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번민도 깊어지고 있다.연초부터 최돈웅 김영일 의원에 이어 측근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는 악재속에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는게 한 측근의 전언이다. 이 전총재는 설연휴기간 서청원, 신경식 의원이 사법처리된다는 보고를 받고 측근들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설 직후인 지난 29일에는 대선당시 부국팀에서 자금을 관리했던 서흥주 행정특보까지 검찰에 전격 연행되면서 “너무 안타깝다”는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한나라당 관계자는 “서씨에 대한 수사는 이 전총재에 대한 간접수사 성격으로 이해된다”고 말해 이 전총재를 겨냥한 수사임을 시사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에서 ‘이회창계’의 핵심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이미 정치적 타격을 입은데다 이 전총재 자신도 재기가 불투명해진다.

특히 비주류 좌장격인 서 전대표의 검찰 출두로 당내 비주류 및 이회창계가 완전히 몰락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검찰 출두가 아니더라도 서 전대표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던 상황이다. 서 전대표가 구속되던 지난 23일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상하리 만큼 침묵을 지키다 민주당 한화갑 전대표가 여권과 충돌하면서 뒤늦게 서 전대표 구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이같이 `돌변한 것은 민주당이 당의 사활을 걸고 ‘한화갑 지키기’에 나서고 있는데 자극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전대표의 구속에 대처하는 양당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면서 당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당 지도부가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당내부에서 이회창계로 분류되는 이재오 김문수 정형근 의원 등과 이 전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무성 권철현 의원 등은 아직 건재를 과시, 대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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