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우리나라 정치판이 ‘개그판’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엔 좀 너무 나갔다. 다름 아닌 김제동 씨 이야기다.

과거 방송에서 군 복무 시절 장군 배우자에게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간 영창에 다녀왔다는 김제동 씨의 발언을 문제 삼은 백승주 국회의원이 김 씨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군의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그러자 김제동 씨는 “언제든지 협력하겠다. 준비 단단히 하고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며 협박성(?) 응수를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라며 은근슬쩍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김 씨의 국감 출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백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반대했기 떼문이다.

마치 실화인 것처럼 얘기해놓고 문제가 커질 듯 보이자 ‘웃자고 한 말’이라는 김제동 씨도 웃기지만, 연예인이 국감장에 출석하면 ‘공연 무대장’이 된다는 김영우 국방위원장의 말이나 "김제동 띄워줄 일 있냐"라고 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더 웃긴다. 연예인이 국감에 출석하면 '공연 무대장'이 되는가? 국감장이 진위를 가리는 곳이지 특정인을 띄우는 무대인가?

김제동 씨의 국감 출석은 그렇게 코미디 같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먼저, 김 제동 씨의 국감 출석을 요구한 것 자체가 코미디다. 필자는 한 달 여전 ‘김제동 씨가 말하는 경북(慶北)은 경북(警北)인가, 경북(輕北)인가, 아니면 경북(敬北)인가’라는 칼럼에서 김 씨가 하는 발언은 정치개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김 씨 식으로는 ‘웃자고 하는 말’이 될 것이다. 그의 말을 그저 ‘웃기는 말’로 들은 뒤, 그것이 웃기면 웃고 그렇지 않으면 웃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자체가 웃긴다는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앞으로 김 씨가 하는 발언은 모두 ‘웃자고 하는 말’로 들으면 된다. 본인도 고백하지 않았는가. 웃자고 한 말이었다고. 그러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면 되는 것이다.

김제동 씨는 개념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 아무리 ‘웃자고 하는 말’이라 해도, 사실과 달리 얘기해서야 되겠는가. 사실과 다른 ‘웃자고 하는 말’은 거짓말이 되고 만다. 물론 거짓말에는 나쁜 뜻이 없는 ‘하얀 거짓말’이 있기도 하지만, 만일 김 씨의 ‘웃자고 한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씨의 발언으로 군의 사기가 저하될 수 있다고 생각한 백 의원은 그래서 김 씨의 국감 출석을 요구한 것 아닌가.

김제동 씨도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다. ‘웃자고 한 말’이라고 했는데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입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동안 했던 발언들도 본인의 뜻과는 달리 모두 ‘웃자고 한 말’이 되게 되었으니 큰 일이다.

그러기에 김 씨는 말을 조심했어야 했다. 특히 말로 먹고 사는 김 씨는 더욱 그랬어야 했다. 김 씨는 그동안 말로 흥했다. 그런데 요즘 김 씨의 말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느낌이다. 거의 선동에 가깝다. 그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해야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것처럼 오도했다. 물론 필자는 그의 이 발언을 그저 단순한 정치개그로 치부한다. 문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김 씨에게 앞으로도 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제동 씨는 '말로 흥한 사람 말로 망한다'는 옛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세 치 혀 잘못 놀려 한 순간에 ‘훅’ 날아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그맨 장동민 씨는 '웃자고 한 말'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을 뻔 했다.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 된다" "X가리 망치로 치고 싶다"라고 했다가 최고가 될 수도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또 김구라 씨는 2002년 경찰 단속에 반발한 서울 천호동 집장촌 여성들이 국가권익위원회를 찾아 침묵시위한 것을 두고 일본군에 강제 동원된 위안부 여성에 비유한 발언이 10여 년 뒤에 문제가 되어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3대왕 태종이 하루는 측근 중 측근인 이숙번에게 세자에게 선위하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계속 정사에 힘써야 한다”고 제대로 말한 이숙번은 그러나 태종의 다음 질문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럼 언제 쯤 왕위에서 내려오면 되겠느냐" 하자 아무 생각 없이 “나이 50이면 쉬어도 된다”고 했다가 유배를 떠나 결국 유배지에서 쓸쓸하게 삶을 마감했다.

솔로몬 왕의 아들 르호보암도 말 한 번 잘 못하여 나라를 분단국가로 만든 불행한 왕이었다. 백성들이 아버지 때 지워졌던 무거운 세금을 가볍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르호보암 왕은 겸손하게 말하라는 중신들의 충언을 무시하고 고자세로 대하라는 젊은 신하들의 말대로 했다가 나라를 구성한 12지파 중 10개 파가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목도해야 했다. 결국 하나였던 나라가 이스라엘과 유다로 나누어지고 말았다.

높은 사람과 유명 인사만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게 아니다. 말 때문에 부부관계와 자녀와의 관계에 금이 가고, 친구 사이가 멀어지고, 김제동 씨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거나 고발당하기도 한다.

말과 관련한 경구는 널려 있다. 성경에도 있고 불경에도 있다. 김 제동 씨는 지금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자중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이 그동안 한 말을 되돌아볼 때이다. 지난 2012년 김구라 씨는 잠정 은퇴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성숙하지 못하고 많이 부족했던 시절에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 말했던 내용이 거의 1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입 밖에 나온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는 세상의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

장성훈 기자  seantl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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