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 인사들의 보여주기식 행태가 정치의 도를 잃었다. 우선 듣기에 좋은 ‘성장론’만 해도 그렇다. 이념적 색채와 관계없이 너도 나도 경제논리에 민주주의 평등개념을 덧씌워 인기경쟁을 하고 있다. 경제평등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가 평화지향과 함께 추구해온 가치다. 결과는 오히려 불평등의 심화를 가져왔으나 경제평등에 관한 욕구는 저변에 강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이 같은 열망이 오늘의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포용성장, 공정성장 등 갖가지 성장론의 기초가 된 것이다. 저마다 이름은 달라보여도 다 비슷한 유사 사회주의 이념임에는 마찬가지다. 비슷한 내용에 껍데기 포장만 다르게 해서 보다 새로워 보이고자 한 것이다. 뭔가 좀 색달라서 유권자들 시선을 끌기 위해 앞으로도 온갖 주장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군대 가기 전의 청년들 심리를 파고드는 ‘모병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무려 120만의 북한 상비군과 대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모병제를 하자는 건 나라 지키는 일마저 흙수저 출신과 금수저 출신을 가르자는 말과 같다. 우리는 이미 모병제와 유사한 유급지원병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무복무기간 종료 후 연장복무 시 하사로 월200여만 원을 받고 근무하는 제도가 지난 2010년부터 시행돼 왔다. 
그런데 작년부터 지원자 수가 목표 운영률의 50%도 못 채우고 있다고 한다. 지원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설사 지원자 모집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운영상의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병제가 됐을 때 신병에게 주는 돈이 200여만 원이라고 가정할 때 현재 100여만 원에 불과한 신임 장교들에 대한 처우가 대폭 달라져야 하는 부담이 간단치가 않다. 그에 따른 계급별 연쇄 인상이 불가피 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건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적 통합과 병영공동체를 통한 국가관 확립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 정신적 가치라는 사실이다. 좋은 예로 독일이 모병제로 전환한건 통일되고 20여년이 지나 전쟁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다음이었다. ‘깜’이 되고 안 되고 나라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은 국론을 흔들 수 있는 사안에 더없이 신중해야 한다.
국가 제도에 관해서도 그렇지만 내뱉는 말 한마디가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제대로 확인도 안 된 무슨 블랙리스트니 해서 폭로 발언을 해놓고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무책임을 벗어난 무도(無道)함마저 정치적인 행위로 강변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일수 없다. 국민 60%가 정권교체를 원하는데 이를 실패하면 자신이 먼저 한강에 투신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기막힌 발언도 나왔다.
정권 후반기 정치판의 온갖 독설과 막말은 국민들 소름이 돋게 만든다. ‘작살론’으로 정치보복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경악할 유력 대선후보의 암살 얘기까지 꺼냈다. 또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눈도 꿈쩍 않고 파란집(청와대)에서 감옥으로 옮길 분으로 묘사했다. 이런 자리에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축사를 했다. 솔직히 아직은 야권의 유력주자 지지율을 합쳐야 겨우 박근혜 대통령의 바닥 지지율에 미치는 수준 아닌가.
‘여소야대’에 의지해서 기고만장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는 환경이다. 한국 정치가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삶의 게임으로 가지 않고 죽기 살기의 죽음의 게임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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