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스쿠버 다이빙, 바다의 속살을 보다

첫 다이빙을 하고 돌아가는 보트 위에서 문득 엔리케 왕자가 포르투갈을 떠나 처음 희망봉을 발견했을 때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비바 라 비다(스페인어로 ‘인생 만세’라는 뜻)!’ 제주의 속살에선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궁금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다르다. 수면이라는 경계에서 바람만 맞을 것인지 아니면 날것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수중 세계를 맛볼 것인지는 각자 선택의 몫이다.

10여 년 이상 땅 위를 오롯이 걸어다니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다의 속살을 보지 않는다면 우린 지구의 30%도 채 여행하지 못한다는 것. 섭섭함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후 지구의 70%인 바다의 속살이 내 여행 리스트에 포함되면서 어떤 데자뷔까지도 느끼는 경이로움과 마주했다. 바다의 속살은 마치 엄마의 자궁 속을 유영하는 것처럼 따뜻하면서도 안락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다. 어느 바다를 가도 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중 제주도는 스쿠버 다이빙의 메카라고 불릴 만큼 사시사철 바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 바다의 수온은 19~29도이며 국내에서 가장 따듯한 온도를 자랑한다. 특히 9월과 11월 사이 가을 제주도는 다이버들 사이에서 극성수기라 불리는데 그 이유는 20~30미터에 이르는 수중 시야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전용선을 이용한 보트 다이빙과 섬 다이빙을 주로 즐긴다. 여러 다이빙 포인트가 있지만, 그중 서귀포를 찾는 이유는 서귀포항 남서쪽 해역의 섬들이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바다에 떠 있어 어족이 풍부하며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물고기떼 그리고 갖가지 해초 등이 한데 어우러져 신비한 수중 경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계에 몇 없는 연산호 군락지가 많다. 에메랄드 빛의 청물이 들어온다는 제주의 가을 바다. 제주 바다를 선택하는 것은 현명한 결정임에 틀림없다.
 
다이빙이 처음이라면, 범섬

제주 올레길을 걷거나 오름에 오를 때 혹은 해안 길 드라이브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되는 세 개의 무인도. 바로 서귀포의 다이빙 포인트 삼형제섬이다. 이른 아침 법환 포구에서 낚싯배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본 섬과 새끼섬에 도착한다. 범섬은 한라산 정상에서 내려다봤을 때 흡사 한 마리의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섬 둘레는 온통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칫 투박하고 무뚝뚝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입수 후엔 생각이 180도 달라진다. 본섬에서 다이빙 준비를 하고 입수를 하면 5미터 정도에 수중 바닥이 나온다. 초보 다이버들을 교육하기에 매우 유리한 곳이어서 여러 다이빙 숍에서 체험다이빙과 실습 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수심이 5미터, 10미터, 15미터 정도로 서서히 깊어지므로 직벽에서 떨어지는 다이빙보다 천천히 깊은 수심으로 이동하게 되는 완만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중급자들도 즐길 거리가 많다. 이곳에는 총 네 개의 해암 침식 동굴이 있으며 해식 동굴 네 곳 중 두 개가 붙어 있는 곳은 쌍굴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해식 쌍굴 앞쪽으로 수심 25~40미터까지 이어진 수중에 는 대형 해송과 수지맨드라미 산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조류가 세지 않아 누구나 기분 좋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다이빙 포인트다.
세계인의 다이빙 포인트, 문섬
 
세계의 다이버들이 찾는 섬이다. 시야가 좋은 괌이나 사이판보다 살아 있는 연산호를 더 많이 볼 수 있어 손에 꼽히는 장소로 전 세계 수중 촬영 대회가 열릴 정도로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새끼섬’, ‘한개 창’, ‘난파선’ 포인트에서 마주한 컬러풀한 원색의 연산호와 아열대성 어류들이 어우러지는 비경은 다이빙 내내 심장과 머릿속을 아찔하게 만든다. ‘새끼섬’에 여러 개의 하강줄과 가이드라인을 깔아두어 체험 다이버들이 수심 10~12미터에서 안전하게 문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한개창’은 육상의 맨드라미꽃과 비슷해 ‘맨드라미산호’로 불리는 연산호가 화려하게 군락을 이루는 곳으로 수중 사진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곳이다. 이뿐 아니라 주걱치, 줄도화돔, 범돔, 아홉 동가리 등과 함께 바다를 함께 공유하는 맛은 직접 느껴봐야만 그 기분을 알 수 있다. 마지막 ‘난파선’ 포인트는 색다를 경험을 선사한다.
난파선의 크기는 길이 30미터이며 60톤의 철재 어선으로 선체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의 모습 그대로 모래 바닥에 앉아 있다. 난파선 사이사이를 지나다 보면 얕은 수심에서 볼 수 없는 대형 어류들과도 만날 수 있어 짜릿한 경험이 된다. 한개창과 난파선 포인트는 수심이 깊고, 조류가 있으므로 숙련된 다이버들만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새끼섬을 보고 난 후엔 기술을 익혀 반드시 찾아가고야 말겠다는 의욕이 생기는 다이빙 포인트다.
삼형제의 마지막 섬, 섶섬
 
서귀포항에서 동쪽에 위치한 섬으로 배를 타고 20분가량 가면 상록수림으로 뒤덮여 있는 섶섬을 볼 수 있다. 예전엔 ‘숲섬’이라 불렀는데 요즘은 ‘섶섬’으로 통한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 벼랑으로 둘러싸인 섬은 제주의 풍치를 돋궈준다. 그래서 해상 유람선을 타고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곳 역시 대형 수지맨드라미산호와 분홍 연산호 군락이 꽃밭처럼 펼쳐져 있어 전국의 많은 다이버들이 찾고 있다.

[info] 스쿠버 다이빙
바닷속을 유영하기 위한 첫걸음마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다. 스쿠버 다이빙에 입문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공통된 질문이 있다. “수영을 못해도 자격증을 딸 수 있어요?” 대답은 “yes!” 왜냐하면, 스쿠버 다이빙은 바다 속에서 자력으로 호흡할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기 때문이다. 
스쿠버 다이빙은 원래 군사 목적으로 하던 잠수를 원칙과 교육을 통해 레저 활동으로 활성화한 것이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제대로 된 강사를 만나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야 한다. 제주도는 여러 다이빙 포인트가 있으며 전문적인 교육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 2박 3일간의 오픈워터 교육을 이수하고 나면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게 된다. 이후 교육 목적이 아닌 재미를 위해서 하는 펀 다이빙을 즐기거나 더 깊은 곳을 탐험하고 싶다면 다음 단계인 어드밴스 자격증에 도전하면 된다.
 
▲ 한국의 산타모니카, 양양 서피비치
바다의 로망은 에메랄드 빛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런 고운 빛깔 위로 다가오는 파도를 타는 것, 때론 섬세하게 또 때론 격정적으로  보드와 함께 바다 위에서 노니는 새로운 파도 신드롬. 서핑의 세계가 양양에서 펼쳐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핑전용해변 서피비치가 개장 1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새 단장을 마치고 더욱 새로워진 시즌 2를 준비했다. 서핑족은 물론 핫한 셀럽들의 힙 플레이스로 어느덧 동해안 최고의 스폿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서피비치는 군사보호지역이 풀려 40여 년 만에 지난해 민간에 첫선을 보인 후 파도를 즐기려는 서핑족과 바다수영을 선호하는 휴양객들로 최근 빠르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때 묻지 않은 청정해변과 고른 파도 그리고 동해안 특유의 맑고 시원한 바람 은 서피비치가 가지고 있는 최적의 포인트. 서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프로 서퍼들이 지도하는 서프스쿨에서 서핑 입문자부터 상급자까지 맞춤형 커리큘럼으로 서핑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서피비치에서는 이국적인 해변을 배경으로 다양한 비치 레저스포츠까지 즐길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린다코어요가에서 제공하는 요가 프로그램은 균형 있는 바디는 물론 로맨틱한 감성까지 채울 수 있으며 수심이 고르고 깊지 않은 서피비치 게이트 2번의 스위밍 존에서는 누구나 한가롭게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비치발리볼 시설과 해변 위를 달리는 4륜 바이크도 서피비치의 숨은 하이라이트. 특히 4륜 바이크는 석양이 질 때 달리는 것이 훨씬 좋다. 하얗게 펼쳐진 해변과 석양빛이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환상의 시간. 게다가 다른 곳에서는 값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파라솔과 태닝베드 이용 또한 무료라니 해변에 관한한 모든 것이 바로 이 양양에 있는 서피비치에서 가능한 일이다.

해변이 바로 보이는 라운지 테라스에는 여름밤을 달래줄 시원한 버킷 맥주와 수제 버거 등 풍 성한 먹거리가 가득하고 굿즈숍과 공연장도 서퍼비치의 명성에 모자람이 없는 세심한 시설들. 밤이 깊어 가면 공연장은 또 다른 화려한 옷을 입고 밤을 즐기려는 서퍼들을 불러 모아 이 해변의 초대를 마무리한다.

서피비치 게이트 1번 앞은 4500평의 대규모 서피비치 리조트 단지. ‘노 튜브(NO TUBE)’, 오직 서핑을 위한 서핑 전용해변 뒤로는 20여 대의 카라반과 자가 캠프존, 20여 대의 게스트 캠핑 사이트가 있어 숙박 문제 또한 불편함이 없다. 카라반 내에는 2층 침대와 카우치가 세팅되어 있으며 요리까지 가능한 넉넉한 공간이라 가족 단위의 방문객까지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바다와 낭만. 두 가지가 로맨틱하게 이어지는 양양의 서피비치.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가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 파도를 느끼고 싶다면 이제부터 당신의 최종 목적지는 양양의 서피비치가 될 것.
 
▲ 한강에서 누리는 요트선상파티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여름, 더위를 피해 자주 찾은 곳은 단연 한강이었다. 낮 시간의 한강은 데이트 장소로, 산책 코스로 혹은 휴식 공간으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이 사라진 후, 한강은 낮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치맥도, 산책도 할 만큼 했다. 한강을 누리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찾아, 요트에 올랐다.

요트에 오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가 저물었다. 저마다 불을 밝힌 대교들의 화려한 야경은 한강에 되비쳐 서울의 밤을 더욱 환상적으로 물들였다. 한강에서 요트 선상 파티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요트 마니아가 아니라고 해도 반가운 소식이다.

13미터 이상의 대형 요트에서 간단한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특별한 시간. 요트 하나에 10명 정도의 인원이라면 가장 적당하다. 야간 요트 투어가 시작된 것은 두 달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비밀스런 공간에서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매력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티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음식은 사전에 크루를 통해 주문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샐러드와 파스타에 이르기까지 메뉴도 다양하고 양 또한 넉넉하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요트에 올라 파티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테이블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요트에 마련돼 있고 진동 또한 거의 느낄 수 없어 파티를 여는 데 걱정할 만한 번거로움도 전혀 없다.

보통 2시간 정도의 코스로 운영되는데 여의도 서울 마리나에서 잠실대교를 향해 가다가 반포대교의 야경이 절정에 이를 때쯤 파티를 시작한다. 반포대교의 분수 쇼 앞에 멈춰선 요트는 다시 여의도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 곳에 정박한다.

요트 주변을 오가는 유람선과 화려한 컬러의 반포대교 분수, 그리고 잔잔한 한강의 물결은 모두 선상 파티를 위해 존재하는 듯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무더위가 잦아든 가을밤, 한강에서 누리는 조금 더 특별한 시간을 욕심 내보자.

<사진=여행매거진 GO-O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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