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신설된 국회법 20조2항은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당적을 가질 수 없다”고 명시했다. 국회의장은 여야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말고 반드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규정이다. 의장은 운동경기에서 엄정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심판과 같아야 한다. 비록 국회가 국해(國害)로 지탄받기는 해도 민주화 이후부터 역대 의장들만큼은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19대 국회의 정의화 의장도 중립을 위해 애쓴 흔적들이 역력하다. 
정의화 의장은 새누리당 출신이면서도 중립을 위해 새누리당 측에 불리한 의사진행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월 새누리당이 정 의장에게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 달라고 요구하자 정면 거절했다. 그는 국회법상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이 경제·안보 위기로 제한되어 있다며 선진화법 직권상정을 거부했다. 의장으로서 중립을 지킨 처사로 평가된다. 
정의화 의장은 작년 9월에도 새누리당의 주문을 뿌리치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는 본회의를 열고도 문희상 새정치연 비상대책위원장의 요구대로 새누리당의 안건처리 요구를 거절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상정한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결정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야당 참여 없이 단독 처리하게 되면 ‘반쪽 결의문’이 되고 만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정 의장의 중립은 새누리당에 의해 ‘사퇴 하라’는 압박을 받을 정도로 눈에 띄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20대 국회 의장은 초장부터 중립을 어기기 시작했다. 그는 터놓고 민주당 편을 들었다.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 뛴다. 정 의장의 편파적 언행은 곧바로 새누리당에 의한 의장 사퇴와 ‘정세균 방지법’ 제정 요구를 자초하였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기 위해 ‘정세균 방지법’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다만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방지법’ 이라는 명칭이 아니더라도, “국회 파행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확보하는 제도적,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정 의장은 지난 9월1일 20대 첫 정기국회 개회사부터 민주당편을 드는 발언으로 시작했다. 그는 민주당이 적극 반대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와 관련,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다”면서 “그 과정이 생략돼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노골적으로 민주당쪽에 선 것이다. 그는 또 우병우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며 민주당 대변인처럼 우 수석의 사퇴를 압박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정 의장은 지난 9월22일 사드 배치는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공언, 민주당의 주장을 복창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정 의장은 지난 9월23일 김재수 농림부장관의 해임결의안을 놓고 본회의가 자정을 넘기게 되자, 새누리당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표결에 부쳐 민주당 의도대로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이정현 대표는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정 의장은 지난 6월9일 국회의장으로 당선되면서 “갈등 관리와 사회통합의 촉매 역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공언했다.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중립을 저버리고 ‘국민에게 짐’이 되고 있다. 정 의장의 중립 파괴와 편파는 ‘정세균 방지법’이 시급함을 일깨워준다. 국회는 ‘정세균 방지법’을 하루바삐 서둘러야 한다. 국회가 정 의장 말대로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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