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이재용·박서원 “안녕들하십니까”

▲ 코오롱 이웅열 회장. <뉴시스>

세무조사·매출 부진 등 혹독한 경영 훈련

적극 투자, 책임 경영 등 위기 극복 전략

[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국내 30대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3·4세 경영시대에 접어들었다. 각자 경영 일선에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는 후계자들은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사건 사고로 바람 잘 날 없는 위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도 있다.

위기를 극복해 기회로 만들지, ‘부자도 3대가 지나면 망한다’는 옛말대로 오명을 쓰게 될지는 그들의 손에 달렸다.

코오롱의 이웅열 회장을 힘들게 한 것은 지난 4월부터 이어진 국세청 세무조사다.

국세청은 코오롱과 주력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심층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경기도 과천이 본사인 코오롱 그룹에 중부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이 투입된 세무조사는 초기부터 화제가 됐다.

조사 4국은 국세청 중수부라 할 정도로 특별세무조사 사건들만 맡아왔기 때문이다. 세무조사는 예정된 종료 조사일보다 3개월 연장돼 이 회장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8일 국세청으로부터 법인세 등 탈루세액 총 743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해당 금액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자본의 3.78%에 해당하는 규모다.

앞서 2013년에도 코오롱글로벌이 393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어 이번 결과는 타격이 더 크다.

이 회장은 어느덧 그룹 지휘봉을 물려받은 지 20년이 되는 베테랑 재벌 3세 오너다. 이 회장은 ‘공격적인 투자’로 이번 상황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다. 일찌감치 성장 동력을 확보한 화학소재 분야에서 이 회장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접을 수 있는 유리’로도 불리는 투명폴리이미드(CPI)는 코오롱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투명폴리이미드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유리를 대체할 신소재로 가치가 수조 원대로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코오롱그룹은 경북 구미시 구미공장에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 양산설비 구축에 900여억 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두산 박서원 ‘한 곳에 집중’

두산 박서원 전무. <뉴시스>

두산그룹의 박서원 전무는 재계의 이단아라 지칭되며 가문보다 본인의 능력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2009년 박 전무가 만든 반전 포스터는 세계 5대 광고제를 휩쓸었다. 민머리로 한쪽 팔엔 문신을 하고 다닐 정도로 자유분방하던 그가 2014년 10월 두산그룹 광고계열사 오리콤의 부사장이 되며 그룹 내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박 전무에게도 최근 시련이 덮쳤다. 경영 실력의 시험대가 될 첫 무대인 두타면세점 사업에서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2015년 11월부터 박 전무는 면세점 사업과 쇼핑몰 사업 전반을 담당하게 됐다.

6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박 전무는 면세점 내부 인테리어까지 신경쓸 정도로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지난 19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두산타워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 104억 원, 영업손실 16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에 개장한 신세계면세점 매출 218억 원에 비하면 절반도 못 미치는 결과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는 두산이 10월 신규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매출 부진 때문 아니냐는 설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박 전무가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택한 전략으로는 ‘선택과 집중’이다.

두산타워면세점 관계자는 “매출 부진으로 신규 면세점 입찰에 불참한 것이 아니고 현재 면세점 전반으로 안정화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2층에 시계 브랜드들은 입점이 완료됐으며 5층 명품관도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박 전무는 여전히 상품기획부터 마케팅 전 분야를 신경쓸 정도로 적극적이며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며 “면세점의 매출이 계속해서 우상향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에는 긍정적인 결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의 돌파구 ‘책임 경영’

최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야심작 갤럭시노트7의 기기 단종 사태로 고심에 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뉴시스>

졌다. 이 부회장은 2014년 이건희 회장 병세 악화 이후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당시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후계 경영인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44.2%의 압도적 1위에 등극할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그는 관심에 보답하듯 25년 입사 경력을 발휘해 갤럭시S7을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2016년 2분기 영업이익을 8조 원대로 재진입시키는 데 성공한다.

또 지난 8월에는 세계 최초 홍채 인식 기능까지 추가한 갤럭시노트7으로 대박을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출시한 지 불과 5일 만에 배터리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대규모 시정조치(리콜)를 실시했지만 결국 ‘기기 전면 단종’에까지 이르렀다.

갤럭시노트7에 따른 손실 규모는 올해 하반기와 2017년 1분기를 합해 7조 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7의 호황을 맛본 지난 2분기에 비해 매출은 8% 영업이익은 36% 하락했다.

이 부회장은 ‘책임 경영’을 실천하면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진행될 임시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결정된다고 발표했다. 등기이사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윤부근 사장이었다. 이제 이 부회장도 그들과 같이 공식적인 그룹 내 총수 역할과 실적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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