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흔히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성격이 급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필자 또한 가끔 급한 성격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읽었던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의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에서 ‘사람들은 흔히 중요한 결정을 미루려는 습성이 있다’라는 글을 읽은 것이 생각난다.

특히 그것이 크고 작은 결정이건 간에 무언가를 구매하려 할 때, 주변에서 한번 더 고민해 보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성급하게 결정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그래서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외식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의 70%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하는 시대다. 몇 해 전 통계청 및 상공회의소의 자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창업자들은 사업개시 전 평균 5개월가량 검토 시간을 갖고, 약 3.5개의 브랜드를 깊이 있게 쇼핑한다.

그리고 그 중요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정말 객관적인 변별력을 갖고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일까? 그동안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외식 자영업자들이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는 것을 많이 봤다. 어쩌면 만족하는 사람보다 후회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음이 솔직한 고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랜차이즈 브랜드 선택의 객관적인 변별력을 언급해 보자. 이해하기 쉽게 ‘착한 프랜차이즈와 나쁜 프랜차이즈’라고 표현해 보겠다. 그리고 착한 프랜차이즈의 기준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 강국’이다. 포괄적인 분야를 다 합쳐 약 4200개 정도의 가맹본부가 있다고 하니, 우리보다 3배가 넘는 인구 규모를 가진 일본의 2500개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숫자이다.

여기에 더욱 놀라운 것은 그 4200개 가맹본부 중 외식업종이 2600개 정도라 하니, 흔한 말로 우후죽순식의 브랜드가 탄생했다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 사설 창업전문기관, 컨설팅 업체 등, 무분별한 창업상담 및 권유가 시장에서 난무하고 있으니 예비 창업자들은 혼란스럽거나 현혹되기 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중요한 몇가지 잣대를 들여다 보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그 첫번째 잣대가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다. 가맹본부의 건실성을 예비창업자들이 볼 수 있는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정보가 정보공개서다.

199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산업이 날로 증폭되면서 피해 사례들이 속출하게 되자 정부는 ‘가맹사업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지정, 적용하고 있다.

그 법률에 의하면, 가맹금 예치나 가맹계약 14일 이전에 예비창업자에게 정보공개서를 제공하게 되어 있다. 교부 받은 정보공개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가맹본부의 건실성이 나온다. 여기서 예비창업자들은 다음의 항목을 유의해 봐야 한다.

① 가맹본부의 재무상태, ② 직전 3년간 가맹점 및 직영점의 수, ③ 직전 3년간 가맹점 증감현황(흔히 폐점율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임), ④ 가맹가입자당 연간 평균 매출액, ⑤ 가맹본부의 연간 광고비 및 판촉비 집행현황 등 이다.

이 항목들은 가맹본부의 건실성을 파악하는 주요지표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권유받으면서 이러한 항목들을 깊게 들여다보는 예비 창업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필자는 그것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되는 부분이다.

특히 과거에 유명했던 브랜드라 할지라도 직전 3년간 폐점율이 높다면 무언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내용들에 대한 파악은 필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5가지에 대한 정보에 대해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잘못하다가는 흔히 말하는 끝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잣대는 가맹본부의 지원체계에 대한 검증이다. 주요 식자재 및 원/부재료의 공급현황은 물론 지역별 담당 슈퍼바이저의 존재 여부, 지속적인 신제품의 개발현황, 본사차원의 마케팅 지원 등이라 할 수 있다.

최소한 주요 식자재의 판매가 대비 원가 및 재료의 신선도, 식자재 유통경로 및 더 나아가 주요 식자재의 수급원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맹본부 본사를 방문해 보거나, 식품공장이나 물류센터 등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영업직원을 통해 말로 설명 듣는다면 간과하기 쉬운 사항이다.

왜냐하면 모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본인들은 최상의 식자재를 콜드체인 방식으로 공급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본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적어도 신제품 개발이나, 연구를 담당하는 R&D부서의 존재에 대해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브랜드의 영속성에 있어 무척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맹점에 대한 관리, 감독 및 지원을 담당하는 슈퍼바이저의 운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착한 프랜차이즈 회사의 경우 지역별 슈퍼바이징 시스템을 도입하여 적어도 1명의 슈퍼바이저가 약 30~50개 정도의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의 매장 방문 횟수, 매장지원 방법 그리고 신상품 교육 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인근 기존 가맹점을 방문해 문의하는 것도 좋은 검증 방법이다.

또한 브랜드 지속기간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보통 1개 외식브랜드의 평균 지속기간이 우리나라의 경우 4.7년 정도 된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브랜드들이 생겼다 없어지고, 그와 같은 브랜드를 선택한 창업자들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안정성만 놓고 본다면 10년 또는 20년이 넘는 장수 브랜드를 선택할 경우, 성공 확율을 그만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본인사업의 잔존가치와도 직결된다. 영원히 사업을 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사업을 정리하거나,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사업종료 시점에도 고객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장수 브랜드의 경우, 그 잔존가치가 높아 매각이나 증여 시 그 만큼의 재정적인 가치를 보존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권리금의 형성에 있어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큰 것으로 시장에서 파악되고 있다.

앞서 말한 두 가지의 잣대를 들여다 보면 ‘착한 프랜차이즈와 나쁜 프랜차이즈’를 구별할 수 있다. 적어도 내가 선택하려는 브랜드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성급하게 지금 인기 브랜드이거나 오픈 시까지의 가격적인 혜택에만 집중한다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잃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중요한 결정을 잠시 미루어 보자. 단순히 미루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비교를 해 보는 것이다.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정보공개서를 적어도 한 번쯤은 정독을 해보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기록을 해두고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또는 가맹본부를 방문하거나, 창업설명회 등 직접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가져봐야 한다. 누누히 이야기 하지만 많은 자산을 투자하여 인생을 거는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나를 귀찮게 해야 한다. 그 잠시의 귀찮음이 오랫동안 나의 사업 안정성을 지켜줄 수 있다면,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남의 말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해 보자. 아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강조하려 한다.

착한 프랜차이즈는 창업 시점의 만족보다는 사업을 영위하는 기간 내내 안정감을 주는 특징이 있다. 그것이 모든 가맹본부가 내걸고 있는 “상생(相生)의 철학”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다. 그 옥석을 고르는 것은 예비창업자들의 몫이다.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볼 것은 따져보고, 물어볼 것은 물어보자. 인생을 걸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