯 지나는 여행자일뿐이었지만 이곳이 옛 팜필리아 제일의 항구도시였음을 가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해독이 불가능한 시데 지역의 고유 언어와 문자들은 팜필리아 지역의 고유성이 바로 이곳에서 발현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이곳엔 또 하나의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이기적일 만큼 아름다웠던 클레오파트라조차 이곳의 일몰 앞에서 오직 한 남자의 사랑스러운 ‘여인’이 됐다. 안토니우스와 그녀의 사랑은 이곳 시데에서 그렇게 더욱 견고해졌다. 그저 말간 하늘 아래 흩어지는 파도소리가 깃든 아폴론 신전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와 안토니우스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는 곳.

시데에 머무는 동안 안토니우스처럼 사랑에만 모든 것을 걸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 도시의 이름인 시데는 고대 아나톨리아 말로 ‘석류’라고 했다. 붉디붉은 열정을 품은 이 도시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tip> 고대 도시 시데
고대 도시 시데는 10세기에 큰 화재를 겪으며 대다수의 주민들이 가까운 안탈리아로 이주했다. 그 후 오랫동안 버려져 있다가 20세기에 들어서야 관광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고대 유적지와 거주지가 뒤섞여 있는 독특한 도시 시데. 신전 외에도 극장과 목욕탕, 아고라 박물관을 둘러 보며 고대도시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이미 완벽한 추억, 아스펜도스

여전히 터키여행에서 안탈리아를 포함한 팜필리아 해안 지대는 이스탄불보다 멀고 앙카라보다 낯설다. 이곳은 페르시아 제국 때나, 로마 제국 때에도 늘 변방으로 여겨지던 곳이었다. 따라서 주목할 만한 역사적인 사건은 없었지만 아주 오래 전, 이곳에 세 도시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화려한 도심의 밤보다 훨씬 호기심을 자극했다.

페르게, 아스펜도스, 그리고 시데까지. 이 힘없는 작은 도시들은 세계사에 등장했다 사라진 수많은 정복자들을 거치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사이로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특히 7세기 이후 아랍 이슬람의 침략을 받은 후엔 눈에 띄게 폐허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스펜도스에 남은 고대 원형극장만큼은 달랐다.

한낮의 텅 빈 원형극장의 객석에 앉아 2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이 공평하게 나누었을 공연의 웅장한 울림을 상상했다. 모든 객석이 무대의 아주 작은 파장까지 흡수하려는 듯 중앙을 향해 있었으므로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눈을 감으니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은 사라지고 밤의 무대가 펼쳐졌다. 객석을 가득 채운 공연장의 무대 위, 한 발레리나가 사뿐히 날아올랐다. 수많 은 관객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오직 자신의 연인만을 위해 춤을 추는 그녀의 얼굴은 수줍은 분홍빛에 물들어있다.

그렇게 모두의 찬사가 별처럼 쏟아지는 순간에도 그녀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을 향한다… 감았던 눈을 뜨자 지중해의 햇살은 원형극장의 객석 자리자리마다 눈부신 조명처럼 쏟아지듯 내려앉았다. 그리움이 가득 담긴 이 고대 도시들은 오늘도 조금씩 그 흔적을 지워가고 있을 것이었다. 순간 나는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존재한다는 것에 안도했다. 결국 사랑은 남아, 사랑이란 이름으로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든 것들을 재촉하고 있었다.

<info> 대지진 그 날의 모습 그대로, 히에라폴리스
각종 질병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파묵칼레 온천수는 고대부터 유명했던 명약. 이 지역에 기원전 190년경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도시, 히에라폴리스가 있다. 1334년 큰 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지만 꽤 거대한 규모의 잔재들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게 돌아볼 수 있다.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개선문과 헬레니즘 시대의 공동묘지, 사도 필리포스의 순교 기념건물 등이 있다.
 
하얀 그리움, 파묵칼레
파묵칼레로 향하는 길, 여행 전에 수없이 보았던 이곳의 이미지를 떨쳐내려 애를 써야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시간들이 겹쳐지면서 만들어낸 하얀 석회석의 신비로운 풍경은 터키 여행에서 열기구가 떠 있는 풍경만큼이나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활짝 핀 목화꽃처럼 주변을 온통 하얗게 비추고 있을 석회석과 그 웅덩이를 채우고 있을 온천수의 풍경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안탈리아에서 자동차로 4시간 이상 달려가야 했지만 그런 여정은 오히려 설렘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차창 밖으론 화가가 방금 전에 붓을 내려놓은 듯 아직 물감조차 마르지 않아 보이는 아슴아슴한 수채화 풍경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파묵칼레에 닿았을 때, 경이로운 풍경에 먼저 카메라를 들기보단 손을 뻗어 하얀 석회석을 조심스레 만져보았다.
1만4000년이라는 아득한 시간이 빚어낸 수많은 웅덩이마다 보드랍고 따스한 물이 나지막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커다란 웅덩이나 아주 작은 웅덩이에도 그리움은 스미듯 고여 지중해의 하늘을 순수하게 비춰내고 있었다.
 
얼핏 보기엔 시린 눈처럼 바스라질 것 같지만 파묵칼레의 석회석들은 지나온 시간의 질량을 견고하게 덧입고 있었다. 시간과 시간이 마주한 자리는 다행히도 단단했다. 지금은 비록 사랑이란 것조차 삶 속에 그저 던져진 듯 무심히 여겨진다 하더라도 그 어느 날, 파묵칼레의 하얀 목화성처럼 피어오를 순간을 기대하게 했다. 영겁의 시간 이 마주한 자리가 그러했듯이, 마음과 마음이 마주한 그 자리가 단단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므로.

이블리미나레와 당신과 나,
안탈리아

성경에서나 들어보았던 종려나무가 고풍스런 건물 사이사이를 매끄럽게 이어주고 있는 안탈리아. 구시가지를 걷는다는 것은 그곳이 전해주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일이다.

시내의 북쪽 광장에 서니 구시가지와 안탈리아 항구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비잔티움제국 때부터 바다와 내륙을 이어왔던 곳이지만 소란스러움보단 고요한 매력이 녹아 있었다. 고대도시를 돌며 숨 가쁘게 흘러온 일정을 멈춰 세우는 듯한 풍경. 아, 아직도 이런 풍경이 있구나 싶어지는 순간 오렌지색 기와지붕과 가옥들 사이로 높이 솟은 첨탑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이곳이 안탈리아라는 징표와도 같은 것이었다.

붉은색 벽돌을 쌓아 올린 그 첨탑은 아련한 풍경의 한가운데를 수놓고 있었다. 이블리미나레, 부르고 나면 꽃잎처럼 흩날릴 것만 같은 러블리한 이름. 그 모습은 마치 은은하고 엷은 화장을 마친 후 수줍게 서 있는 터키 여인이 바로 곁에 있는 느낌을 전해주었다. 왜 그 순간 이 첨탑에 마음이 그토록 흔들렸는지 설명하긴 어렵다. 분명한 것은 칼레이치라 불리는 구시가지 입구를 지키는 히드리아누스 황제의 문보다, 미로 같은 골목 사이사이의 전통가옥보다, 이블리미나레를 마주한 순간이 훨씬 더 매혹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블리미나레 아래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받은 지중해만큼이나 반짝이던 당신과 나. 떠올리려 애쓰지 않아도 사랑스런 순간들은 어느새 내게 다가왔다. 그렇게,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몰랐던 모든 것들, 지금이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모든 것들을 노래했다.

<tip>안탈리아 골목투어
히드리아누스의 문을 통과하면 항구로 내려가는 미로 같은 길이 이어진다. 바로 이 골목길에 안탈리아의 진짜 모습이 숨겨져 있다. 아름다운 노천카페와 아기 자기한 전통가옥을 개조한 호텔, 수공예 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골목이므로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
 
유럽이 사랑하는 휴양도시, 안탈리아의 호텔

안탈리아의 호텔이 매력적인 이유는 대부분의 호텔과 리조트들이 올 인 클루시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불한 객실료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는 이 편리한 시스템은 휴양과 골프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자들은 물론 허니무너들의 마음 까지 사로잡으며 지중해 최고의 휴양도시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정문에 도착하면서부터 체크아웃을 할 때 까지, 차별화된 서비스를 누려볼 수 있는 호텔 세 곳을 모았다.
 
레그넘 카리야

대규모 워터파크, 웅장한 규모의 메인 풀과 함께 산책하듯 걷다보면 지중해의 해변을 만날 수 있는 곳. 무엇보다 레그넘 카리야는 2015년 G20 정상회담의 본부 호텔로 사용되며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서로 다른 콘셉트의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어 호텔 내에서도 매끼 색다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디저트 카페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스포츠 바, 아이들을 위한 쾌적한 키즈클럽 시설이 돋보인다.
드넓은 부지에 조성된 골프 클럽에서 여유로운 라운딩을 즐길 수도 있고 야외에 마련된 어드벤처 파크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도 있다. 지하에는 클럽과 게임 센터는 물론 라이브 뮤직을 즐길 수 있는 바가 있어 가볍게 칵테일을 마시는 것도 좋다.

타이타닉 디럭스 호텔

안탈리아는 물론 이스탄불과 베를린 등 주요 도시에서 12개의 호텔, 4000여 개에 달하는 객실을 운영하는 호텔그룹 타이타닉. 그 중 최고의 룸 콘디션으로 꼽히는 디럭스급의 객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안탈리아 벨렉지점이다. 
넉넉한 크기의 객실과 다양한 콘셉트의 스파는 여유로움을 한껏 누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 새하얀 호텔 건물을 비추고 있는 야외 풀장의 풍경은 밤이면 은은한 조명아래 더욱 운치를 발한다.

맥스 로얄 호텔

지중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호텔, 맥스 로얄. 해변과 인접해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최고의 골프장인 몽고메리 골프클럽과 가까워 골 프 마니아들에게 더욱 인기가 높다. 
5성급에 어울리는 세련된 시설과 서비스 는 맥스 로얄 고객 전용 공항라운지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기분 좋게 이어 진다. 고급 부티크에 온 듯한 독특하고 인상적인 내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 는 이곳은 특히 아시아 지역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어 언제나 인기가 많다.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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