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대 국감이 끝나고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도래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준비하는 잠룡들은 대선 이슈 선점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여야 하위그룹은  경선룰을 통해 1등을 넘어서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그 시작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알렸다. 민주당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시장은 ‘2012년 대선 경선룰’을 적용할 경우 ‘문재인 대세론’을 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의 경선룰에 대한 언급은 민주당 잠룡군들에게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이재명 발 룰의 전쟁이 시작됐다.

- 文 ‘조기후보 확정’, 反문, ‘결선투표’, ‘배심제’
- “결선투표, 文 50% 안 되면 2위가 승리할 수 있어”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현재의 경선룰에서 누가 들러리로 참여하려고 하겠느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일성이다. 이 시장은 최근 여야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제치고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오세훈에 이어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 시장이 주춤하는 사이 이 시장이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로 풀이됐다.


이 시장은 이런 자신감으로  민주당 경선룰을 건드리면서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이 시장은 “문재인 후보가 전에 대선까지 출마했던 유력 정치인이고 인지도가 높아서 아무래도 우세를 점하고 있겠지만 국민경선이라든지 그 당시(2012년)의 룰 정도로만 정리가 돼도 (후보가) 바뀔 가능성이 더 많다”고 ‘문재인 대세론’을 일축했다.

2012년 대선후보 경선룰의 경우 당원 포함된 국민선거인단 투표(모바일 투표 가능)방식으로 당원 가중치 없이 1인1표를 행사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당시 선거인단은 74만 명에 달했고 그중에 모바일 신청자가 56만 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이 참여했다.

이 시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012년 민주 당 대선 경선룰 같은 경우를 보면 결선 제도도 있었다”며 “2·3·4·5등이 합쳐서 1등과 결선을 해보는 것이었지만 실제 그 당시는 결선을 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가) 50%를 넘어버렸으니까”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의 정치가 ‘동원정치’라면 이제는 ‘정치동원’시대라고 규정하면서 대표적인 케이스가 미국의 버니 샌더스 현상과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를 예로 들었다.

이 시장은 당내 세력이 약하고 인지도 측면에서도 문 전 대표에 뒤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8.27 전당대회(대의원 45%, 권리당원 30%, 일반당원 10%, 국민15%)룰을 적용할 경우 압도적으로 문 전 후보가 앞설 수밖에 없다. 이에 이 시장은 2012년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에는 문 후보가 50%를 넘어 무산됐지만 2017년 대선에서 문 후보가 50%를 못넘을 경우 2등을 한 인사가 3, 4, 5위 표를 흡수해 역전도 가능하다는 속내다.

이 시장의 경선룰에 대한 언급은 민주당 내 2군 잠룡들도 가세하게 만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은 “아직 경선룰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난 전당대회를 보면 민의가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는 있다”고 밝혀 경선룰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내심 지난 2011년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도입한 ‘TV토론 후 배심원단평가제’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심원단 평가제는 전문가 등을 포함한 일반배심원단을 편성하고 공개토론 후 투표를 하는 것으로 숙의배심원제 또는 국민배심원제도로 불리고 있다. 인지도보다는 정책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아무래도 광역단체장인 박 시장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문, “빨리 뽑자”,비문, “9월 이후에”

김부겸 의원의 경우 “대선 후보 경선은 게임의 규칙이 다르다”며 “전당대회 결과를 가지고 대선룰을 확정하지는 말아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특히 무엇보다도 민주당 당규는 반드시 당원은 어떤 형태든지 50% 이하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앞서 두 차례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을 보면 결국 국민경선”이라고 덧붙였다. 당심보다는 민심의 반영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안 지사는 “내년 경선이나 여러 가지 일정에 대해 당이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정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당 활동은 늘 당원들의 많은 의견과 여론 수렴을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경선 룰의 공론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지사의 뿌리 역시 범친노로서 문 후보가 무너질 경우 당내 친문 세력을 등에 업어야 한다는 점에서 마냥 민심의 반영만 높이자는 주장은 하지 않는 셈이다.

현재 민주당 경선방식관련 당헌 100조에는 ‘대통령후보자의 선출은 국민경선 또는 국민참여경선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당규 제13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규정에는 국회의원선거,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 및 지방의회의원선거 후보자의 추천에 필요한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대통령후보자 선출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 향후에 대선 후보들 간 경선룰에 대한 첨예한 대결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한편 새누리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 경선을 총괄할 이정현 신임 대표는 ‘슈퍼스타K’ 방식을 통한 후보 선출을 주장하고 있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실시되는 여론조사를 대폭반영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의 구상이 실현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슈스케’ 방식이 도입될 경우 매주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최하위 후보 1명씩이 탈락하게 된다. 비박 진영에서는 불만이다. 이 대표가 주장한 방식은 당원들의 지분을 확 줄이고 민심을 대폭반영하겠다는 안으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게 유리한 경선 방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구체적인 안은 내놓지 않았다. 100% 국민경선으로 뽑는 안을 논의만 하고 결정은 뒤로 미루고 있다. 당헌당규 제·개정위원회는 국민들이 당 경선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대선 경선을 100% 국민경선으로 치르는 안을 마련했다. 국민의당은 오는 12월 예정인 전당대회 전까지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승자 독식 냉정한 권력 게임 서막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안철수 대표가 나홀로 대권 주자인 데다 내년 대선에서 ‘플랫폼 정당’을 내세워 손학규, 정운찬 등 제3지대에 있는 인사들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룰이나 시기라는 게 복수의 후보가 있을 때 필요한 것이지 지금처럼 안철수 전 대표 혼자만 나설 경우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정치권은 대선 정국을 맞이해 룰의 전쟁 속으로 뛰어들었다. 경선룰뿐만 아니라 경선 시기도 반기문, 문재인 측은 내년 상반기 안에 끝내자는 반면 비주류 잠룡군은 최대한 늦춰서 뽑자는 입장으로 난제가 수두록하다. 하지만 룰의 전쟁에서의 승자가 경선에서 유리하고 본선에서 승리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승자 독식의 냉정한 권력 게임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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