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검사 시절 수사했던 사건 중 하나를 소개하겠다. 모텔방에서 뛰어내린 여자가 남자를 강간으로 고소한 사건이다. 사건인즉 노래방 카운터 여직원이 남자손님과 모텔에 들어갔다가 모텔 창밖으로 뛰어내려 다리 골절 등 중상을 입었다. 여자는 엉금엉금 기어가서 인근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모텔에 함께 투숙했던 남자는 강간치상죄로 구속되었다.

필자가 해당 사건의 담당 검사로 그 남자를 직접 조사했는데 남자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은 여자와 30만 원에 성관계하기로 합의하에 모텔방으로 들어갔었는데, 먼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여자가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하면서 모텔 창밖으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여자의 진술은 이와 다르다. 여자의 진술에 의하면, 자신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남자에게 이끌려 모텔에 들어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자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것을 보고 자신을 강간하려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를 모면하기 위해 기겁을 하고 창밖으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텔방은 2층이고 여자가 뛰어내린 장소는 건축폐자재와 철근 등 예리한 물건들이 널려 있는 상당히 위험한 곳이어서 잘못 뛰어내리면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한 요소 때문에 여자의 진술에 더욱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남자가 하도 간곡하게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필자는 사건의 구성을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가기로 했다.

먼저 사건의 단서는 최초 상황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여자가 뛰어내린 뒤 기어가서 신고한 장소를 알아봤더니 인근 만두집이었다. 그래서 만두집 주인아주머니와 최초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을 조사했다. 그런데 그들 진술에서 의외의 사실이 밝혀졌다.

여자가 만두집에 기어가서는 전화를 빌려 경찰에 신고했는데 막상 경찰이 그곳에 출동하자 여자는 경찰관에게 만두집 아주머니가 자신을 인신매매할 목적으로 납치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결국 그 사건은 여자가 술에 취할 경우 망상에 빠지는 정신착란 증세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남자를 무혐의 석방하면서 끝이 났다. 만약 필자가 만두집 주인아주머니와 최초 출동한 경찰관을 조사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 남자는 강간죄 실행의 착수가 인정돼 꼼짝없이 ‘강간치상’이란 중죄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現)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現)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現)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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