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는 강정호 장타자 본능 활짝…최다홈런 기록에 한 발짝 더
부상과 성적은 반비례…1년 날린 류현진, 추신수도 부상 악재가 발목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3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종전이 치러지면서 올 시즌 미국 무대를 밟은 8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성적표가 나왔다. 선수들 가운데 희비가 엇갈려 아쉬움도 남겼지만 비교적 견고한 성적표를 받아들어 이제 한국프로야구(KBO)가 미국을 넘볼 수 있는 실력과 가능성을 갖췄다는 긍정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올 시즌보다 다음시즌이 더 기대되는 빅 리거들을 만나봤다.

올 시즌 무려 8명의 한국인 선수가 진출한 메이저리그는 지난 3일(한국시간) 최종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강정호는 21개 홈런을 날려 추신수가 세운 22개 최다 홈런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고 오승환은 19세이브를 기록해 데뷔 첫 시즌을 우수한 성적표로 마무리했다.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한 김현수는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반전의 주인공이 됐고 이대호는 14홈런 49득점을 기록해 건실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추신수는 4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다소 부진했고 박병호도 손가락 부상으로 조금 일찍 시즌을 마쳤다. 류현진은 부상악재를 떨쳐내지 못하고 사실상 올 시즌을 소화해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처럼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KBO출신 선수들이 올 시즌 큰 어려움 없이 안착하면서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실제 KBO리그 구장에서 종종 빅 리그 스카우트들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 선수 공급처로 급부상하고 있어 차기 메이저리거에 누가 낙점될지를 두고 국내 구단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심을 기대로 바꾼
반전 매력


올 시즌 최대 반전 아이콘은 오승환과 김현수로 꼽힌다.

두 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현지 평가가 좋지 않았다. 특히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부터 부진한 출발을 알려 시즌 초반 팀에서 마이너리그 행을 권유하기에 이르는 등 수모를 겪으며 등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기량이 드러나면서 평가는 뒤바뀌었다. 시즌 초반 출전기회조차 잡기 힘들었던 김현수는 제한된 기회 속에서 특유의 안타머신으로의 기량을 회복하며 기회를 늘렸다. 더욱이 시즌 중반을 지나 적극적인 기회를 챙기며 데뷔 시즌 가을야구 진출 경험까지 누리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비록 소속팀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단판전인 와일드카드 대결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패해 시즌을 마감했지만 김현수가 작성한 반전 스토리는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김현수는 올 시즌 9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 6홈런 22타점을 기록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진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승환 역시 중간계투로 시작해 마무리투수로 시즌을 장식했다. 시즌 초반 그는 케빈 시그리스트와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 앞에 나서 불펜 역할을 도맡았다.

이후 자신의 몫을 다해내며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쌓았고 시그리스트와 로젠탈이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자 본연의 마무리투수 자리를 꿰찼다.

특히 그는 지난 7월 3일 일본인 투수 다카스 신고에 이어 한·미·일 3대 리그에서 모두 세이브를 챙긴 역대 두 번째 투수에 이름을 올렸고 더욱이 3개월여 만에 19세이브를 챙기는 기염을 토해낸 바 있다.

오승환은 시즌 최종전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를 엮어내며 팀 내 최다 등판이라는 기록과 함께 다음 시즌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메이저리그에 어렵게 합류했던 이대호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반전을 이뤄낸 주인공이 됐다.

그는 당초 ESPN 판타지 및 팬그래프닷컴 예상에서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0.0이라는 굴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6월 중순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고 결정적인 순간 인상 깊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현지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대호는 최종전인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와의 경기에서 6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 올 시즌을 타율 0.253 14홈런 49타점 33득점의 성적표로 마무리했다.

더욱이 그는 플래툰 시스템이라는 제한적인 기회에서 일궈 낸 성적이라는 점에서 한, 일 리그보다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성공적으로 빅리그 적응을 마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기를 맹타로 날린
터줏대감

 
지난해 9월 부상으로 일찍 시즌아웃 된 강정호는 올해 복귀 후 맹타를 선보이며 20홈런을 돌파하며 시즌을 마무리 했다. 강정호는 지난 5월 7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복귀하자마자 홈런 두 개를 쏘아 올리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마쳤다.

이후 순조롭게 시즌을 치르던 중 7월초 성폭행 혐의에 휩싸여 선수생활 최대위기를 맞았다. 덕분에 그는 성적도 흔들려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이후 사건이 잘 해결될 조짐을 보이며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다시 어깨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순탄치 않은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강정호는 다시 복귀하자마자 연일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홈런 21개를 돌파하며 불안감을 깨끗이 날려버렸다.
 
특히 그는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20홈런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해냈고 안정적인 장타율을 선보이며 루키 2년차 슬럼프를 말끔히 해소했다.

다만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로 홈런이 불발돼 추신수가 세운 한국인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2개)을 눈앞에서 놓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추신수는 부상과 복귀를 오가며 다소 부진한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출전을 앞두고 있어 명예회복 기회를 잡았다.

그는 지난 4월 10일 오른쪽 종아리 염좌를 비롯해 5월 24일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 7월 21일 허리 통증, 8월 16일 왼팔 골절 등으로 무려 4번이나 부상자명단에 오르며 부상과 전쟁을 치렀다.
 
이 때문에 성적은 한참 부진했다.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2 7홈런, 17타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가 가을 야구 티켓을 손에 넣었고 최근 타격감이 살아나는 추신수의 출전이 확실시 되는 만큼 그는 올시즌 마지막 명예회복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야속한 부상에
체면도 구겨

 
운동선수들에게 부상은 선수생활의 가장 큰 변수이자 위기의 순간이다. 올 시즌 류현진, 박병호에게는 부상이 누구보다도 야속했다.

지난해 어깨 관절 와순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한 류현진은 재활에 전념하며 복귀를 서둘렀지만 단 한 경기 만에 초라한 성적과 팔꿈치 부상이 겹치며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했다. 더욱이 그는 지난 7월 8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홈경기에서 4.2이닝 8안타 6실점을 기록하며 수술 이후 제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 지에 물음표를 남겼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지난달 29일 왼쪽 팔꿈치의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관절경 수술을 받은 이후 추가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다음 시즌 완전체 복귀가 가능해졌다는 긍정적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놓은 기대를 받았던 박병호는 타율 0.191 12홈런, 24타점 28득점을 기록해 기대에는 한참 모자랐다.

데뷔 초반 KBO리그 홈런왕 위용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키웠지만 이내 빠른 공 적응에 애를 먹었고 6월부터는 오른 손목에 통증이 찾아와 결국 마이너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이후 마이너리그 31경기에서 10홈런을 폭발시키며 자신감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8월 후반 오른손 중지 수술을 받고 일찌감치 시즌을 마무리 했다. 결국 박병호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귀국한 박병호는 루키 시즌에 대해 “지난 겨울 큰 꿈을 갖고서 도전했는데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다. 생각했던 것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훨씬 강하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생각을 많이 바꿔야 할 것 같다. 타격 폼도 어느 정도 수정해야 한다. 간결하게 해야 힘 있는 투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절치부심하는 자세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마이너리그로 시작해 극적인 막차에 올라탄 최지만도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벅찬 모습을 보이며 다소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그는 54경기에 출전해 타율 0.170 19안타 5홈런 12타점을 기록, 힘에 붙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FA로 돌아간 이대호
행선지는 어디

한편 루키시즌을 보낸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 박병호를 제외하고 김현수와 오승환은 소속팀과 2년 계약을 한 만큼 큰 변수가 없는 한 다음 시즌도 메이저리그에서 얼굴을 볼 수 있다.

또 올 시즌 의문점에서 시작해 느낌표를 찍었던 만큼 다음 시즌 이들의 팀 내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반면 1년 계약으로 진출했던 이대호가 계약 만료로 다시 자유계약 선수(FA) 신분이 된 만큼 그의 행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시애틀 메리너스에서 플래툰 시스템에 적용돼 풀타임을 뛰지 못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받았다. 결국 그는 자신이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곳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주 해외파 선수들의 200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현지를 방문한 이순철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은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대호는 우선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 혹은 한국, 그리고 미국팀에서도 경기를 지속적으로 뛸 수 있는 팀이면 빅리그가 여전히 꿈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 위원의 발언을 빌리자면 이대호는 한국 혹은 일본리그 복귀 가능성도 제기돼 행선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대호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인상적인 경기력과 함께 스스로 능력을 입증하는 등 미국 현지 반응도 호의적이라는 점에서 메이저리그에 잔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대호는 시애틀 생활을 정리하는 대로 에이전트와 협의해 차기 행선지를 정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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