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관계와 리더십,낙하산 오명 벗기

한국거래소 노동조합 측 “최악의 낙하산”

정 이사장 “이왕 선임됐으니 최선 다하겠다”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제5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정 이사장의 단독 추천으로 시작된 ‘낙하산인사 논란’, ‘이사장직 자격 미달’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낙하산인사’ 논란으로 시작된 내부 갈등, 최경수 전 거래소 이사장이 마무리하지 못한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자본시장법 개정안’ 같은 난제들이 쌓여 있다. 이에 정 이사장이 한국거래소의 ‘해결사’로 자기 몫을 해낼지 ‘낙하산’으로 낙인될지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정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를 살펴봤다.

한국거래소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마무리하고 정 전 부위원장을 차기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이어 9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정 이사장을 새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정 이사장의 선결 과제는 최 이사장이 추진해 왔던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및 기업공개(IPO) 등 지배구조 개편 등이다.

지난해부터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거래소 지배구조를 지주회사(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사업 활동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전환하고 상장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해 왔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파생상품시장, 시장감시위원회 등을 각각 자회사로 분리해 전문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자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소의 업무 등을 규정한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9월 해당 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거래소 본점 소재지 명시 여부를 두고 여·야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해당 법안은 19대 국회 폐회와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올해 20대 국회에서 이 의원을 비롯한 의원 22명을 중심으로 지난 7월 자본법 개정안을 재차 발의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정 이사장이 최 전 이사장에 이어 법 통과에 매진할 것으로 보여 통과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 이사장의 취임으로 인해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통과 가능성이 오히려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이 정 전 부위원장의 이사장 선임을 강력하게 반대해 관련 법안 통과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 이사장의 후보 단독 추천과 선임으로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에는 정 이사장 등 5~6명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이사장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다른 후보들은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연임설이 돌던 최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역시 지원서를 내지 않아 ‘내정설’에 힘이 실렸다.

낙하산 논란에 정 이사장은?

앞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 전 이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쳐 왔다. 금융당국이 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법 개정에 힘써온 최 전 이사장이 대통령의 임기 내에 법 개정을 끝마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 전 이사장이 거래소 신임 이사장 후보 공모 에 갑자기 불참하자 올해 초 자본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지배구조 개편 사업계획을 꾸렸던 거래소 내부에서는 당혹감이 표출됐다.

정 이사장은 취임한 지 8일 만인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취임 전부터 낙하산 인사란 비판을 받아왔던 만큼 이날 국감에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정 이사장은 자신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비판과 관련해 “제가 이왕 선임됐으니 자본시장과 거래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에서 승진하지 않은 건 맞다. 낙하산이 외부 사람이 됐다는 것을 지칭하는데 그 부분이면 동의한다”며 “역량이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낙하산이라고 하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정 이사장은  “이사장 선임 과정은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다른 임원이 낙하산으로 오면 안 받도록 하겠냐. 이사장으로서 막을 의향이 있으냐”라는 질의에 정 이사장은 “노력하겠다. 제가 모든 것을 다 좌지우지할 수는 없으나 인사에 최대한 공정성을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과제 노조와의 화합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낙하산인사 반대 투쟁 및 파업 결의 등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며 반대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정 이사장을 한국거래소 차기 이사장으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관피아’, 오랜 기간 금융연구원에서 활동하며 정관계에 인맥을 넓힌 전형적인 ‘연피아’, 금융위 부위원장을 중도 사퇴하고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을 미뤄볼 때 ‘정피아’로 부른다.

이동기 한국거래소 노동조합 위원장은 “낙하산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계속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낙하산을 내려오게 한 것에 대한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또 과거에 제기됐던 의혹에 대해서 고발도 한 상태다”고 말했다.

그는 “요식행위였지만 주주총회 등의 정식 절차를 걸치긴 걸쳤다. 그것에 대한 압박,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생각하지만 외형적으로 정식 절차를 거친 사람을 계속 반대하면 업무 방해나 불법이 된다”며 “낙하산 때문에 파업하면 국민들에게 적법한 부분은 아니다. 제도적으로 허용이 되는 부분에 한해 1층에서 계속 낙하산인사 반대 의사 등을 표명하고 있다. 들어온 사람 쫓아내기는 어렵다. 국감에서도 해당 문제가 지적됐지만 그냥 넘어갔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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