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이번호 주인공은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다.

아버지의 인정…이노션 상장에 일석이조
섬세하고 꼼꼼해, 채용 면접 직접 하기도

<뉴시스>

정성이 고문은 결혼 뒤 20여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내다 어머니 이정화 여사와 함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이사를 맡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이노션 설립 단계부터 박재범 전 이노션 대표이사와 제일기획 연구소 소장 출신의 박재항 전 마케팅본부장을 직접 영입하는 등 경영에 적극 참여했다.

당시 정 고문은 광고 문외한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설립 초기부터 업무를 직접 챙겼다. 경력사원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노션의 기업문화 조성과 인재발굴 및 육성, 프로젝트 수주 및 관리 등 세세한 부분까지 챙겼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고 전문가가 아니라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대신 전문가 의견을 잘 수용하는 편이라는 평가가 있다”며 “오너 일가다 보니 거액이 투자되는 큰 프로젝트도 과감히 진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직원들이 반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 고문은 현재도 이노션의 최대주주 (27.99%)이자 고문으로 경영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고문이라는 직함에서 보듯,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회사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 주요 광고가 나올 때마다 꼼꼼히 들여다보며 제품의 특성을 잘 살렸는지, 이미지 전달은 제대로 됐는지를 항상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그룹 의존도 줄여

정 고문이 경영자로서 업계에 이름을 알린 때는 2005년 7월 기아차의 ‘그랜드 카니발’ 신차 발표회 이벤트 행사였다. 그는 아침부터 행사장에서 음식, 스피커 등을 점검하며 예행연습을 했고 성공적인 행사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11월에는 타사인 삼성전자 TV광고를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수주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가 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이 아닌 다른 그룹의 광고 대행사를 활용한 것이 1995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는 실력을 중요시하는 정 고문의 경영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이노션 설립 당시 현대기아차의 계열사로 주목받았던 만큼 그룹 광고 물량만 소화해도 업계 선두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시각이 컸다. 하지만 이노션은 실력을 바탕으로 그룹 광고 업무뿐만 아니라 타사의 광고 업무에도 적극 참여하며 수주를 따냈다.

이외에도 이노션은 국내 광고대행사 중 유일하게 슈퍼볼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 1초당 2억 원으로, 슈퍼볼 중계는 TV 광고료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에도 슈퍼볼 경기 시작 전과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리킥 타임에 60초 광고 2편, 경기 중(1~2쿼터) 30초짜리 광고 2편 등 총 4편을 선보였다.

이런 이노션의 활약에 힘입어 정 고문은 국내 여성 부호 4위에 올랐다. 지난달 22일 시가(7만7900원) 기준 정 고문의 이노션 주식가치는 4462억 원. 지난해 7월 상장 당시보다 1000억 원 가까이 증가한 금액이다. 이노션은 상장 첫날인 지난해 7월17일 6만500원에서 꾸준히 올라 최근 8만원선을 오가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10위권에 머물렀던 정 고문의 여성 부호 순위도 수직 상승했다.

한편 정 고문의 남편은 선두훈 대전선병원 이사장이다. 선 이사장은 가톨릭의대 교수, 미국 스탠포드대학 교환교수를 거쳐 대전 선병원 이사장 및 코렌텍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다.

화려한 재계 혼맥 형성

선 이사장은 2015년 7월에는 인스텍 대표로 취임했다. 2016년 3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DMT 3D 금속 프린터 장비를 국내 최초로 유럽에 수출했다.

또한 정성이 고문 아들 선동욱(28)씨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의 둘째 딸 수연(26)씨가 지난 4월 1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현대차그룹 내 첫 4세 혼인으로 신랑 선동욱씨는 현재 뉴욕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신부 채수연씨와 뉴욕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결혼식에는 범현대가와 애경그룹 일가를 비롯해 재계 인사 등 양가 하객 700여 명이 참석했다. 현대가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부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일 전 현대기업금융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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