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목숨을 걸겠다’던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재판 항고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대법원 최종심에서 같은 판단을 할 경우 정치 재개뿐만 아니라 대권으로 가는 티켓도 거머쥘 전망이다. 당장 이 전 총리의 재등장으로 새누리당 대권 판도는 친박 양강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또한 충청 출신 이 전 총리의 대권 합류로 ‘충청 대망론’ 역시 어느 때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 여기에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에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충청출신으로 ‘충청 대망론’이 내년 대선지형 판도를 바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 반기문·이완구·정우택 ‘충청 대망론’ 활활
- 주류, ‘양강 체제’ 환영-비주류, ‘짝짓기판’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이완구 전 총리가 죽었다 살아났다. 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성완종 리스트’에 걸려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났지만 최근 2심에선 무죄로 바뀌었다. 1심 재판부는 ‘사망 직전 인사가 거짓말을 하겠느냐’에 초점이 맞춰졌고 2심 재판부는 ‘이 전 총리에 대한 강한 배신과 분노로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 판결이 달랐다. 최종심만 남겨둔 이 전 총리가 무죄로 확정될 경우 정치재개뿐만 아니라 대권 도전 가능성도 활짝 열리게 된다.

이완구 ‘무죄’ 청와대, 새누리당 ‘반색’

일단 이 전 총리의 무죄 판결로 집권 여당 주류 측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주류 측이 지지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야 대선 후보 중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말 출마할 것이냐’, ‘출마해도 혹독한 검증을 버틸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당 주류뿐만 아니라 충청도내에서도 ‘반기문 대안론’이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 전 총리가 항고심에서 무죄를 받자 집권여당 주류 측에서는 ‘반기문 대안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 전 총리의 등장이 대선 후보 관리차원에서 나쁠 게 없다. 반 총장 대세론이 지속될 경우 자칫 임기말 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해도 대안이 없어 끌려 다닐 수 있지만 이 전 총리 등장으로 반 총장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도 마찬가지다. 이정현 대표가 언급한 치열한 경선을 해야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며 내세운 ‘슈퍼스타K’방식도 현실화될 공산이 높게 됐다.

반면 비주류 측은 강화된 친박 양강 체제에 잠룡군별 이합집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김무성 전대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친박계 후보 견제를 위해서라도 ‘인위적인 짝짓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충청권 역시 충남 청양 출신인 이완구 전 총리의 정치적 재기가 마련된 만큼 ‘충청 대망론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미 올해 5월 충북 음성이 고향인 반기문 총장이 국내에 들어와서 대권 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반기문 대망론’이 충청도를 처음으로 강타했다.

추석전에는 반 사무총장이 ‘충청권 최고 원로’인 김종필 전 총재로부터 공식적으로 지지를 받으면서 ‘충청 대망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반 총장 역시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에 국내에 귀국할 것임을 예고하면서 사실상 대권행보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리의 무죄까지 나오면서 충청도는 내년 12월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들썩거리고 있다. 반 총장에 이어 이 전 총리까지 대권 출사표를 던질 경우 최소한 새누리당에서 충청 출신 대선 후보가 탄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총리는 10년동안 해외에서 활동한 반 총장과는 달리 ‘밀착형 충청인’으로 도민들로부터 남다른 애정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충청, “반기문도 좋고 이완구도 좋고…”일조이조

충남 청양군 비봉면 양사리에 태어난 이 전 총리는 홍성 경찰서장을 지내면서 고향민에게 남다른 신임을 받은 바  있다. 1974년 행정고시(15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뒤 1994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9개월 동안 충남청장을 지냈다.

또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로 나와 당선되었다. 2009년 12월 도지사직을 사퇴할 때까지 3년여 동안 충남의 도백(道佰)을 지내면서 ‘강한 충남’을 내세워 충청도민들에게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 전 총리는 충남지사 시절 박 대통령과 함께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원안 사수에 앞장선 인연도 있다. 이 전 총리는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도지사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청와대, 국회 이전 등 행정수도 건설 문제가 이슈화 될 경우 이 전 총리는 충청도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이 전 총리는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정치활동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이제는 공직이 됐든 아니면 정치권이 됐든 좀 깨끗한 그리고 정직이 통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이 전 총리뿐만 아니라 충북 진천 출신의 4선으로 충북도지사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정우택 의원도 ‘대망론’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정운찬 전 총리(충남 공주 출신) 역시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기에 논산이 고향인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충청도 출신 ‘인물 경쟁력’이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높아 충청민들의 ‘충청대망론’에 대한 염원이 커지고 있다.

또한 충청권 인구가 늘었다는 점도 충청대망론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충청권 인구는 540만 명으로 호남 인구 520만 명을 넘어섰다. 충청 표심이 차기 대선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동안 역대 대선을 보면 ‘충청권 대망론’은 번번이 무산됐다. 충청도민들은 ‘캐스팅 보트’, ‘거수기’, ‘2인자’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충남 부여 출신의 JP다. ‘충청도 맹주’로 정치인생 상당수를 보냈지만 대권을 거머쥐지는 못해 ‘만년 2인자’로 남아야 했다.

2017 대선 ‘충청대망론’ 최대 변수로 부상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에서 강력한 대선주자였던 이회창 전 총재는 충남 예산출신으로 10년 가까이 ‘이회창 대세론’을 유지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논산 출신인 이인제 전 의원도 97년 대선에서 500만표 가까이 표를 얻어 ‘이인제 대세론’을 만들었지만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으로 ‘대망론’을 접어야 했다.

‘충청대망론’의 흑역사는 결국 이 전 총리의 항소심 무죄 판결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차기 대선에서 여권의 정치지형뿐만 아니라 내년에 치러질 대선 전체 판도를 바꿀 최대 변수로 자리잡을 공산이 높아졌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